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유니폼 입고 둘리를 기다리는 지금은 1996년 아닌 2023년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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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유니폼 입고 둘리를 기다리는
지금은 1996년 아닌 2023년
 
‘슬램덩크’ 유니폼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고, <타이타닉>이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아기공룡 ‘둘리’가 귀환을 알렸다. 199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2023년, 90년대를 사로잡았던 콘텐츠가 다시금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당시 문화를 즐겼던 층은 물론 20대까지 끌어들인 매력은 무엇일까?

 
▶ 사진 출처_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타임머신이 아닙니다

흔히 ‘복고’라고 칭하는 레트로, 과거 문화가 재조명 받은 건 사실 새롭지 않다. 이미 수년 전부터 ‘레트로’와 ‘뉴트로’는 인기 키워드였다. 특히 과자 등 식품 분야는 일찍이 과거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레트로 패키지를 선보이며 소비자 향수를 자극했다. 최근에는 제품뿐 아니라 일상과 더욱 밀접한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도 복고 영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기가 뜨겁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연재한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기반으로 하는 내용이다. 원작자가 감독으로 나서며 원작 팬들 관심이 높았다. 영화 주관객은 연재 당시 만화를 즐겼던 30·40대 남성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개봉 후 반응은 달랐다. 2월 20일 기준, CGV 예매 관객 비율은 여성이 53%다. 연령 비율은 30대 34%, 40대 28%에 이어 20대가 25%를 차지했다. 20대 예매율은 갈수록 상승 중이다. 영화 흥행에 이어 원작 만화 인기도 되살아났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전 20권 세트 구매자 분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20대 여성 31.3%, 30대 여성 28% 순이었다. 스포츠 만화는 남성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는 현상이다.

1998년 국내 첫 개봉했던 영화 <타이타닉>은 25주년을 맞아 2월 8일 4K 3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다. 재개봉 상영 첫날 4만 1,757명이 관람하며 역대 국내 재개봉작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이기에 더욱 관심을 끈 것.
 
▶ 사진 출처_NCT DREAM [Candy – Winter Special Mini Album]

K-POP에서도 90년대 향수가 느껴진다. 그룹 NCT DREAM은 지난 12월, 그룹 H.O.T.가 1996년 발표한 ‘Candy(캔디)’를 리메이크했다. NCT DREAM 내 가장 연장자 멤버가 1999년생임을 생각하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을 뒤흔든 노래가 Z세대 아이돌과 팬덤에게 새로운 매력을 줬다. 원곡자 H.O.T. 멤버가 NCT DREAM 버전 챌린지 영상을 공개하며 ‘세대 대통합’을 이뤘다는 반응이다.
 
▶ 사진 출처_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4K 리마스터링>

타임머신을 탄 듯한 1990년대 대중문화 귀환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봄엔 요리 보고 조리 봐도 귀여운 아기공룡 둘리가 4K 리마스터링으로 21세기 관객을 만난다. 이제 둘리는 올 4월, 40살 생일을 맞는 ‘아저씨’ 공룡이 됐다. 5월 개봉 예정인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은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은 기념이다. 개봉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엄빠와 함께하는 덕질

대중문화 트렌드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10·20대 소비자에게 90년대는 새로움에 가깝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긴’ 했으나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기 때문. 익숙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진입 장벽을 낮췄다. 30대 이상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990년대 문화를 누렸던 세대는 어느새 Z세대 부모가 됐다. 이들은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이전과 다른 한국을 경험하기 시작했던 세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대회, 90년대 민주화 이후 더욱 다양한 대중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90년대 말에는 일본 대중문화도 정식 유입되기 시작했으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던 시기로 기억할 것이다.

이런 추억과 맞물려 다시 찾아온 90년대 문화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30·40대를 필두로 인기를 얻은 콘텐츠는 노출도가 높아지며 10·20대 관심을 끈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최근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반응만 봐도 “부모님과 함께 봤다가 팬이 됐다”라는 얘기가 많다. 이렇게 부모에서 자녀로 콘텐츠 소비가 확장되며 인기와 영향력은 더욱 높아진다.


좋은 콘텐츠의 생명력

대중문화 생산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기보다 잘 만든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게 위험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유의할 점이 있다. 과거의 편견과 차별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30년이 지난 지금 감성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 유행은 돌고 돌지만, 가치관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때문에 ‘성장’ 등 시대가 지나도 꾸준히 감동을 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 인기인 경우가 많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타이타닉> 흥행은 훌륭한 콘텐츠가 가진 생명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분 단위로 콘텐츠가 등장하고, 시간 단위로 새로운 유행이 탄생하는 시대다. 수십 년 전 과거 작품이 다시 인기를 끄는 건 좋은 콘텐츠를 향한 소비자의 갈증을 보여주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좋은 이야기와 감동으로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건 10·20대 추억이 이어져 30·40대가 되어서도 가슴을 뛰게 한다. 언제 등장한 작품이든 영광의 시대는 대중 마음을 울리는 바로 지금이다.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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