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붕어빵을 옮겼을까 사라진 붕어빵 거리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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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붕어빵을 옮겼을까
사라진 붕어빵 거리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속 팥소처럼 달콤한 추억을 선사하는 붕어빵은 귀갓길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언제 어디서 붕어빵 가게를 만날지 모르니 항상 주머니에 3,000원 정도 넣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옆구리를 따뜻하게 해주던 붕어빵은 최근 보기 힘든 ‘귀한 음식’이 됐다.

 

실종된 붕세권을 찾습니다

영하를 웃도는 날씨에도 줄을 서서 사 먹는 음식이 있다. 겨울철 추위와 출출함을 달래주는 대표 길거리 간식이자 추억의 음식으로 손꼽는 붕어빵이다. 붕어 모양 틀에 밀가루 반죽을 자박하게 붓고 팥 앙금이나 슈크림을 올린다. 다시 반죽을 이불처럼 덮은 후 빵틀 뚜껑을 닫고 이리저리 몇 차례 돌려주면 최고의 겨울 간식 탄생이다.

거리 음식 역사를 담은 책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에 의하면 붕어빵은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름 유서 깊은 음식이다. 1900년대 일본에서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고 도미 모양 틀에 구운 ‘타이야키(たい焼き)’가 유행했는데 이것이 붕어빵 시초다. 1930년대 국내로 유입되며 도미보다 한국인에게 더 친숙한 붕어 모양 틀을 사용했고, 1950년대 미국 곡물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 들어오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처럼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붕어빵이 몇 년 전부터 멸종 위기다. 작정하고 발품을 팔아야만 겨우 알현할 수 있는 귀한 몸이 된 것.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찾는 글이 쇄도하면서 ‘대동풀빵여지도’, ‘가슴속 3천 원’ 등 노점상 위치를 알려주는 전용 앱도 등장했다. 흔하디흔했던 이 간식은 어쩌다 ‘레어템’으로 등극했을까.


금값 된 겨울 낭만

서울시에 따르면 길거리 노점상 수는 지난 2012년 9,292개에서 2022년 상반기 기준 5,684개로 줄었다. 10년 동안 약 61%가 사라진 셈이다. 겨울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 실종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유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버티지 못하고 장사를 접은 곳이 늘어난 것.

최근 고물가 흐름이 이어진 탓도 크다. 붕어빵 주재료인 밀가루, 팥,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모두 급등하며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10월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3.18로 전년 동기 대비 9.5% 상승했다. 이는 2009년 5월(10.2%)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또한 지난 12월 한국물가정보가 붕어빵 만드는 데 필요한 주재료 5가지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평균 18.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속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붉은팥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0% 정도 치솟았고 밀가루(중력)도 18.2% 인상하는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0원에 4~5개를 한 봉지에 꽉 채워주던 후한 붕어빵 인심도 옛말이 됐다. 이제는 1,000원에 2개가 기본이고, 지역에 따라 1개에 1,000원인 곳도 있다.
 

붕세권 유행에 가려진 낙인

붕어빵이 사라진 또 다른 이유는 불법 노점상이라는 낙인 때문이다. 노점은 해당 지역 도로관리청 허가 여부에 따라 합법과 불법으로 갈린다. 서울시는 2018년 ‘노점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거리가게 허가제’를 시행했다. 기존 노점에 한해 허가를 내주는 제도로, 노점상과 일반 상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도로점용허가증을 받는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소정의 점용료를 정기적으로 지불하며 합법적 장사가 가능하다. 중구와 종로구는 규격화한 노점 1개만 정해진 위치에 실명으로 운영하는 ‘노점상 실명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21년 기준 허가받은 노점은 전체의 38%에 불과하다.

왜 대다수 노점상은 여전히 제도 밖에서 고군분투할까?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재산상한선과 거주제한 등 기준이 높고, 허가를 받더라도 여러 조항 때문에 허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2021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노정상총연합, 대전국노점상연합 등 관련 단체는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노점상인을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하고, 가게와 똑같이 세금을 낼 테니 그에 맞는 법 제정과 불법 낙인을 없애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점이 많은 미국 뉴욕의 경우 제도권 내에서 개선책을 찾았다. 뉴욕시는 음식점과 별도로 노점 영업 허가를 내주는 ‘영업 허가 총량제’를 시행한다. 허가하는 수가 정해져 있기에 불법 노점상이 횡행하고 정규 점포와 갈등도 적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5월 뉴욕시는 자영업자·노점상과 합의해 40년 만에 총량을 상향 조정했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붕어빵 노점을 근처 빵집이 신고해 폐업한 사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저소득층·유색인종이 대부분인 노점상인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주변 상권 피해, 도시 미관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노점상 보호를 골자로 한 생계보호 특별법이 국회 입법 청원 문턱을 넘은 지 1년이 넘었지만 법 제정을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점상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 주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노점상 역시 보행권과 도시환경 미화를 위해 질서를 지키며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추운 겨울날 손난로보다 따끈한 길거리 음식을 호호 불어먹는 낭만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CREDIT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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