반려인도 반려동물도 아닌 식물과 함께 살기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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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도 반려동물도 아닌
식물과 함께 살기
 
‘반려 식물’이란 정서적 교감을 위해 기르는 식물을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비교적 친숙한 말이 된 듯하다. 반려 식물에 대한 도서도 다양해졌고, 주변에서도 식물을 정성껏 돌보는 ‘식집사(식물 집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화분 가꾸기를 넘어 반려 식물로 이름 붙여 함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집안으로 들어온 식물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랜테리어(Planterior)’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쓰인지도 10여 년이 됐다.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홈 가드닝(Home Gardening)’에서 반려 식물에 이르기까지. 집 밖에 있던 식물이 어느새 집 안으로, 일상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12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발표한 ‘실내 농작물 재배 트렌드 확산 양상 및 활성화 요인’ 분석을 보면, 올해 실내 농작물 재배 관련 온라인 정보량도 전년 대비 약 57%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실내 인테리어와 홈 가드닝 용품 관련 시장도 성장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2021년 9월의 홈 가드닝 부문 매출은 2019년 9월보다 86% 증가했다.
 
▶ 사진 출처_LG전자 공식홈페이지, ‘LG 틔운 오브제컬렉션’

반려 식물과 함께하는 법
직접 화분의 흙을 갈기도 하며 말 그대로 가드닝을 하고, 식물에 이름을 지어주는 등 애정을 담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간을 꾸미는 목적 이상으로, 하나의 생명을 키우고 가꾸는 노력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을 시장이 놓칠 리 없다. LG 전자는 작년, 자동으로 수분을 공급하고 환기까지 해주는 식물생활가전 ‘틔운’을 출시했다. 각종 채소부터 꽃까지 씨앗의 싹을 틔우며 식물의 생을 함께 살피는 경험을 집에서 가능하게 했다.

식물 재배기를 마련하지 않아도 식물과 함께 일상을 꾸릴 수 있다. 새집 증후군에 효과적인 백량금, 미세먼지 제거가 뛰어난 멕시코 소철 등이 반려 식물로 인기다. 초보 식집사에게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다육 식물을 추천한다. 줄기나 잎 등에 많은 수분을 저장해 건조함에 잘 견뎌 비교적 키우기 쉽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1인 가구나 자취생이 키우기에도 좋다.


식집사들의 이야기
 
▶ 사진_박혜원 제공

박혜원(25세, 3년 차 식집사)
저의 반려 식물은 ‘스쿠비루비룹’이라는 이름의 올리브나무입니다. 올리브나무의 꽃말이 ‘평화’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키우기로 결심했어요. 나무 한 그루와 함께 거짓말 같은 평화가 오길 바랐었나 봐요. 방 한 켠의 작은 나무가 뿜어내는 생명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싱그럽고 평화와 닮았어요.
그 사랑스러운 생명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아침이면 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옮겨주기도 하며 부지런히 보살폈어요. 스쿠비를 돌보면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시간에 함께 해를 보고 바람을 맞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를 움직이게 했고, 스쿠비를 통해 제 자신을 돌보는 것과 다름없어요. 가족 같고 친구 같은 스쿠비를 반려 식물이라고 부를 수밖에요.
 
▶ 사진_이혜원 제공

이혜원(28세, 4년 차 식집사)
저는 14개의 반려 식물과 함께하고 있어요. 첫 직장을 다닐 때 제가 성장하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지 않아 힘들었는데요. 그러다 회사에서 바질을 키우게 됐어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바질을 보면서 ‘나도 저만큼 자라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안하던 마음이 안정되면서, 식물을 키우는 것이 엄청난 힘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식물을 키우는 건 스스로를 돌보는 일 같아요. 식물 친구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게 되거든요. 온도, 습도, 바람도 중요해서 자연스럽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식물을 키우면서 주변을 정돈하고, 살아있는 생명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삶에 집중할 힘과 생기도 충전될 거예요.

반려 식물의 방점은 식물이 아닌 ‘반려’일지도 모르겠다. 외롭고 지친 현대인에게 정적인 위로를 선사하는 식물은 삶의 경이로움을 되새겨 준다. 식집사들의 말처럼, 건강한 생명력과 함께하며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반려 식물과 살아보는 건 어떨까?
CREDIT
취재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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