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이어트가 필요해
디지털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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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든 중독되기 쉬운 시대. 현대인이 가장 많이 중독된 대상은 스마트폰일 테다. 더 나아가 디지털 그 자체에 중독되기 쉽다. ‘초연결’ 사회인 지금, 24시간 모든 것과 연결해 온라인 상태로 살아간다. 지난 10월 ‘카카오 마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특정 서비스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와 연결이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부재와 오프라인 상태에 불안을 느낀다면 잠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가 필요하지 않을까.
카톡이 안 돼도, 오히려 좋아
지난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모든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민간 서비스 하나가 멈춘 것으로 치부하기엔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았다. 그 사이 ‘카카오톡 알림이 오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상 대화는 물론 업무까지, 많게는 수십 개 단톡(단체 카카오톡)방에 매여있던 이들은 잠시 해방감을 느꼈다. 해방감 자체가 이미 디지털 환경에 과하게 노출돼 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에 디지털 디톡스가 주목받았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 합성어로, 스마트폰이나 SNS 등 전자기기와 인터넷 환경에서 잠시 멀어지는 걸 말한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좀비처럼 걷는다는 뜻의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 오프라인 상태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디지털 디톡스는 현대인에게 말 그대로 해독이자 치유라고도 할 수 있다.
10명 중 8명, ‘우리 사회는 스마트폰 중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간한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24.2%는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다. 이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를 보인다. 스스로 스마트폰에 과의존한다는 인식도 57.1%,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답변도 84.1%에 달한다. 이에 비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는 답변은 25.2%에 불과했다.
각종 포털 뉴스와 메신저, SNS는 끊임없는 정보 주입으로 피로와 불안을 더한다. 꼭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작은 튜브에 실린 채 파도에 휩쓸리는 현실이다. 특히 영상 관련 소셜 미디어가 성장하며 정신적 피로도까지 높아졌다.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 콘텐츠를 선보이는 경쟁이 갈수록 심해진다. 이는 눈과 뇌의 피로는 물론, 부정적 감정과 불안까지 일으킨다. 코로나19로 업무와 교육 등 대부분 분야가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피로도가 더욱 높아졌다. 디지털 디톡스는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는 잠시 해방과 해독이 필요한 때.
디지털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는 상황, 예를 들어 ‘카톡’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다면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해보자.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 등 기본 연락 수단을 활용해도 좋다. 하지만 SNS 이용 불가 상황 자체에 불안을 느낀다면 스마트폰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디톡스’라는 말에서 도전 장벽을 느끼기 쉽지만 생각보다 간단히 시작할 수 있다. 우선 ‘스크린 타임’ 등 기능을 활용해 나의 이용 환경을 점검해보자. 어떤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 하루에 몇 번 잠금 해제하는지, 지난주와 비교해 이용 시간은 어떤지 확인하는 것.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이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반드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방해금지 모드'를 추천한다. 쓸데없는 알림을 끄고, 학업이나 업무 등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 스마트폰 이용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사용하지 않는 경우엔 가까이 두지 않는 게 좋다.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자리하던 위치만 바꿔도 자연스럽게 이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사용 장소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침실이나 식사 중에는 금지하는 식이다. 많은 전문가는 특히 잠들기 2시간 전부터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기기 이용이 충분한 숙면을 방해한다는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기술에 주체성 뺏기지 않기
디지털 디톡스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온갖 알고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현대 사회는 가히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다. 동영상 추천은 물론 광고까지, 어떤 서비스든 사용자에게 최적화된다.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다.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콘텐츠만 제공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 외 의견은 거부하는 확증편향도 우려된다.
전자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는 '디지털 치매'도 무시할 수 없다.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건 물론, 간단한 사칙연산까지 스마트폰에 맡기면서 무언가를 기억할 필요마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몰입해 좀비처럼 걷는 것을 넘어, 기술이 모든 걸 대신하며 주관적 판단마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들어온 순간부터 인간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기술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이상 주체적으로 활용하며 경계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학업부터 취미까지 디지털과 가장 밀접한 MZ세대가 디지털 디톡스에 앞장서는 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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