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났다 사라져!
MZ 놀이터, 팝업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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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열리고 사라진다’는 희소성만으로 팝업스토어가 특별하게 느껴지던 시기는 끝났다. 제 팝업스토어가 줄지어 늘어선 지역도 존재한다. 마트폰 안에서만 만날 수 있던 앱,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공간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업스토어라는 형식 자체는 익숙해졌지만 특별한 팝업스토어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중이다. 비자는 이제 팝업스토어를 ‘놀이터’처럼 찾아간다.
팝업‘스토어’에서 ‘팝업’스토어로
인터넷 팝업(pop-up)창처럼 짧게 ‘팝!’ 했다 사라지는 가게, 팝업스토어. 의미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역사가 20년이나 됐다는 건 대부분 모르지 않을까. 시초는 대형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미국 유통업체 타깃(Target)이었다. 2002년, 타깃은 미국 뉴욕 맨하탄에 당초 계획했던 신규 매장 부지를 구하지 못해 단기 임대한 자리에 임시 매장을 열었다. 단기간 운영한 매장은 오픈 시간 전부터 대기 줄이 늘어섰다.
초기 팝업스토어는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거나 출시 전 제품을 미리 선보이며 소비자 호기심을 증폭시킬 의도였다. ‘스토어’에 중점을 두고 물건을 판매하는 게 주목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방점은 ‘팝업’이 됐다. 눈길을 끄는 인터넷 팝업창처럼 특별하게, 잠깐만 존재했다 사라지는 희소성이 우선이다. 때문에 체험을 더욱 강조하며 관심과 흥미 유발 요소를 우선순위로 하는 추세다. 제품 판매가 주요 목적이 아니기에 매출과 바로 연결되지 않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마케팅 관계자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좋은 기회이며, SNS를 통해 빠른 피드백을 얻을 수 있기에 팝업스토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SNS 화제성이 목표인 만큼 ‘올리고 싶게’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판매하는 제품은 팝업스토어 한정판이나 단독 굿즈로 구성한다. 오직 소비자의 새로운 경험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도 적지 않다. 브랜드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재현하고, 그 안에서 흥미를 느끼는 게 중요해졌다. 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는 친밀감을 높이고 직접 연결된다는 관계성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이미지 각인에 성공하기 쉽다.
이곳에 가면 팝업을
팝업스토어 성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단연 서울 성수동이다. 이제 성수동은 수제화 거리가 아닌 팝업스토어 거리가 됐다. 굳이 찾지 않아도 걷다 보면 여러 ‘힙’한 팝업스토어를 마주할 수 있다. ‘힙스터 동네’로 오른 성수동인 만큼 독특하게 꾸민 공간을 발견한 소비자는 거부감 이 새로운 경험에 발을 들이곤 한다. 성수동에는 팝업스토어만을 위한 공간을 단기 임대하는 사업도 등장했다.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는 크기에 따라 공간을 주 단위로 빌려준다.
단독 건물을 임대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성수동과 함께 대표 팝업스토어 장소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 지금까지 더 현대 서울에서 아이돌 그룹, 영화,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지하 2층 매장에 마련된 팝업스토어만을 위한 공간은 주기적으로 입점 브랜드가 바뀐다. 밤새 줄을 서며 ‘오픈런’ 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쇼핑 등 다른 목적을 위해 백화점을 방문한 소비자가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팝업스토어에 입장하지 않아도 줄지어 늘어선 대기 인원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화제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한계 없는 공간
뜨거운 인기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 가능했던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은 2021년 성수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름만 봐서는 어떤 공간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금성’은 LG전자 옛 사명이며 TV 제품을 전시 및 이용할 수 있게 마련한 오락실이었다. 제품 성능 위주로 전시하는 대신 소비자 흥미를 끄는 여러 게임을 신제품으로 플레이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제품까지 관심이 이어지도록 했다.
금성오락실 팝업스토어 외부에는 테라스 카페와 분식 코너도 마련했다. 이처럼 최근 식료품과 관계없는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비자가 공간에 오래 머물게 하는 효과를 본다. 마지막은 굿즈 판매로 꾸몄다. LG전자가 아닌 금성오락실 로고를 담은 소품과 의류 등은 희소성 그 자체였다.
▶ 사진 출처_‘LG’ 공식 홈페이지
금성오락실은 반드시 브랜드 제품과 관련 있는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성공 사례였다. 더 나아가 자사 제품을 전혀 선보이지 않은 팝업스토어도 등장했다. 바로 침구류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로서리’, 식료품 판매를 중심으로 한 곳이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침대와 전혀 관련 없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으로 시작했다. 할리우드 하이틴 영화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분위기는 MZ세대 취향을 저격했다. 이를 시작으로 시몬스는 감각적이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 사진 출처_시몬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열렬한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팝업스토어가 아닌 공식 스토어로 서울 청담동에 자리 잡았다. 여전히 침구류는 보이지 않는다. 1층에서는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생뚱맞게 느껴지지만 팝한 공간에 어울리는 농구공 등을 구매할 수 있다. 2층은 와인과 소스 등 식료품을 판매하고 야외 테라스 카페도 마련했다. 마지막 3층은 전시관이다. 소비자는 한 공간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시몬스 제품을 직접 체험하지 않음에도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쌓는다.
해당 브랜드 대표 제품도, 한정판 제품도 아니지만 특별한 공간에서 판매하는 소품과 와인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의외로 많은 편이다. 팝업스토어가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친밀한 관계성을 형성하는 것 이상으로 매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브랜드 제품 한계를 뛰어넘은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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