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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어떻게 보셨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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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어떻게 보셨나요?
 
“연진아, 난 오늘 개강했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파트1 공개 3일 만에 2,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흥행한 뒤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관련 밈(meme)이 등장했다. 주인공의 치밀한 복수에 대해 ‘멋있다’는 찬사와 ‘염려된다’는 우려 속 3월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더 글로리>가 흥행하며 드라마 밖 현실의 학교폭력 문제가 재조명받았다. 폭력과 단죄, 그 너머 진정한 정의와 치유는 무엇인가? 정치외교 학술연합 동아리 ‘여정’과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연출 안길호 | 극본 김은숙 | 출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등 | 방영 2022년 12월 30일 공개(파트1), 2023년 3월 10일 공개(파트2)

고등학생 시절 박연진(임지연)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는 문동은(송혜교)에게 뜨거운 고데기로 화상을 입히는 등 끔찍한 학교폭력을 일삼는다. 동은은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금수저 연진에게 가로막혀 어쩔 수 없이 자퇴를 선택한다. 오랫동안 처절한 복수를 꿈꾸며 교사가 된 동은은 가해자들 앞에 나타나 차근차근 준비해온 반격의 응징을 감행한다.

*이 기사에는 해당 드라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더 글로리>를 시청한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박용겸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을 소재로, 대중성 있게 풀어낸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는 속 시원했지만 소위 ‘빽’ 있는 가해자를 법으로 처벌하기 힘든 현실이 씁쓸했습니다. 게다가 통쾌한 복수는 드라마에 불과하니까요. 작품 속에서도 제 역할을 못 하는 공권력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박재한 주인공이 긴 시간 복수를 준비하고 결국 통쾌한 앙갚음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흔한 권선징악 구조입니다. <더 글로리> 차별점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벌한다는 독특한 줄거리인데요. 파트2에서 철저하게 설계한 응징을 실현할 때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유시아 <더 글로리>는 단순한 권선징악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륜, 가정폭력, 아동 대상 범죄 등의 실체를 밝히고 비판하죠. 작품을 통해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과 어두운 사회 문제를 되돌아봤습니다.

이세영 굉장히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짜인 작품을 본 것 같아요.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중반부까지 극적인 흐름을 이끌다가 완결성 없는 결말을 짓는 작품에 실망하곤 했었거든요. <더 글로리>는 이전에 쌓은 복선을 회수하며 오락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어요. 탄탄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궁금합니다.

박재한 복수극 주인공인 동은이요. 처절한 복수는 수년간 많은 걸 포기한 결과였죠. 응징에 몰두하는 그를 섣불리 비인간적이라고 판단해선 안 됩니다. 깊은 상처에서 비롯한 괴로움을 원동력으로 삼아 복수를 계획하는 모습이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깊은 연민과 동정도 느꼈던 것 같고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이세영 단연 전재준(박성훈)입니다. 입체적 모습이 재밌게 다가왔거든요. 동은에 이입한다면 재준은 ‘절대 악’이죠. 하지만 일부 대상에게는 그런 면모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흥미로운 고민을 하게 만든 캐릭터였습니다.

박용겸 저는 동은의 친구였던 김경란(안소요)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 때부터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까지 가해자 보복이 두려워 동은을 아는 체할 수 없었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유시아 이사라(김히어라)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동은에게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라고 말하는데요. 신을 앞세워 죄의식 없이 범죄를 일삼는 사라가 어떤 몰락을 맞을까 궁금해하며 봤습니다. 또 연진에게 “학폭은 너나 위험하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 뭔 타격이 있어?”라고 말하는 모습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꼬리 자르기 하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를 소개해 주세요.

박용겸 방금 시아 님께서 말씀하신 장면을 꼽고 싶은데요. 학교폭력 문제의 사각지대를 잘 보여줬죠. 유명인이 되지 않는 한 가해자는 대부분 평범하게 생활합니다. 오히려 피해자보다 더 잘 사는 경우도 허다할 거고요. 최근 크게 이슈인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한 걸 봐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가해자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아요.

유시아 극 중 동은의 대사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이라고 말한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잘못과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법에 어긋나거나 다른 이에게 큰 해를 줘서는 안 되죠. 동은의 말처럼 가해자의 치명적 과오로 기억되는 게 복수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은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소문에 허우적거리는 연진의 모습을 얼마나 고대했을까요.

박재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동은이 한 말이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에 적힌 형벌입니다. 죄에 상응하는 벌을 주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뜻하는데, 동은은 이보다 더 강한 복수를 원해요.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으니까요.

이세영 저는 특정 장면보다 사라 역을 맡은 김히어라 배우가 보여준 뛰어난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파트2 후반부, 사라가 혜정(차주영)의 목을 연필로 찌른 건 충격적이었습니다. 강렬함에 몰입했던 장면이었어요.


폭행 등을 그대로 묘사한 장면으로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박재한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 속 폭력 장면과 노출 등 선정성을 문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이 상상 이상의 고통을 남긴다는 점을 주제로 합니다. 물론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불쾌할 수도 있지만 실제 피해자의 고통에 비견할 순 없을 겁니다. 현실을 드러낸 거라고 생각해요.

