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보는 세상
점자 독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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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야. 많은 장애인 관련 단체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도 부르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복지 증진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했다는 취지에 따라 시각장애인 문자인 점자를 공부해 봤어. 눈이 아닌 손끝으로 세상을 마주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할게.
손으로 읽는 글
점자란 볼록 튀어나온 점을 촉감만으로 읽는 시각장애인용 문자야. 세로 3점과 가로 2점을 합해서 총 6점으로 구성하고, 왼쪽부터 위에서 아래를 1·2·3점, 오른쪽 위에서 아래를 4·5·6점이라 부르지. 점자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풀어서 쓴다는 점이야. 예를 들어 ‘대학’을 점자로 적을 때는 초성, 중성, 종성을 나눠 ‘ㄷ+ㅐ+ㅎ+ㅏ+ㄱ’으로 표기해. 그러다 보니 손끝 감각을 익힐 뿐 아니라 읽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대.
점자는 어떻게 읽고 쓸까?
점자는 묵자(墨字), 즉 인쇄한 일반 문자와 동일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 점자판에 찍을 때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작성하지. 점자를 읽고 쓸 때 주의할 점은 크게 세 가지인데 먼저 초성 ‘ㅇ’은 생략해야 해. ‘아’를 쓸 때 ‘ㅏ’만 표기하는 거야. 또 자음과 모음을 축약한 약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을 쓰고 싶다면 ‘ㅎ+ㅕ+ㄴ’이 아닌 약자를 사용한 ‘ㅎ+연’으로 기재하면 돼. 예를 들어 ‘인연’ 같은 경우에는 모음을 따로 쓰지 않고 약자 ‘인’과 ‘연’을 조합해서 쓰면 되니까 훨씬 짧고 읽기도 쉽겠지? 마지막으로 초성 자음과 종성 자음은 모양이 달라서 첫소리 글자와 받침 글자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해.
직접 익히고, 읽고, 써봤어
가장 먼저 할 일은 점자표를 보면서 표기법을 익히는 거야. 약자가 의외의 복병이었지. 묵자처럼 자음과 모음을 그대로 조합해 작성하기도 하지만 ‘가~하’, ‘을’, ‘은’, ‘것’ 등 아예 새로운 점자를 쓰는 경우가 있어서 신경 쓸 부분이 많았거든. 다양한 규칙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어. 초성 ‘ㅏ’ 생략과 예외 경우, 된소리, 겹받침 등 점자를 조합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더라고.
일단 내 이름 ‘오유진’을 점자로 써볼 거야. 초성 ‘ㅇ’은 생략하고, 자음과 모음을 열심히 조합했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점자 번역기 홈페이지를 활용해서 검토했는데 틀렸지 뭐야! ‘진’은 ‘ㅈ+ㅣ+ㄴ’이 아니라 약자를 사용한 ‘ㅈ+인’으로 써야 하더라고. 문자의 기본인 자음과 모음뿐 아니라 약자를 제대로 익히는 일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지.
점자판에 점을 찍는 게 일반적이지만, 간단한 버전으로 큐빅 스티커를 활용해 점자를 만들었어. 실제 점자보다 커서 구조를 파악하기 쉬운 편이었는데도 눈을 감은 채 손끝 감각만으로 글자를 읽으려니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 한 음절 끝이 어디인지, 정확히 어떤 부분이 튀어나오고 들어갔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지. 1/3 크기인 실제 점자는 얼마나 더 읽기 어려울까? 역시 문자를 배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
이번에는 주변에 있는 점자를 직접 찾아 나섰어. 아무래도 점자를 자주 볼만한 곳은 엘리베이터 아닐까? 문 개폐, 층 등 거의 모든 버튼에 점자 표기가 존재했어. 하지만 전자식 버튼을 사용하는 최신 건물에는 없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편의점에서 구입한 캔콜라에서도 점자를 확인했는데, 방향을 파악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어. 결국 읽어보니 ‘펩시콜라’가 아닌 그저 ‘탄산’이라고만 적혔더라. 음료조차 직접 골라서 마시기 힘든 시각장애인 고충을 조금이나마 실감했던 순간이야.
에필로그
사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문자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 점자를 자주 접하는데 늘 어떻게 읽는지 궁금했거든. 이번 계기로 점자는 단지 문자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정안인(正眼人)과 동등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필수 도구라는 걸 깨달았지. 일상 속 점자 부재와 부정확한 표기 개선의 필요성도 느꼈고. 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다들 함께 관심 가져주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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