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마저 선택하는 시대? 올바른 평등으로 향하는 길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5-02-18

facebook kakao link

바야흐로 ‘차별 금지’ 시대다. 크고 작게 차별 금지를 외치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점차 상대적 약자를 인식하고 살아간다. 그 영향은 흑인 인어공주, 연이은 여성 히어로 탄생 등 미디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번엔 전 세계가 집중한 작품 <오징어게임 시즌 2>에 트랜스젠더 캐릭터 ‘조현주’가 등장했다.

 

 

평등을 위해 앞장서는 미디어

인종차별, 성평등과 더불어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차별 금지 목소리가 함께 높아진 만큼 관련 캐릭터도 늘어났다. 예전부터 꾸준히 퀴어 작품을 제작했지만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 마블 시리즈 등 스케일이 큰 작품에서도 LGBT 캐릭터가 등장했다. 해리포터 프리퀄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중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는 덤블도어가 그린델왈드와 연인 관계였음을 암시하는 대사가 나온다. 또 마블 시리즈 <이터널스>에는 동성 간 키스 장면을 넣었다.

 

 

이처럼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늘어나면서 LGBT에서 ‘T’를 맡은 트랜스젠더(Transgender)에도 시선이 쏠리는 중이다. 트랜스젠더는 태어난 성별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보통 성별을 바꾸는 수술을 받은 사람만 트랜스젠더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본인이 성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르기 때문에 육체적 성별을 바꾸지 않았더라도 트랜스젠더라 부른다.

 

 

빠르게 스며드는 젠더 이슈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작품은 비교적 적었지만 낯선 존재는 아니다. 성전환을 밝히고 활동하는 인물로 이전에는 ‘하리수’가, 지금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풍자’가 대표적이다. 풍자는 개인 채널에서 트랜스젠더가 가진 고충이나 재밌는 에피소드를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지난 12월에 오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등장한 트랜스젠더 캐릭터 ‘조현주’도 큰 거부감 없이 시청자에게 스며들었다.

 

독일은 지난해 11월부터 ‘성별자기결정법’을 발효해 스스로 성별을 결정하는 17번째 나라가 됐다.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 없이도 등기소에서 신고만 하면 성별을 바꿀 수 있으며, 두 가지 성별을 모두 선택하는 일도 가능하다. 성소수자 자율성과 인권 보호를 위해 제정한 이 법안은 발효하기 전 3달 동안 사전 신청을 받았고,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8월 한 달간만 15,000여 명이 성별 정정을 신청했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도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을 여성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트랜스젠더가 점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뒤따라오는 문제는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두려운 공간이 된 공중화장실

예전부터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 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한국은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지만,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육체적 남성 트랜스젠더가 여성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신고당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때는 성적 목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호르몬 주사 기록, 평소 입는 여성 복장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비수술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다른 사용자에게 주는 불쾌감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지도 의견이 나뉜다. 태어난 성별과 정체성이 동일한 ‘시스젠더 남성’이 의도적으로 여장한 채 화장실에 들어가 벌이는 성범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해결책으로 해외에선 성중립 화장실이 확산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나라도 수두룩하다.

 

 

논란 속 당신은 남자? 여자?

최근 문제가 가장 크게 드러난 부분은 스포츠다. 비수술 트랜스젠더 수영선수 리아 토마스(Lia Thomas)는 남자부에서 뛰다가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여성이 되는 과정을 밟은 뒤 여성부 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는 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성별을 나누기 때문에 성전환 수술 없이도 출전이 가능하다. 남자 선수 대회에서 성적이 평균 500위권에 머무르던 리아 토마스는 여성부로 바꾼 후 지난 22년 3월 여자 자유형 500야드 종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에 여성 선수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그동안 성전환을 하지 않은 채 여성부와 함께 라커룸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많은 선수는 육체적 남성과 탈의 공간을 공유하며 강제로 신체를 보거나 보여줘야 했다는 부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세계수영연맹(WA)이 규정을 바꾸면서 리아 토마스는 세계수영연맹에서 여는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바뀐 규정은 12세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만 출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해당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해주는 나라가 거의 없어 사실상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금지란 의미다. 그러자 리아 토마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만 칼리프(Imane Khelif)도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맞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또 한 번 문제가 대두됐다. 이미 국제복싱연맹(IBA)은 칼리프에게 XY 염색체 발견에 의한 실격 처분을 내린 전적이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권상 성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칼리프 출전을 허용했다. 이후 그는 알제리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랐고, XY 염색체 여부는 모함이라며 소문을 일축했지만 지난해 11월 프랑스 저널리스트 자파르 아이트 아우디아가 확보한 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Y 염색체를 가진 육체적 남성이 맞았다. 칼리프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5알파 환원효소 결핍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 ‘올해의 여자 선수’로 칼리프가 선정돼 또다시 성별 논란 중심에 섰다.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대를 위해

동성혼을 허락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만큼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중이다. 하지만 성소수자라는 넓은 범위 안에서 함께 이름을 함께하기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잔뜩 안고 있다. 차별 금지와 평등이 또 다른 차별을 부르는 경우는 언제나 딜레마처럼 느껴지는 문제다. 이는 ‘올바른 차별 금지란 무엇일까’라는 의문도 낳는다. 평등이란 무조건 동등함을 외치는 일일까. 아니면 차이점을 인식하고 그에 맞추는 일일까.

 

빠른 사회 변화 속에 젠더 이슈는 여전히 삐걱거리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게 보인다. 성 정체성을 다루는 일이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만큼 사회적 시선과 현실적 규칙도 무사히 정착하길 바란다.

 

 

CREDIT

글 김혜인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