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설지만 점점 자주 들려오는 ‘메타버스(Metaverse)’.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 진보된 개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메타버스가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에 스며들고 있다. 변화에 발맞춰 가는 MZ세대라면 메타버스에 주목해보자.
▶ 사진 출처_ifland
메타버스의 성장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잦아지면서 메타버스가 무섭게 성장 중이다. 메타버스는 기존의 가상현실보다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을 구축해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고, 실제 모습을 노출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져 최근 언택트 소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니홈피와 소셜 미디어
MZ세대는 누구보다 가상현실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가상현실은 낯설거나 어려운 대상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싸이월드’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나만의 가상 공간인 미니홈피를 꾸미고, 아바타인 ‘미니미’를 만들어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며 소통했다.
싸이월드에 이어 등장한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이 온라인 소통을 더욱 확장시켰다. MZ세대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것 이상으로, 소셜 미디어 그 자체인 세대다. 온라인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고, 온라인 소통을 당연하게 여긴다.
소셜 미디어가 삶의 일부가 되면서 현실의 자아를 온라인으로 표출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현실과 구분되는 가상현실 자아를 따로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부캐(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M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취향 저격 플랫폼이다.
▶ 사진 출처_모여봐요 동물의 숲
비대면 속 대면
코로나19로 교육도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Z세대 학생들이 메타버스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줌을 활용하던 비대면 강의도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 Town)’으로 옮겨가고 있다. 가상 공간에 강의실을 만들고 아바타로 수업에 참석하는 등 자유도와 활용도가 높아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줄줄이 취소되던 대학교 행사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3월, 순천향대는 메타버스로 입학식을 진행해 학생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참여했다. 건국대는 캠퍼스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메타버스에서 축제를 진행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건대 호수에서 낚시하기’ 이벤트 등을 개최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정치계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美) 대통령 조 바이든과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는 2020년 선거 운동 당시, 메타버스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선거 캠프를 만들었다. 캠프 로고가 새겨진 아이템을 배포하는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국내 정치권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하며 메타버스 캠프를 만들고 최고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교육부터 정치 활동까지 어우르며 현실을 가상 공간으로 대체하고, 가상의 일이 현실에 긴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사진 출처_제페토 공식 인스타그램 @zepeto.official
제페토와 로블록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제페토(Zepeto)’와 ‘로블록스(Roblox)’가 있다. 네이버 Z가 2018년 출시한 제페토는 현재 10대와 K-POP 팬들이 주로 이용한다.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블랙핑크는 2020년 9월,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진행해 4,600만 명의 팬을 모았다. K-POP 스타들 외에도 스타벅스, 구찌, 랄프로렌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2006년 출시된 게임으로, 2010년대 후반 성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되었다. 2021년 4월 기준, 월 이용자가 2억 명이 넘어갈 정도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메타버스이다. 게임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세계보건기구(WHO), 레이디 가가가 공동 기획한 온라인 콘서트도 로블록스를 통해 개최됐다. 또한 로블록스는 기획부터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목표로 했다. 이용자들은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통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다른 이용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인 제페토도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기능을 제공해 아이템 제작 등에 이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제페토 내에서 사용되는 의상 등의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 크리에이터는 최대 연 1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메타버스 내 활동이 현실의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통한 경제 활동은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플랫폼들은 이용자의 자유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해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해진다.
대안과 미래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만큼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범주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현재 메타버스 이용자의 다수가 10대 청소년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책임감을 갖는 것은 물론, 정부도 관련 제도를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철저한 사전 예방과 관리책이 필요하다.
과거 모두가 ‘미니홈피는 망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이용자 다수가 이탈했다. 메타버스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분명 온라인 플랫폼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벽을 무너뜨리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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