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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정원, 피크민 블룸과 떠나는 탐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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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면서 플레이하는 모바일 AR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 ‘포켓몬 GO’를 떠올릴 거다. 이와 비슷하지만 최근 새롭게 유행하는 또 다른 게임은 ‘피크민 블룸(PIKMIN BLOOM)’이다. 머리에 싹이 난 작고 귀여운 캐릭터와 걸으면 일상도 꽃밭으로 피어난다.
피크민 블룸, 너 누군데 사실 ‘피크민’ 시리즈는 국내에 덜 알려졌을 뿐, 닌텐도에서 출시한 유서 깊은 시리즈 중 하나다. 2001년에 처음 선보였을 때는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플레이어가 주변을 탐험하며 피크민이라는 작은 생물 캐릭터를 발견하고 우주선을 완성해 탈출하는 게임이었다. 다른 닌텐도 게임보다 플레이 방식이 낯선 탓에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게임성으로 꾸준히 마니아를 모았다. 2021년, 닌텐도는 피크민 20주년을 맞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 게임 ‘피크민 블룸’을 만들었다.
피크민 블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실제 걸음 수와 이동을 기반으로 피크민을 키우고 탐험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앱에 직접 접속하지 않아도 걸음 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 없이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돌아다닐 때마다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흰색, 회색 등 다양한 피크민 모종이 나타나는데 이를 슬롯에 심으면 새로운 피크민이 태어난다. 모종 색깔마다 필요한 걸음 수도 다르기 때문에 여러 종류 피크민을 얻고 싶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며칠 만에 수십 마리로 불어난 피크민에게 ‘탐험’을 보내면 모종이나 과일을 채집해 온다. 과일을 통해 얻은 정수를 피크민에게 먹이면 꽃잎을 획득해 길을 따라 길을 따라 꽃을 심고 여행 경로를 예쁘게 꾸밀 수 있다.
피크민 블룸은 출시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구글플레이, 앱 스토어 등 앱 다운로드 순위 차트에서도 게임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최근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 순위도 163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일정 걸음 수에 도달할 때마다 실제 돈을 지급하는 만보기 어플도 많은데 출시한 지 3년 만에 관심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트렌드와 맞물려 성장한 게임 피크민 블룸이 역주행하며 인기 게임으로 자리 잡은 데엔 앱에 ‘접속’해야 한다는 피로도를 없애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이 크다. 이 외에도 최근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걷기, 러닝 등 건강 관련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중이다. 피크민 블룸은 이런 니즈를 정확히 저격한 게임이다. 걸음 수를 단순히 숫자로 딱딱하게 표현하지 않고 꽃이 피거나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지는 게임 방식으로 나타낸다. 지루한 산책과 운동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의 ‘헬시플레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한 후 조금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일부러 산책하러 나간다고 말하는 후기가 적지 않다.
또다른 인기 비결로 ‘무해력’ 트렌드를 꼽는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2025 트렌드 코리아》에서 제시한 대표 키워드 중 하나인 무해력은 작고 순수하고 유약한 사물에 대한 애정이 가진 힘을 의미한다. 나에게 상처 주지 못하는 무력하고 무해한 존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는 일상 속 갈등과 경쟁에 지친 Z세대가 피크민이 지닌 무해력에 끌렸다고 분석한다. 식물 뿌리를 닮은 알록달록한 몸통부터 큰 눈과 뾰족한 코까지, 피크민 특유의 맹한 모습은 한눈에 귀여움을 느끼기보다 볼수록 오묘하고 매력 있다. 또 내 걸음을 따라가는 소소한 탐험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기에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승리나 경쟁을 강요하지 않고 피크민이 다치는 상황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저는 그저 본인만의 속도로 걸으면서 꽃을 심고, 새로운 모종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 된다. 긴장감을 배제한 덕분에 게임이 주는 잔잔한 힐링과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구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다른 사람과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느슨한 유대감도 가질 수 있다. 지도에서 다른 유저가 심어둔 꽃을 보거나 게임 속에서 친구와 만나 함께 걷기도 한다. 내가 걷고 있는 풍경을 담은 엽서를 보내고 싶다면 피크민이 직접 편지를 배달한다. 가끔 먼 곳으로 다녀오면 기념으로 사진을 가져오기도 한다. 실제 동상과 지하철역, 건물 등에 피크민이 옹기종기 모인 엽서를 보면 친구가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소소하지만 작은 귀여움이 게임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하루를 마무리해 주는 섬세한 기능도 존재한다. 밤 9시가 되면 유저가 오늘 걸었던 총 걸음 수와 길을 보여준다. 텍스트와 사진도 직접 첨부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또 하나의 일기장처럼 쓸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가 ‘일상을 기록’하도록 유도해서 인기를 끈 것처럼 피크민 블룸도 정리·기록 기능으로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가끔은 넘어져도 돼, 피크민처럼 피크민 블룸을 작업한 나이앤틱(Niantic) CEO 존 행키(John Hanke)는 ‘누구나 가볍게 즐기면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피크민은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하며, 내가 가는 길을 꽃길로 만들어 준다. 바쁜 일상을 탓하며 점점 걷지 않는 사회 속에서 걸음을 유도하는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나와 주변을 돌아보며 천천히 걷자는 메시지를 통한다는 의미 아닐까.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게 아니라 작은 행동에서 소소한 행복과 성취를 찾아가는 방법을 생각할 계기를 준다.
어쩌면 피크민 블룸은 매일 도파민을 찾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회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게 해주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피크민을 위해 산책을 하다 보면 맑은 하늘, 그림책에서나 볼 법한 형형색색의 꽃 등 허겁지겁 달려오며 잊고 살던 것들을 볼 수 있다. 과도한 경쟁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잠시나마 평화롭고 무해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오늘은 피크민과 함께 걸으며 힐링해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