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웃과 동행하는 법 참여형 기부로 함께 걷다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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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웃과 동행하는 법
참여형 기부로 함께 걷다
 

추운 겨울이면 이웃을 돕기 위해 따뜻한 마음을 품고 나서는 이가 많다. 물론 기부를 벅찬 일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손쉽게 참여하는 등 나눔에 함께하는 방법이 다양해졌으니 즐기면서 하는 기부에 동참해보길 권한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동행의 손길을 건네는 기부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기부는 남몰래? 이제는 다 함께!

과거 기부는 남몰래 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다.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선행을 스스로 떠벌려서는 안 된다는 것. 일종의 엄숙주의가 더해져 참여 장벽이 높았다.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를 강조했던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 기부 문화는 과거와 다르다. 겸손이 미덕만은 아닌 세상, 기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우선,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특징 모두 변했다. 이제는 은혜를 베푼다는 태도나 동정을 기반으로 삼지 않으며 기부자 참여가 사회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 집중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제 ‘다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으며 더욱 두드러졌다. 2022년 6월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의 기부방식 변화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나 비공식 집단이 모금을 개설하고 SNS를 통해 확산하는 P2P(Peer to Peer) 기부가 2020년부터 크게 증가했다고. 대학생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구호 관련 모금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사진 출처_‘해피빈’ 공식 홈페이지

P2P 기부는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활동을 이끌기 때문에 참여 장벽이 낮은 편이다.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때문에 재난 등 사회 이슈에 더욱 빠르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해시태그를 통해 캠페인을 알리는 건 기본이고, 게시글 작성과 ‘좋아요’ 등으로 기부금을 적립하는 사례도 있다.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를 이용한다면 ‘해피빈’에 익숙할 거다. 해피빈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기부 플랫폼으로, 게시글 작성 등 활동에 따라 적립금과 비슷한 ‘콩’을 지급한다. 콩은 1개당 100원의 현금 가치를 지니며 적립한 콩은 자신이 원하는 단체나 프로젝트에 기부할 수 있다.

가치 소비 인식이 확산하면서 굿즈도 받고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 자선 굿즈도 인기다. 유니세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구호 단체는 정기후원자에게 굿즈를 제공하며 참여율을 높였다. 이외에도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 뒤 수익금을 구호 활동에 사용하는 사례와 P2P처럼 개인이나 집단이 기부를 목적으로 굿즈를 제작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모금하는 경우도 많다.


재미와 의미 모두 살린 퍼네이션(funation)

내 작은 노력이 사회 변화에 보탬이 되는 건 무엇보다 값지고 뿌듯한 일이다. 요즘 기부는 이런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 늘어난 것. SNS 활용과 결합한 ‘챌린지’도 등장했다. 이런 문화를 재미있는 기부, ‘퍼네이션(funation)’이라고 부른다. 사실 퍼네이션 역사는 짧지 않다. 꾸준히 TV에 등장하는 ARS 전화 모금이 대표적이다. 이런 형식이 인터넷 발달 후 SNS 중심으로 전환했다.
 

2014년 전 세계 소셜 미디어를 뒤흔든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살린 대표 사례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했다. 관련 단체에 100달러를 기부하거나 얼음물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다음 도전자 3명을 지목해 릴레이 동참을 유도했다.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쓴 순간 몸이 굳는 것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다. 초기에는 기부나 영상 중 하나만 선택하곤 했지만 좋은 의미에 함께하기 위해 기부금과 도전 모두 진행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 사진 출처_세이브더칠드런

국내에도 15년간 꾸준히 이어진 참여형 기부 사례가 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 일환으로 ‘모자뜨기’를 진행했다. 후원자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뜨개질 키트를 구매하거나 본인이 가진 재료를 활용해 신생아용 뜨개 모자를 만들어 전달했다. 15년간 약 99만 명이 참여해 만든 모자는 220만 개 이상으로, 14개국에 전해지며 생명을 살렸다.
 
▶ 사진 출처_유튜브 채널 <지파운데이션>

몸으로 뛰는 기부도 인기다. ‘기부런’은 마라톤 대회와 결합해 말 그대로 달리며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러닝이 인기 운동으로 부상하며 각종 기부런은 모집 소식이 들리면 곧바로 참가 신청이 마감되곤 한다. 소방관과 함께하는 ‘119런’, 봉사활동까지 이어지는 ‘연탄런’ 등 분야도 다양하다. 취약계층 여성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력 NGO 지파운데이션의 ‘런포더문’은 올해 4회 개최가 예정돼 있어 꾸준히 인기인 기부런 중 하나다. 재미와 성취감 모두 채우기에 제격이라 MZ세대에게 인기라고.

이처럼 기부금이 아니더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물을 만들면서 이웃을 돕는 캠페인이 참여 장벽을 낮추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나눔에 함께함으로써 사회 변화에 기여한다는 충족감과 만족감은 지속적 기부로 이어진다.
 
▶ 사진 출처_네이버 블로그 @쏘로로의 세상 탐험기:-)

최애를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라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을 확장해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이들도 있다. 여러 행사장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쌀 화환’은 팬 문화에서 탄생했다. 2007년 그룹 신화 팬클럽 ‘신화창조’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꽃 화환 대신 쌀 화환을 만든 게 시초다. 꽃 대신 쌀 포대를 쌓아 꾸민 화환은 행사 후 기부 소식과 함께 따뜻한 나눔으로 축하를 마무리한다.

이렇듯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켰을 정도로 한국 기부 문화 내 팬덤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연구 보고서는 팬덤 기부를 한국 대표 기부 방식 중 하나로 정리했다. 해당 연구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팬덤 기부 규모가 34억 5천여만 원에 이른다고 산출했으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례를 더하면 실제 기부 금액은 더 클 거라고 봤다.

기존 팬덤 기부는 연예인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 앨범 발매 등 이벤트를 계기로 기부금을 모아 특정 단체에 전달하는 게 대다수였다. 기부를 일종의 마케팅으로 활용해 연예인 홍보를 목적으로 한 것. 이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팬덤이 나서서 ‘선한 영향력’을 실천한다. 최근 팬덤 기부 문화는 팬이 직접 캠페인을 기획, 프로젝트처럼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연탄 나눔 등 단체 봉사활동을 가거나 일정 금액을 ‘최애’ 이름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 사진 출처_유니세프한국위원회

K-POP(이하 케이팝) 인기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덤에도 기부 문화가 확산됐다.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이 2017년부터 유니세프와 ‘LOVE MYSELF’ 캠페인을 진행하며 케이팝 팬덤의 기부 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2020년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 인기로 등장한 트로트 팬덤 영향도 굉장하다. 이전까지 케이팝 위주로 다소 한정적이었던 팬덤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경제력을 갖춘 팬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팬덤 기부 문화가 더욱 확대됐다. 가수 임영웅 강원 팬클럽 ‘강원영웅시대’는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와 지역사회 인도주의 사업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협약(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놀이처럼 재미있는 기부, 사회 공헌 활동은 성장을 거듭할수록 우리 사회에 따뜻함을 더한다. 기부의 장벽이 낮아지고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이번 겨울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나눔으로 채우며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나의 작은 움직임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꾸리도록 돕는 시작이 될 테니 말이다.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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