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_명지대학교 시사동아리 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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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악플로 인해 유명 연예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악플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시나요?
김경혜 악플로 인해 사람이 목숨을 끊었다는 것 자체가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준 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악플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악플러들이 고인(古人)의 주변인을 향해 또다시 악플을 달며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준용 저는 악플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악플이 문제화된 것이 2008년 정도인데, 그 이후 혐오 표현이 더 빈번하게 등장하긴 했어도 현시점에 유독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변경민 악플로 인한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인권을 침해하고 급기야 생명까지 앗아가는 말들을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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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이나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본 적이 있나요?
김경혜 대학 커뮤니티 플랫폼 내 익명 게시판이 운영되기 때문에 악플 피해 사례가 분명히 있으리라 봅니다.
박종권 익명성 뒤에 숨어서 특정인이나 단체를 마녀사냥하는 일이 있을 수 있죠. 제가 접했던 사례로는 특정 동아리에 대한 루머가 한번 발생하기 시작하니까, 대학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이야기가 돌면서 루머가 확대·재생산되었던 일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동아리에 대한 비방이 게시판에 올랐는데, 점차 동아리원 개개인에 대한 루머로 번지는 과정이 끔찍했습니다.
김경혜 앞선 사례에서는 가해자의 일방적인 가해 행위에 반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거나, 루머를 반박하기 어려운 비대칭적인 조건이어서 더욱 대처가 어려웠던 것 아닐까요? 루머를 퍼뜨린 최초 유포자를 특정하기 어려우니까요.
변경민 실명으로 운영되는 SNS에서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었는데, 익명으로 운영되는 대학 커뮤니티 플랫폼은 이런 문제가 유독 많이 보이더라고요.
*사이버 불링: 사이버 공간에서 이메일, 스마트폰, SNS 등을 활용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
사이버 불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종권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 의도는 정당하지만, 악플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반대합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면 담론의 크기가 줄어들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피해가 더 클 것입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글에 따르면 인터넷 실명제 도입 이후에 악플의 빈도수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전체적인 댓글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변경민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찬성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책임감이 부여된다면 표현의 자유가 남발되는 문제는 줄어들 것입니다.
김준용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반대합니다. 2008년에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었는데, 당시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였어요. 직접 자신의 신상을 드러내면서 유명인의 홈페이지에 찾아가서 악플을 다는 것을 보면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악플을 막는데 큰 효과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죠.
박종권, 김경혜 아까 말씀하신 사례는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회원 가입이 가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실명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실명 이외의 ID나 별명이 표기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로 지칭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준용 가명을 쓸 수 있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언급하고자 하는 측면은 누군가는 실명을 사용하면서까지 악플을 쓴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상 계정을 만들 수는 있겠죠.
김경혜 가상 계정을 만들 수도 있는데 당연히 실효성이 없다고 봅니다.
박종권 우리가 논의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회원가입 시 확실하게 실명 및 본인 인증을 요구받는 등 실명 확인 절차가 엄격한 수준으로, 개인 식별 정보가 관련 기관에 노출되기 때문에 말씀하신 사례와는 다르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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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에 도입되었다가 5년 후인 2012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없어진 제도입니다. 2019년 현재 인터넷 실명제가 다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준용 인터넷 실명제가 다시 도입되더라도 과거보다 실효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3대 포털 사이트의 입지가 컸던 반면, 지금은 SNS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SNS의 경우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인터넷 실명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김경혜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명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일이 개인이 가진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인터넷에 남긴 정치적 성향의 글 때문에 실생활에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침해죠.
변경민 시간이 지날수록 악성 댓글과 혐오 표현이 느는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최소한의 방안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악플러를 전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댓글을 쓰거나 의사를 표현할 때 경각심을 갖게 유도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박종권 인터넷 실명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악플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 금지법, 혐오 발언 금지법 등을 통해 개인의 존엄성을 해칠만한 수준의 글은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악플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종권 일베와 같이 혐오가 난무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10대 이용자들이 매우 많아요. 학교에서도 공공연하게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본인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여겨집니다.
변경민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인식 변화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혜 보통 악플러들은 ‘연예인이라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이처럼 악플러가 자신이 쓴 댓글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따라서 명시적인 욕설뿐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평가 역시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Audienc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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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와 법안이 마련되어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개인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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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을 작성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물론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도움의 손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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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가 다시 화제가 되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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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통해 평소 인터넷 사용 습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독자분도 한 번쯤 인터넷 사용 습관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