이세영 자극적 묘사는 실제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참혹함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면 필요한 연출이겠죠.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폭력적 장면에 반복 노출된다면 그에 익숙해져 현실에서도 도덕적 해이나 죄의식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요. 특히 최근 시청자의 폭력 민감성이 점점 둔감해지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수위를 조금 낮추거나 간접적으로 연출해도 괜찮았을 거라고 봐요.

박용겸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폭력, 복수라는 소재와 장르 특성상 관련 논란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아 그런 장면은 허구보다 잔인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시청자 관심을 유발하는 촉매제입니다. 용겸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논란을 부른 고데기 장면은 17년 전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해요. <더 글로리> 덕분에 해당 사건이 관심을 받아 피해자가 채널S 예능 <진격의 언니들>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더 글로리>는 파트2 공개 이후 2주 연속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세영 복수는 국적에 상관없이 흥미를 느끼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이입하기 쉬웠을 거예요. 주인공은 물론 악역까지 각 캐릭터 매력이 뚜렷하다는 점도 인기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닥쳤을 때 캐릭터 반응을 예상해보는 것 또한 재미있었어요.

박재한 학교 내 따돌림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라는 걸 느꼈습니다. 태국에서는 해시태그 #TheGloryThai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자를 고발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드라마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자가 멀쩡히 살아가는 잔혹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에 모두가 분노하고 공감한 것 같아요.

유시아 전 세계적으로 비리와 폭력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가해자는 관련 사건이 이슈가 되면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요. 악행을 감추려는 자에 대항하는 동은을 중심으로 권선징악 당위성을 전달하기 때문에 흥행한 게 아닐까요?

박용겸 통쾌한 복수가 대리만족을 줬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동은처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트라우마를 직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더 글로리> 흥행을 계기로 유명인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도 다시 떠올랐고요. 관련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재한 미디어가 가진 힘을 느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한 대중문화는 사회의 방향과 문화의 자정작용을 촉진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범죄임을 일깨워 줬습니다.

유시아 학교폭력 당시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이 있었다면 뒤늦게 폭로할 일은 없었을 거란 생각에 안타까웠어요. <더 글로리> 흥행을 계기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씻어주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라요.

이세영 긍정적 현상이죠.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참상을 자세히 묘사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학교폭력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요. 앞으로 많은 기회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박용겸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그동안 잊혔던 가해자 과거가 이제라도 드러났으니까요. 가해자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피해자에게는 억울함을 해소하는 시간이 됐기를 바랍니다.


극 중 동은은 학교폭력 신고에 실패합니다. 현재 학교폭력 처리 절차 중 개선이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요?

박재한 처벌 강도를 더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신고 절차 개편이 먼저 필요해요. 지금은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먼저 학교 내 전담 기구에서 자체 해결하고, 해결이 어려울 경우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나서는데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으로 이어질 경우 보호자 싸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신고 방법을 단순화하고 공론화를 포함해 가해자가 수사망을 피할 수 없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이세영 아무래도 학교 안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시 학교 내에서 처리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요? 은폐가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고요.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새로운 기관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시아 <더 글로리>처럼 교사가 무고한 피해 학생을 압박하는 2차 가해를 방지해야죠. 신고 여부를 고민하며 불안해하는 피해자를 돕는 정의로운 교사가 필요합니다.

박용겸 처벌을 위한 긴 과정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피해자는 신고 후에도 두려움을 안고 가해자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해요. 엄격한 분리 조치가 시급합니다.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처벌 방안은 무엇일까요?

박용겸 우선 가해자 권력과 무관하게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의로운 판결을 하는지 감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죠.

이세영 학교 외부에서 학교폭력을 관리하고 감시할 기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벌도 봉사나 교육 이수 등 가볍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수준으로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좀 더 강력한 처벌이 경각심을 높일 수 있어요.

유시아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 징계 내용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대학 입학 시 조회할 수 있도록요. 또한 정당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독립된 학교폭력 전담 기관을 두는 법안도 필요합니다.

박재한 시아 님 말씀과 비슷하게 학교폭력 가해로 처벌받은 관련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졸업 후 삭제가 가능한 상황이거든요. 기록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고요. 현재 교육·아동 관련 업계에 종사할 경우 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것처럼 학교폭력도 데이터베이스화해 필요시 열람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Audience Talk
 

박용겸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22학번

<더 글로리>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되돌아봤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학교폭력을 10대 청소년 문제로 치부하고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제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박재한
가천대학교 법학과 21학번

다소 무거운 주제인 학교폭력을 고찰해보는 계기였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유익했어요. 모두가 한층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됐길 바랍니다.
 

유시아
동덕여자대학교 피아노전공 21학번

<더 글로리>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토론을 통해 관련 문제를 짚어보고 여러 현상에 대해 논하며 사고의 폭을 넓힌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이세영
삼육대학교 생활체육학과 23학번

가장 뜨거운 주제로 여러 관점을 공유해 뜻깊었습니다. 토론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제 의견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고요.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캠퍼스플러스》 감사합니다.
CREDIT
취재 권채린, 김예찬 인턴기자
 권채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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