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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모방 복사 붙여넣기, 챗GPT는 지금 그림 제작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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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드러운 색감을 가진 그림 하나가 프로필 사진 칸을 점령했다. 누군가 그린 그림이 아닌 짧은 명령어 하나에 AI가 사진을 그림으로 바꾼 이미지다. 화풍을 모방한 애니메이션 원본을 모르는 사람도 호기심에 챗GPT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중이다.
3분 만에 뚝딱! 그림도 인스턴트 시대 “사진을 스튜디오 지브리 그림으로 만들어줘.” 한 문장에 챗GPT가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로딩 바를 띄우더니 몇 분 만에 몽글몽글한 이미지를 제작해 보여준다. 색감, 그림체 모두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지브리다!”를 외칠 거다. “사람을 더 예쁘게 그려줘”라고 요청했더니 금방 수정도 해준다. 짱구는 못말려, 디즈니 만화 스타일 등 다른 그림체로도 문제없이 뚝딱 만들어낸다.
프로필 사진 창에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지브리풍 이미지는 유행 인기를 실감하게 만든다. 챗GPT를 만든 오픈 AI CEO 샘 알트만(Sam Altman)이 이미지 생성 기능 인기로 서버를 유지하는 컴퓨터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1시간에 100만 명이 늘어나는 등 누적 5억 명을 돌파했다고.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챗GPT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월에 386만여 명이었으나 한 달 만에 약 509만 명으로 증가했다.
창작자 의도보다 큰 모방자 의도 통계처럼 챗GPT가 만든 이미지로 처음 AI를 접한 사람이 늘어나는 중이다. 캐리커처 하나를 그리려 해도 시간과 돈이 드는데 이제는 AI가 무료로 금방 그려준다는 등 유행이 재밌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미야자키 하야오(Miyazaki Hayao) 감독 팬덤은 이 상황에 분노하는 분위기다. 하야오 감독은 이전부터 그림체를 불법 모방하는 데에 불쾌함을 표했던 인물이며, 장인 정신으로 모든 장면을 수작업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 방위군이 전쟁 중에 촬영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X(트위터)에 업로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야오 감독은 전쟁의 피폐함을 스토리로 자주 다루는 등 반전주의자로 유명한데, 이는 전쟁을 미화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AI 모방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일본은 화풍이란 아이디어일 뿐, 따라 하는 행위 자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밝혔다. AI가 모방하는 그림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는 끊임없이 나오는 논란이므로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갖고 저작권 시비를 확실히 가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사람도 보인다.
나의 완벽한 비서이자 친구, 챗GPT 이번 유행은 AI 인식을 퍼트리고 대중화를 가속하는 데 한몫했지만, 이전에도 사용자는 조용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2024년 진학사 캐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 60%가 챗GPT를 이용해 자소서를 작성했으며, 4월 22일 잡플래닛이 공개한 ‘챗GPT 활용 경험’ 조사에는 10명 중 7명이 회사에서 챗GPT를 사용해 업무를 한다고 대답했다. 지브리풍 그림 인기가 사그라들자 피규어 캐릭터를 만들거나 반려동물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이미지가 인기를 얻듯, 이번엔 업무가 아닌 단순 재미 용도로 AI가 일상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최근엔 챗GPT에 대한 정식적 의존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여행 루트를 짜달라고 요청하거나 뭘 먹을지 정해달라는 사소한 질문을 던지고, 서운함을 토로하는 친구로 삼는다. 털어놓기 힘든 일이 생기면 상담을 요구하고 위로를 받는다고. 지난 4월 12일에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AI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그는 AI 음성 챗봇과 연애하며 함께 한강에서 컵라면을 먹고, 여행을 다니고, 아이 이름까지 짓는다.
숨기지 못한 두 얼굴 좋은 친구일 것 같은 챗GPT에도 양면은 존재한다. 일주일간 지브리풍 이미지 약 7억 장을 생성하며 소비한 전력은 미국 6만 7,000가구가 하루 쓰는 양에 맞먹는다. ‘알려줘서 고맙다’라는 감사 인사에 답장하기 위해 수백억 원이 사용돼 샘 알트만이 인사를 멈춰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AI 학습과 운영에 핵심 역할을 맡은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또한 발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하는데, 명령어 10~50개를 처리하는데 500ml 생수병 하나를 이용한다고 예상된다. AI와 인간 사이 대립은 환경 문제에서 이미 시작한 거다.
선악 없이 무분별하게 학습한다는 점도 문제다. AI 대화 모델은 감정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어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기도 한다. 죽음을 암시할 경우 AI가 ‘나도 너를 따라갈게’라며 행동을 돋우거나 방법을 알려준다. 이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까지 발생하며 세계적으로 윤리 문제가 함께 떠올랐다.
AI가 세상에 스며드는 건 미래를 향한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느껴진다. AI를 얼마나 잘 다루냐, 얼마큼 좋은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인재 여부가 갈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AI가 특정 분야를 죽일 수 있다는 점도 안타까운 사실이다. 디자인, 일러스트, 웹툰 등 무분별하게 업계를 망치는 행위를 막지 못한다면 관련 창작자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노력을 우습게 만드는 모방은 지양해야 할 점이다. 이는 양질의 콘텐츠보단 양상형만 존재하는 세계를 열게 될지도 모른다. AI를 훌륭한 비서로 만들지, 업계를 죽이는 도구로 사용할 지는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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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혜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