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을 연결하는 판다 외교관
그저 귀여운 선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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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연간 회원권을 끊고 매주 놀러 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동물원 중 하나인 ‘판다월드’ 마스코트 ‘푸바오’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아이돌 공연장에서 볼 법한 전문가용 카메라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판다는 알고 보면 복잡한 사정을 담고 있는 외교적 동물이다.
▶ 사진 출처_'삼성물산' 공식 홈페이지
한국을 떠나야 하는 용인 푸씨
2020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는 아기 판다 탄생으로 들썩였다. 국내 유일 대왕판다 ‘아이바오(愛寶)’와 ‘러바오(樂寶)’ 사이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났기 때문. 이름은 공모를 통해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을 가진 ‘푸바오’(福宝)라고 지었다. 이름대로 푸바오는 에버랜드 명물이 됐다. 공식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말하는동물원 뿌빠TV>는 푸바오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성장 과정을 기록했다. 담당 사육사 ‘판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와 다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사육사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영상 조회수는 1,400만 회를 넘겼다. 이후 ‘용인 푸씨’, ‘푸공주’ 등 애칭을 얻을 정도 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 2월, 일본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이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푸바오에게 관심이 쏠렸다. 많은 이의 귀여움 을 독차지한 푸바오도 내년 7월쯤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왜 모든 판다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부드럽지만 강한 동물외교
동물외교는 멸종 위기종이나 희귀종 등 의미 있는 동물을 상대국에 파견함으로써 관계를 증진하는 외교 방식이다. 군·경제 분야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큰 외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동물을 주고받는다는 사실만으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일본 국왕으로부터 코끼리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동물을 외교에 활용한 건 오래전부터였다.
동물외교 대표로 꼽히는 판다는 근대 이전, 현지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동물이다. 1860년대 프랑스인 선교사가 발견하면서 서구인 눈에 띄었고, 192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판다 붐이 일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외교국에 평화와 우애의 뜻으로 판다를 선물했다. 685년 당나라 시
절에도 중국 최초 여황제 측천무후(則天武后)가 일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판다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나, 근대에서 본격 외교 수단으로 삼기 시작한 건 1947년부터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을 지원한 미국에 감사의 뜻으로 대왕판다 한 쌍을 증정한 것. 이후 1972년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전 미국 대통령 방중 당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것을 기념해 판다 한 쌍을 선물했다.
중국은 관계 개선이 필요하거나 우호적인 국가에만 판다를 선물하기 때문에 현재 18개국이 임대 중이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는 인도는 14번이나 판다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모든 판다는 중국 소유
1973년에 체결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르면 희귀동물은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고 ‘보호 연구’ 목적으로만 외국에 나갈 수 있다. 이에 중국은 1980년부터는 판다 한 쌍 당 연간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 내외를 번식연구 기금 명목으로 받고 대여해 주는 형식으로 변경했다. 외국에 판다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셈이다. 대여받은 나라에서 새끼가 태어날 경우 중국에 추가로 40만 달러(한화 약 5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
‘전 세계 모든 판다 소유권은 중국이 가진다.’는 조약에 따라 임대한 개체뿐 아니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역시 중국이 소유한다. 더불어 해외에서 태어났더라도 생후 24개월이 지나면 중국으로 반환하는 게 원칙이다. 오는 7월, 3번째 생일을 맞는 푸바오도 빠르면 1년 뒤 한국을 떠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2016년에 대여한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당시 15년 대여에 합의했기에 2031년 3월이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 반환하는 명분상 이유는 번식이다. 대왕판다는 3~4살을 짝짓기 적령기로 본다. 다행히 현재 멸종위기 등급이 ‘위기’에서 ‘취약’으로 한 단계 내려갔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약 1,8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중국에서 특별 관리를 하는 것.
판다 외교의 이면
최근 늘어나는 판다 인기만큼 동물외교 이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중이다. 지난 해 미국 하 원 의원 낸시 메이스(Nancy Mace)는 “수백만 명 미국인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음모를 알지 못한다.”며 <새끼 판다 송환 합의 폐기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이 대외 이미지 희석용으로 판다를 이용한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특히 신장 위구르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가리기 위해 판다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로 판다를 외교에 활용한 이후 권위주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인권탄압에 대한 비판이 줄었다는 효과를 봤다고 평가한다.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타났다. 동물보호단체 PETA(The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아시아지부 부회장 제이슨 베이커(Jason Baker)는 “판다는 가족, 친구와 유대 관계가 돈독하며, 영리한 사회적 동물이기에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돈벌이와 정치적 도구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동물외교는 멸종위기 동물 복원 사업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대왕판다가 멸종위기 취약 단계로 낮춰진 건 외교를 통한 인공 번식 프로그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전했다. 개체가 증가한 건 중국이 판다 서식지 벌목을 멈췄고, 밀렵꾼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수십 년간 어마어마한 재정을 투입한 인공 번식·사육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번식과 적응에 성공한 판다는 얼마 되지 않는다. 대다수는 방사조차 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동물을 생각한다면 멸종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포장한 채 ‘소프트파워를 가진 외교관’ 역할을 수행시키기보다 그저 자연에서 잘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을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해서 선물처럼 주고받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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