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안 치는 우리 최애 케이팝의 새로운 얼굴, 버추얼 아이돌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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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안 치는 우리 최애
케이팝의 새로운 얼굴, 버추얼 아이돌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떠오른 메타버스 날갯짓이 버추얼(Virtual) 시장까지 퍼졌다.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메타버스 공간에 집중할 존재를 찾았기 때문. 버추얼 시장은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스트리머, 유튜버뿐 아니라 아이돌까지 영역을 넓히며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중이다.

 

나는야 아바타 스타

빌보드 케이팝 부문 3위, 앨범 초동 판매량 20만 장 돌파. 최근 많은 인기를 끄는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과 ‘플레이브’가 세운 기록이다. 이들은 ‘버추얼 유튜버(이하 버튜버)’로 이뤄진 팀이다. 실제 모습 대신 표정이나 몸짓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장비를 통해 가상 아바타에 움직임을 입히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음반 제작·발매뿐 아니라 실제 무대에서 공연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등 현직 아이돌과 똑같다.

일명 ‘사이버 가수’가 생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998년에도 이미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에덴에서 태어났지만 사랑에 빠져 이 세상으로 넘어왔다는 콘셉트로 데뷔한 ‘아담’이 시초다. 메타버스와 증강현실에 익숙한 지금은 다소 조악한 그래픽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세기말에 벌어진 충격적 사건 중 하나였다. 데뷔 앨범 음반은 20만 장이 팔렸고, 당대 최고 인기 연예인만 가능했다는 음료 광고 모델까지 발탁됐다. 그러나 어색한 표정과 움직임 때문에 관심은 금방 시들해졌고,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려 해킹됐다’, ‘군대에 입대했다’ 등 무성한 소문만 남긴 채 자연스럽게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가짜 방송인? 아바타 안에 사람 있어요

버튜버는 2016년 일본에서 등장한 ‘키즈나 아이(キズナアイ)’가 시초다. 뛰어난 3D 모델링과 자연스러운 동작 구현 능력 덕분에 데뷔 2년 만에 구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로 확산한 건 2021년 게임 유튜버 ‘우왁굳’이 오디션을 통해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을 기획하면서 부터다. 데뷔곡 ‘RE : WIND’ 뮤직비디오는 데뷔 1년 만에 조회수 1,200만 회를 넘겼고, 온라인 콘서트도 개최할 정도로 국내 버튜버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2023년 버추얼 IP 스타트업 ‘블래스트’가 그룹 플레이브를 론칭했다.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끌며 지난 12월에 열린 ‘제33회 서울가요대상’에서 2024 신인상과 뉴웨이브 스타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성공은 온전히 버추얼 아이돌만으로도 대중적 흥행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 셈이다.

기술로 구현한 가상 인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버튜버와 가상 인간은 동시에 언급되곤 한다. 버튜버를 두고 사람이 아닌 AI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둘은 명백히 다르다. 영산대학교 가상현실콘텐츠학과 안찬제 교수는 “가상 인간은 순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지만 버튜버는 실제 사람이 안에서 행동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또 가상 인간은 대부분 실제 인간과 유사한 외형이지만, 버튜버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2D 아바타 모습을 선호한다는 차이를 지닌다.
 
▶ 사진 출처_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버추얼 아이돌, 니가 내 별이다

이쯤 되면 버추얼 아이돌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할 거다.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팬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실제 아이돌처럼 사고 칠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덕질’을 시작한 계기는 여느 아이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체 콘텐츠를 보다가 빠져 들어서, 우연히 들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등이다.

여러 전문가는 비대면 시대에 영상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이버 가수 아담이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기술의 한계였다. 형태는 사람이었지만 행동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현재 버추얼 아이돌은 모션 캡처, 페이셜 트래커, 물리 엔진 같은 기능 덕분에 움직임이 어색하지 않아 몰입하기 쉽다. 간혹 시스템상 오류가 나는 경우도 팬들은 버추얼 아이돌만 가진 ‘의외의 매력’으로 여긴다.

서브컬처 산업이 과거와 달리 고수익 시장으로 주목받은 점도 영향을 줬다. 버추얼 아이돌 문화는 실제 아이돌 팬덤과 매우 유사하다. 팬 사인회를 진행하고, 동료 가수와 챌린지 영상을 찍거나 릴레이 댄스 같은 콘텐츠에 출연한다. 버블이나 위버스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도 한다. 가상 인물 뒤에 실제 사람인 ‘본체’가 존재하므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것. 팬덤은 신곡이 나오면 스트리밍을 돌리고 앨범을 구입한다. 실제 아이돌을 덕질할 때와 다를 게 없다. 기존 케이팝 팬이 자연스럽게 유입하는 이유다.

아바타 뒤에 숨은 본체 얼굴이 궁금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대부분 버추얼 아이돌 팬은 본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바타 외형이기에 이와 전혀 다른 실제 모습을 알게 되면 괴리감이 들 것 같다고 설명한다.
 
▶ 사진 출처_블래스트

가상 세계는 무한 확장 중

버튜버가 자리 잡으면서 여러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가수 김장훈은 ‘숲튽훈’이라는 이름으로 버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이세계 록스타를 꿈꾸는 18살 고등학생 콘셉트다. 과거와 다른 입체적 이미지를 구축한 덕분에 10대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서울 강서구청은 지난 2월 마스코트를 재구성한 버튜버 ‘새로미’를 선보였다.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버튜버를 활용한 첫 번째 사례다. 독특함 덕분인지 해당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상 조회수는 1월 말 기준 15만 회를 넘었다. 이전 영상 조회수가 200~1,500회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외에도 빙그레는 기업 캐릭터 ‘빙그레우스’를 버튜버로 데뷔시켰으며, 해외 스타 이슈를 알려주는 알간지, 대한제국 관료 컨셉으로 활동 중인 향아치 등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버튜버가 늘었다. 전 세계 버추얼 휴먼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버추얼휴먼스(Virtual Humans)는 이로 활동하는 사람이 50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 종합 미디어그룹 마켓워치(MarketWatch)는 지난 9월 글로벌 버튜버 시장 규모를 2022년 기준 약 2조 9,028억 원에서 2028년 17조 5,964억 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대

‘버추얼 아이돌 인기가 꾸준할까’에 대한 질문의 답은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 가상 인간이 주목받으며 무수히 많은 브랜드에서 모델로 내세웠지만, 금방 시들해졌던 사례가 있기 때문.

국내 버튜버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도 서브컬처로 여기며 거부감이나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완전한 허구의 존재는 아니기에 만화 속에나 나올법한 비현실적 아바타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은 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버추얼이 주목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좋은 기록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들의 리그는 이제 시작이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계속되는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대중에게 다가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케이팝 시장에 녹아드는 시대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무대를 통해 진정한 가수로 인정받는 순간, 버추얼 휴먼 활용도는 무한 확장하지 않을까. 편견을 넘어 모든 팬심이 동등하게 인정받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CREDIT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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