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돈 룩 업(Don’t Look Up)’, 기후 위기 시대의 우리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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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돈 룩 업(Don’t Look Up)’,
기후 위기 시대의 우리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다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든가, 온 지구가 눈보라에 언다든가, 혹은 화산 폭발과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하는 내용이었다. 요즘 재난 영화는 결이 다르다. 작년 말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혜성 충돌을 주제로, 그를 두고 벌어지는 사회 현상을 블랙 코미디로 담았다. 고개를 들어 혜성이 눈에 보여야만 현실을 받아들이던 사람들, 여전히 음모론을 주장하는 모습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해 ‘웃음도 안 나온다’라는 평도 받았다. 2022년, 우리는 가히 존재 자체가 재난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웃지 못하는 현실의 기후 위기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의 이면은 어떤 정보든 매우 손쉽게, 눈 깜짝할 새 퍼진다는 거다. 그 정보에 선동과 가십도 포함된다. 2021년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은 이런 세태를 꼬집었다. 지구 멸망을 앞두고도 음모론과 연예계 가십에만 휘둘리며 대안 마련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파국을 맞는다. 장르는 분명 블랙 ‘코미디’ 였지만, 까맣게 물든 것답게 중반을 지나자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감독 아담 맥케이(Adam McKay)는 《뉴욕 매거진》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도서의 시작이 된 기사는 《뉴욕 매거진》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기사로 기록되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혜성 충돌을 골자로 삼지만, 도서에서는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재난’을 말한다. 지금 이 상태를 지속하면 2050년에는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환경이 될 거라고.

물론 기후 재난이 분명한 미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 우리는 2050년을 살아보지 못했으니 정답은 그때가 돼야 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연구와 증명을 거듭하는 많은 과학자가 한목소리로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 귀 기울여볼 만하다. 요즘 기후 위기와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말을 너무 자주 들어 둔감해지는 듯하지만, 그만큼 절실히 호소하고 있기에 자주 접하는 것 아닐까.
 
▶ 사진 출처_영화 <돈 룩 업>

농담도, 거짓도, 과장도 아니다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기후학자이자 기후 활동가인 피터 캘머스(Peter Kalmus)는 《가디언》 칼럼에 “영화 <돈 룩 업>은 내가 매일 마주하는 광란을 담았다.”라고 썼다. 그는 지난 4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체이스 은행 앞에서 화석 연료 위험과 기후 위기를 말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화석 연료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은행을 비판하기 위해 기후 과학자와 활동가들이 벌인 시위다. 이들은 건물 입구에 체인을 걸어 출입을 막고 연설을 이어갔다. “과학자들은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무시당해왔습니다. 우리는 모든 걸 잃을 겁니다. 농담하는 것도, 거짓을 말하는 것도, 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과 젊은 세대를, 미래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 피터 캘머스는 연설을 마친 뒤 체포됐고, 자신의 아들과 지구를 위해 나선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한편, 기후 위기는 과장이라고 주장하는 도서 《기후를 위한다는 착각》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시위도 등장했다. 영화 <돈 룩 업> 속 모습이 현실에 존재한다. 과학자가 사실을 믿어달라며 호소한다. 과학적 논거를 통해 아무것도 살지 못할 지구를 예측해온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연구가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후 위기가 무서울 정도로 가까이 왔다. 개나리는 이파리 싹보다 꽃을 먼저 틔우고, 4월에 피는 벚꽃과 5월에 피는 튤립이 한꺼번에 만개하는 초봄을 맞았다. 오색찬란 빛난 풍경 속에서 자연은 우리에게 기후 재난을 경고했다. 많은 과학자가 변화 없이 현 상태를 지속한다면 2050년, 빠르면 2030년대에 이르러 거주 불능 상황을 맞을 거라 분석한다. 이제는 환경 개선이 아닌 종말을 늦추는 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D-100초를 늦춰야만 한다
1945년, 미국의 핵 과학자가 모여 핵무기 위협을 우려하며 지구 종말 시계를 만들었다. 2007년 이후 지구 종말을 위협하는 요소에 기후변화가 포함됐다. 종말 7분 전으로 시작했던 시계는 한때 17분 전으로 늦춰지기도 했지만, 2020년부터 11시 58분 20초에 멈춰있다. 지구 종말까지 불과 100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간 활동이 잠시 멈추면서 짧게나마 지구 환경이 좋아지는 듯했지만, 조금씩 일상을 되찾자 파급력은 배로 커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플라스틱, 일회용품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마스크나 의료 용품 등 피할 수 없는 소비가 많아 사용을 줄이는 게 답이 아니게 됐다. 지구 위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가능한 틈을 찾아 세세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상에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에 ‘이런다고 달라질까’ 하며 무력감을 느낄 때는 이미 지났다. 무엇이든 바꾸고, 무엇이든 해야 한다. 위기를 넘어선 기후 재난 앞에 놓인 우리에겐 종말을 ‘최대한 늦추는’ 선택지만 남아있을 뿐이다.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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