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디저트 전성시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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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디저트 전성시대
 
어쩐지 우울한 날, 달콤한 디저트를 한 입 먹자마자 기분이 사르르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한 적 있을 거다. 알록달록 모양도 예쁘고 맛까지 좋아 생각만 해도 달콤함이 몸 안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어 행복해진다. 색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디저트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밥은 굶어도 디저트는 먹어야 해

요즘 F&B 트렌드에서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다. SNS에서 유행하는 유명 디저트 카페의 경우 밥 한 끼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오픈런’은 물론 웨이팅 순번 100이 넘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빵지순례(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 ‘디켓팅(디저트+티켓팅)’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말 그대로 디저트 열풍이 부는 중이다.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디저트 시장 규모는 약 15억 원으로 추정한다. 약 13억 원이었던 2020년 대비 약 15.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KB국민카드가 분석한 디저트 시장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련 전문점 매출액은 2019년 대비 2021년 28%, 2022년 47% 증가하는 등 최근 4년간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디저트를 찾는 횟수도 잦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소비자학회가 조사한 ‘디저트 소비의 일상화와 디저트 소비 상황의 다양화’ 실험 결과 응답자 400명 중 약 94%가 ‘주 1회 이상 먹는다’라고 답했다.

 


국내 디저트 흥망성쇠

우리나라에서 디저트 역사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새로 쓰였다. SNS를 통한 맛집 공유와 인증샷 문화가 번지면서 언급량이 증가했는데 디저트 자체가 유행이라기보다는 매년 유행을 주도하는 아이템이 존재했다. 열풍 초기 주자로 2013년 등장한 벌집 아이스크림이 꼽힌다.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꿀이 듬뿍 들어간 벌집 조각이 올라간 이 디저트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단맛이 강하지만 벌꿀·벌집이라는 이색 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벌집의 일부인 소초 성분이 양초 주성분인 파라핀이라는 주장을 제기했고, 1년이 채 안 돼 자취를 감췄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건너온 슈니발렌도 유행했다. 눈덩이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과자를 망치로 부숴먹는다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지만 딱딱하고 먹기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금세 관심도가 떨어졌다. 2016년에는 일본과 대만에서 들여온 도지마롤과 대왕 카스텔라가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뿐 아니라 압도적 크기 덕분에 줄을 서서 빵을 사 갔으나 이들의 수명도 각각 1년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대만 카스텔라는 제조 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했고, 신선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했다는 의혹 때문에 ‘식용유 범벅 카스텔라’라는 오명을 쓰며 디저트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2019년,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꼬끄(coque)와 달콤한 크림인 필링(filling)을 한입에 먹는 마카롱이 대세였다. 특히 꼬끄 사이에 들어가는 필링을 3~4배 정도 넣은 ‘뚱카롱’이 인기를 이어갔다.

코로나19 발생 후 크로플, 달고나라떼 같은 홈디저트가 유행하며 관심이 줄었지만 2020년 이후부터 SNS에서 디저트 언급량이 다시 매년 35%씩 급상승했다. 관련 전문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장기 불안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21년에는 Y2K 인기와 함께 미국 드라마, 영화 등에 간식으로 자주 등장하는 도넛이 인기를 끌며 말똥도넛, 랜디스도넛, 노티드 등 도넛 가게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2022년은 약과, 개성주악 등 퓨전 전통 간식이나 소금빵·버터바 등 버터를 활용 디저트가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탕후루는 물론 ‘진정한 어른의 플렉스’를 즐길 수 있는 구슬아이스크림 인기를 무시할 수 없다.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적은 양으로 먹던 구슬아이스크림을 이제는 대용량으로 즐긴다. 이 외에도 꿀을 얼려 만든 꿀젤리, 레트로 감성이 느껴지는 젤리 케이크가 유행하며 젤리 선호도가 높아졌다. 색깔이 예쁘거나 움직임, 소리가 좋기에 숏폼에 올릴 만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서 가요 스위트 왕국으로

디저트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는 베이커리·디저트가 각광받는 중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디저트 갤러리, 디저트 오마카세처럼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생겼다.

지난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6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를 열었다.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40만 명을 기록하며 ‘디저트 성지’로 자리 잡았다. 국내외 여러 유명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았으며, 그중 90%를 국내 1호점 가게로만 채운 게 인기 비결이다. 특별하고 유명한 디저트는 모두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며 한 번에 여러 가지를 경험한다는 효율성을 내세웠다. 또 한쪽 벽에 제조 과정이 보이는 쇼윈도를 설치했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 눈과 귀로도 즐기는 체험형 매장인 것.

디저트 브랜드와 협업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만든 누데이크와 뉴진스가 만나 그룹 마스코트 토끼 캐릭터를 케이크로 재현한 ‘NU+JEANS CAKE’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최근 르세라핌도 크로플 유행을 선도했던 카페 아우프글렛과 컬래버레이션하며 미니 3집 앨범 ‘EASY(이지)’ 발매 기념으로 멤버별 특징에 맞게 개발한 케이크 5종을 선보였다. 업계 전문가는 “다채로운 디저트의 화려한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더 많고 다양한 제품이 우리 일상에 찾아올 거라고 전망한다.
 


달콤한 사치의 유혹

Z세대에게는 화려한 디저트로 채워진 진열장을 보는 일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다. 달콤한 향, 다채로운 색감, 미적 경험을 충족시킬 만한 디자인까지 더해지면서 일종의 미술품 전시를 경험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오픈런이나 장시간 웨이팅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해냈다’는 나름의 서사가 담긴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리는 과정은 놀이 그 자체다. 이제 디저트는 한 입 거리 간식이 아니라 세대 문화로 발전했다.

모든 물가가 상승한 요즘, ‘스몰 럭셔리(small luxury)’가 트렌드로 정착한 지 오래다. 그동안 Z세대를 중심으로 사소한 것이라도 제대로 누려보겠다는 작은 사치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며 스몰 럭셔리 품목이 향수, 립스틱 등을 넘어 먹거리로 확장했다. 누데이크 같은 디저트 전문 브랜드뿐 아니라 호텔 빙수, 애프터눈티 세트 등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감성과 고급화를 모두 잡았다면 비싼 디저트에 돈 쓰기를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누데이크는 약 4.5만 개, #애프터눈티는 약 25.2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을, 가격보다 경험과 취향을 중시하는 Z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플렉스(flex) 문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매일 흥청망청 낭비하는 게 아닌 필요할 때, 특별한 날 삶의 원동력을 충전하기 위해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 소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막힘없이 경험을 찾아 나서는 Z세대가 다음에는 어떤 유행을 주도할지 기대된다.
CREDIT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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