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게 버는 거야 짠테크와 무지출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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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 게 버는 거야
짠테크와 무지출
 
최근 매서운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주춤하고 있다. ‘탕진잼(돈을 탕진하는 재미)’과 ‘플렉스(flex)’라는 말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빚까지 지며 투자하던 코인과 주식 시장 앞날마저 어두워지자 유행처럼 번지던 투자 열풍도 사그라들었다. 소비를 자기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던 MZ세대 지갑까지 닫히며 돈 쓰는 것 자체를 망설이는 추세. 이런 상황 속 등장한 재테크는 바로 ‘짠테크’다.

 

탕진잼은 옛말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며 대면 활동과 여행 등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가 싶더니 물가에 발이 묶였다. 코로나19 유행이 꺾이는 듯했지만 영향은 여전하다. 기후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유가, 식자재값이 휘청이며 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7월 소비자 물가 추이는 세계 금융 위기를 맞았던 2018년 7월보다도 0.4% 더 높은 수준이다. 매일 달라지는 물가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MZ세대 경제 키워드는 작년부터 이어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소비 키워드는 ‘가치 소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도전하던 움직임이 사라졌다. 루나 코인 사태와 주가 폭락 등으로 밝을 것만 같던 투자 시장이 내림세를 탄 것. 장바구니 물가마저 감당하기 어려워지니 아예 지갑이 닫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놓치지 않고 사들이던 ‘탕진잼’ 유행이 짠돌이 재테크, ‘짠테크’로 돌아섰다.


절약을 넘어 무지출까지

짠테크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절약을 재테크로 삼는다. 최근 MZ세대는 짠테크 실천 방법으로 절약을 넘어 ‘무지출’에 도전 중이다. 일주일 중 하루 이틀 무지출 데이를 정하거나 최대한 돈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인기리에 방영했던 MBC 예능 <행복주식회사>의 ‘만 원의 행복’ 코너가 떠오르기도 한다. 출연자가 일주일 동안 1만 원으로 생활하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물가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MZ세대 무지출 챌린지는 SNS와 밀접하다. 도시락 싸기, 자전거 이용하기 등 실천 내용을 SNS 해시태그로 업로드하며 서로를 독려한다. 이를 통해 함께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는 동질감과 응원을 얻는다. 무지출 하루를 기록하는 브이로그(V-log)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출 종목별로 소비 패턴을 분석해주는 앱도 인기다. 해당 서비스로 처음 인기를 끌었던 본인신용관리업 전문 기업 ‘뱅크샐러드’ 앱 외에도 이제는 카드사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비 패턴 분석 및 관련 조언을 해준다.

 

무지출로 티끌 모아 태산

현재 주어진 삶을 즐기는 ‘욜로(YOLO)’와 과시를 위해 소비하는 ‘플렉스’가 유행 아닌 삶의 태도처럼 여겨지다가 이제는 무지출 흐름이다. 뭐든 시작하면 일단 열심히 한다는 MZ세대. 절약을 넘어 무지출 유행에서도 그 특징이 보인다. 대표적인 무지출 실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휴대폰 요금 줄이기는 기본. 무지출 챌린지가 아니더라도 알뜰 요금제 사용이 늘고 있다. 무지출에 본격 도전한다면 소비 지양을 위해 대중교통 사용까지 줄인다. 도전자 중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 월 정기권은 5,000원. 하루 대중교통비로 한 달 동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셈이라 짠테크족에게 인기다.

날로 오르는 외식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도시락을 선택한 사람도 늘었다. 도시락을 쌀 때도 ‘냉털(냉장고 털이)’을 목표로 쌓여있는 식재료나 반찬을 이용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 도시락이 여의치 않다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실제로 편의점 매출 증가도 나타났다. GS25는 7월 기준 전년 대비 도시락은 무려 50.5%, 줄김밥은 31.8%, 삼각김밥은 28.7%, 컵라면은 35.2% 매출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편의점을 더욱 알차게 활용하고 싶다면 할인 혜택을 주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나 마감 할인을 노리는 것도 팁.

각종 가계부, 리워드 앱이 인기를 끌며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 ‘앱테크’도 등장했다. 걷는 만큼 포인트를 적립해주거나 기프티콘을 지급하는 앱 활용도 증가했다. 대표 걷기 어플 ‘캐시 워크’에서는 광고 시청, 걷기, 퀴즈 참여 등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이제는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보다 ‘티끌이라도 모으자’가 통하는 시대다.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지갑 닫기를 택한 이들. ‘안 쓰는 게 버는 거다’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물가 고공행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여러 전문가는 세계 정치와 경제 불안을 이유로 한동안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절약을 넘어 무지출을 택한 MZ세대 소비 변화도 계속되지 않을까.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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