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대학생활

꼼지락거리는 건 뭐든지 좋은 별다꾸족 이야기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4-21

facebook kakao link
꼼지락거리는 건 뭐든지 좋은
별다꾸족 이야기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Z세대. 나만의 취향, 개성을 표현하고 이를 SNS에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Z세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아이템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세상의 모든 이슈, 세모이에서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세상 속 대표 아이템을 소개한다.
 
▶ 사진 출처_인스타그램 @hyedi_ggu

꾸미기 조상, 다꾸
꾸미기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는 속지,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등을 활용해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6공 다이어리’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다꾸도 함께 유명해졌다. 다꾸의 장점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꾸미면 더 즐겁게 기록할 수 있어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꾸를 하는 동안은 잡생각이 들지 않고 오로지 그 페이지를 꾸미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다꾸러(다꾸를 하는 사람)’는 다이어리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속지를 사용할지, 어떤 스티커를 어디에 붙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렇게 완성한 페이지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 된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밀 자신이 없다고? 꾸미기에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 내 개성에 따라 마음대로 꾸미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다꾸의 진정한 매력이니까.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한 글자씩 꾹꾹 눌러 담는 느낌은 오직 종이 다이어리에서만 느낄 수 있다.
 
▶ 사진 출처_인스타그램 @lovespangle_

사실 내가 원조, 신꾸
많은 사람이 꾸미기 열풍의 시작을 다꾸로 알고 있지만 사실 원조는 신발을 꾸미는 ‘신꾸’다. Z세대가 선택한 신발은 바로 크록스. 스포츠 샌들 중 하나인 크록스는 신고 벗기가 간편하고 통기성이 좋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집 앞 가까운 곳을 간편하게 갈 수 있는 원마일웨어(one-mile-wear)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Z세대에게 크록스가 인기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크록스 전용 액세서리인 지비츠(jibbitz)로 신발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기 때문. 알파벳, 숫자, 동물, 캐릭터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지비츠를 활용하면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크록스를 만들 수 있다. 지비츠를 바꿀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가진 신발을 만들 수 있으니 Z세대의 다양성과 개성을 만족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폰꾸
피처폰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휴대폰으로 개성을 뽐내는 일이 흔했다. 많은 사람이 스티커, 사진, 비즈 등을 붙여 휴대폰 전면을 꾸몄을 뿐 아니라 키패드 조명을 바꾸는 등 내부까지도 개조했다.

폰 꾸미기 이른바 ‘폰꾸’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계기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이하 Z 플립) 출시다. 일반 스마트폰은 터치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꽉 채워 꾸밀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었지만, Z 플립은 디스플레이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전면까지 꾸밀 수 있게 된 것. 핸드폰이나 케이스에 직접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OPP필름 여러 장을 꾸민 후 기분에 따라 골라서 투명 케이스 안에 끼우기도 한다. 또 2000년대 ‘인싸템’이었던 핸드폰 고리를 케이스에 걸면 피처폰 감성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폰꾸하려고 Z 플립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케이스뿐 아니라 배경화면에도 추억 여행 바람이 일었다. 피처폰 화면이나 게임기 화면 스타일로 만든 배경을 설정하면 감쪽같다. 그 시절 사람에게는 향수를, Z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가져다 준 폰꾸로 내 핸드폰만의 매력을 자랑해보자.
 

시국에 지친 소확행, 마꾸
코로나19 상황이 3년 넘게 지속된 현재, 마스크 착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겹고도 지겨운 마스크에도 진심인 Z세대. 시중에 판매하는 마스크를 그냥 착용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준 덕분에 유행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마스크 꾸미기다.

‘마꾸’ 중 가장 보편화 된 제품은 ‘마스크 스트랩’이다. 이는 마스크에 연결해 목걸이처럼 목에 걸 수 있는 끈으로, 음식을 먹거나 마스크 착용이 어려울 때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다. 간단한 검은 끈에서 시작했지만 인기가 높아지며 색과 종류가 다양해졌다. 특히 비즈, 체인 등으로 만든 스트랩은 마치 목걸이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꾸미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티커도 빠질 수 없다. 마스크 겉면에 판박이나 스티커를 붙여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마스크의 안전 기능을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꾸미는 과정에서 구멍을 뚫는 등 필터를 훼손, 오염시키는 일만 하지 않으면 차단 효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 (우) 사진 출처_트위터 @redredvelvet__0

덕질에 진심이라면, 폴꾸·탑꾸·앨꾸
아이돌 팬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포토카드와 폴라로이드 사진. 잘 펼쳐보지 않는 앨범 속에 그대로 넣기는 아쉽고 바인더에 보관하자니 무언가 심심하다. 봐도 봐도 흐뭇한 최애 모습이 담긴 포토카드를 더 예쁘게 간직하고 싶은 덕후는 ‘폴꾸·탑꾸’를 시작했다.

포토카드나 폴라로이드 사진 테두리를 꾸미는 폴꾸·탑꾸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은 간단하다. 우선 사진이나 카드를 넣어 보관할 수 있는 PVC 재질의 ‘탑로더’가 필요하다. 표면을 보호해주는 필름을 부착한 게 좋으며, 일부 탑로더는 파란 색감이 돌기 때문에 꼭 투명한 제품으로 사야한다. 그리고 이 탑로더를 꾸며줄 스티커, 생크림본드, 각종 비즈 등만 있으면 된다. 이제 앨범 콘셉트나 본인 취향에 맞게 꾸미면 ‘예절샷(아이돌 팬이 음식을 먹을 때 포토카드를 같이 들고 찍는 문화)’ 찍을 준비 완료!

폴꾸·탑꾸는 기본으로 장착한 덕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앨범 속 사진을 모아 커버, CD에 콜라주하거나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다꾸 감성을 곁들여 키치하게 꾸미거나 앨범 콘셉트를 살린 스크랩북은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하는 Z세대 트렌드가 잘 녹아 있다.

왜 꾸미기에 열광할까?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엄지족 시대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면 더이상 종이가 필요 없을 거라는 우려와 함께 종이의 끝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종이는 여전히 고유한 특징을 간직한 채 부흥했다. 특히 연말·연초에는 많은 사람이 종이 다이어리나 스케줄러를 사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와 꾸미기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Z세대의 꾸미기 열풍은 코로나 시국과 궤를 같이한다. 코로나19 탓에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외출이 줄어든 대신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본인 취향으로 바꾸는 데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무언가를 소비할 때도 ‘꾸밀 맛이 나는지’를 먼저 생각할 정도로 꾸미기 문화가 주류 트렌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물론 다꾸도 결국 디지털이 흡수해 곧 유행이 끝날 거라는 의견이 있다. 최근 태블릿 PC에서 모바일 앱을 이용해 ‘디다꾸(디지털 다이어리 꾸미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 하지만 트렌드를 추적해 온 문화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David Sax)는 경제학 서적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이러한 뉴트로 문화를 “복고의 귀환이 아닌 디지털 문명의 반동”이라고 해석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아날로그가 새로운 문화이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고 가치있다는 의미다.

잡지를 넘길 때 손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턴테이블 바늘이 레코드판에 내려가 닿으면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의 감각은 디지털로는 느끼지 못한다. 직접 꾸미는 손맛은 디지털이 대체할 수 없기에 디지털 가속화 시대에도 꾸미기 문화 유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CREDIT
 양지원 기자

QUICK MENU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