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_인간과 사회를 위한 교양 공동체 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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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대학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수현 당연히 대학교에 가는 것이라 배웠어요. 그 안에서 제가 원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판단해 지금 학교에 오게 됐어요.
정호원 저도 당연한 코스로 여겼어요. 고등학교 때 고민은 ‘내가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인가’였죠.
허혜원 대학교도 의무교육인 느낌이었어요.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공 공부 때문이라기보다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점 때문인 것 같아요.
김남석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그런 건 대학 가서 해라’, ‘대학 가면 다 할수 있다’ 하셔서 대학을 가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입시를 앞두고는 취업 등 현실적인 부분이 보이며 대학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에 오기 위해 어떻게, 얼마나 공부했나요?
허혜원 수시전형으로 왔는데, 수시는 선생님들이 써주는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이 좋아야 해요. 잘 보이려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했죠. 야자도 하고, 과외도 했어요.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경제적 부담도 컸어요.
안수현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를 같이 준비했어요. 학종을 위해 교내외 경시대회와 백일장에 나가고, 동아리 활동하고, 내신·모의고사 공부하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놀거나 이런저런 이야기 할 만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막상 대학에 오니 어떤가요?
안수현 관심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은 높아요. 등단하신 분들이 교수님으로 계셔서 배울 점이 많거든요. 아쉬운 건 대학교도 성적대로 줄 세워놓는다는 점이에요. 고등학교와 다르지 않다는 데서 회의감이 들었어요.
정호원 고등학생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관심 있는 것을 찾아 언제든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족스러워요. 한편으로는 대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학과 공부 외에 취업을 위한 인턴도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자아도 찾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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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과 대학서열이 인생에 얼마큼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안수현 다른 학교 사람들을 만나며 학교의 명성이 꼭 그 친구의 인성이나 지식의 깊이를 결정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업할 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크게 영향 주지 않을 것 같아요.
허혜원 아직 현실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을 해요. 고졸인 친구가 하는 말이 작은회사 경리로 들어가려 해도 대학은 필수 조건이라 하더라고요.
김남석 우리나라에서는 학벌이 경제적, 심리적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사학 전공인데 제 부모님만 하더라도 전공 바꿀 생각 없냐, 역사로는 먹고살기 힘들지 않겠냐 하십니다.
숙명여고 사건 이후, 교육부가 발표한 감사 자료에 의하면 고교 시험지 유출사고는 2015년 2건, 2016년 1건, 2017년 4건, 2018년 6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허혜원 무한경쟁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1등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1등을 위해 나머지 99명은 배제되는 구조. 다른 분야에도 경쟁은 있지만, 특히 교육 분야는 사회 출발점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 혈안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남석 자녀들이 좋은 학벌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도 작용하겠죠. 극단적으로 비리를 저지르면서 기형적 구조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해요.
오랫동안 공부는 사회적 신분 상승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현재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공부해야 할까요?
안수현 스스로 얼마큼,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져야 해요. 취직이라든지 외적 요건이 아닌 내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혜원 좋아하는 학문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지, 또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호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나 생각을 꿰뚫어 보는 힘을 길러주는 게 공부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넓게 보고, 잘 사는 데 목적을 두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남석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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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안수현 학생들이 입시 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학교 이름’이 아니라 ‘관심사’에 따라 진학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정호원 외국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정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김남석 대학입시에 토론과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 어떨까 해요. 그러면 교육정책도 생각하는 힘과 방법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마련될 것 같아요.
취업,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해서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나요?
정호원 글쓰기요. 학벌, 나이, 지역 등을 넘어 사회와 연대할 수 있는 것이 글이라고 생각해요.
허혜원 저는 국·영·수 빼고 다 해보고 싶어요. 이것 빼고는 다 재밌게 느껴져요.
안수현 경제적 부분만 해결된다면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싶어요.
김남석 심리학을 배우고 싶어요. 성숙하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얼마큼,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져야 해요.
외적 요건이 아닌 내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udienc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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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사학과 14 김남석
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을 나눠 좋았습니다. 공평한 교육의 장이 마련되어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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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7 안수현
재밌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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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16 정호원
캠퍼스 플러스 독자에서 참여자가 되다니,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대학생들도 인문학적 토론을 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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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제도는 공부의 재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