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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확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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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확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해 7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숨졌다.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뒤늦게 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자 정부는 해결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 중이다. 그러나 실효성을 둘러싸고 반응이 엇갈린다. 의료 시스템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여자대학교 시사담화 동아리 ‘직녀’와 함께 논의해 봤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된 상황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한 건 2020년 문재인 정부 때다. 당초 10년 동안 연간 400명씩 늘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특수 상황과 의사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난 10월 윤석열 정부는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전국 의과대학 4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희망 증원 폭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이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총파업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 중이다.


일상에서 의료 공백을 느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육수민 저는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에 살아서 그런지 직접 느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뉴스는 자주 접했습니다. 응급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던 중 가는 병원마다 응급실이 꽉 차서 치료받지 못하고 골든 타임을 놓쳐 환자가 결국 사망했다는 기사도 읽었고요. 의료 공백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장혜윤 시골에 사시는 고모께서 유방암에 걸리신 뒤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시곤 했습니다. 지방에는 암을 치료할 만한 대형 병원이 없으니까요. 퇴원 후에도 경과를 지켜봐야 해서 한동안 수도권에 사는 자녀 집에서 지내셨는데요. 다행히 완치 후 고향에 내려가셨지만 재발 검사를 위해 지금도 정기적으로 서울을 찾으시죠.

황유진 지병을 가진 친척이 갑자기 증세가 악화해 응급실에 간 적 있어요. 입원이 필요해서 빠르게 서류 절차를 마치고 기다리는데 여러 병원에서 병실 부족을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다음 날 오후 5시에야 작은 병원에 겨우 입원했다고 해요.

조수연 지난 명절에 심하게 체해서 응급실을 찾았어요. 환자는 밀렸는데 휴가 중인 의사가 많아 진료가 지체되더라고요. 5시간 이상 기다렸는데 대기하는 동안 체기가 사라져서 결국 진료를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필수 의료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황유진 의료 서비스가 수도권에 편중된 상황,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이 큰 문제입니다. 예약제를 시행하는 대형 병원에서도 기본 40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소아청소년과, 여성의학과, 응급의학과, 외과 등은 전공의 모집부터 힘든 상황이고요.

장혜윤 유진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방 필수 의료 부족 문제가 심각해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의 지역 편차가 큽니다. 서울은 3.45명인 반면 그다음 높은 대전은 2.63명, 가장 적은 세종은 1.23명이라고 합니다. OECD 평균인 3.7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죠. 효과적인 치료를 제때 받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조기 사망자 수를 뜻하는 ‘치료 가능 사망률’도 지방이 대도시보다 약 1.2배 높습니다. 지방병원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의사 연봉을 억대로 올렸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의료계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육수민 응급실에 자리가 없이 환자 치료가 늦어지는 ‘응급실 뺑뺑이’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구급차가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경우는 3만 건 이상입니다. 2022년 재이송 사유 중 전문의 부재, 병상 부족이 53%를 차지했습니다. 응급실은 말 그대로 급한 환자가 가는 곳인데 의사가 없어 치료받지 못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현재 논의 중인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육수민 앞서 혜윤 님께서 말씀하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세계적 수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기준 한의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보다 1.1명 적은 수치고, 뒤에서 두 번째 수준이라고 합니다. 의학 계열 전공 졸업자도 인구 10만 명당 7.3명으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적고요. 이것만 봐도 당장 의사 수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황유진 저는 현재 의료진의 절대적 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직업의식을 갖고 사회에 공헌하는 의사보다 수익 창출을 중시하는 의사가 더 많다고 느껴지는 점 같아요.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 전공의가 몰리듯이요. 그래서 필수 진료 과목에 종사하는 인력이 부족한 거죠. 의료진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방법을 찾아야지, 의대 정원 늘리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출 때가 아니라고 봐요.

장혜윤 지금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의대 정원은 부족한 수준이겠죠. 하지만 한국은 저출생 국가로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기에 장기적으로는 의사 수가 충분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협은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보고 있어요.

조수연 인구 자체는 감소하더라도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한 것 같아요.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라고 합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더 늦기 전에 부족한 의사 수를 충원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로 발생할 부작용은 없을까요?

조수연 이공계 대학생 중 의대 진학을 목표로 휴학이나 반수를 선택하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듯해요.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학과로 진학하려고 반수, 재수를 고민하는 글이 많습니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반도체 관련 학과까지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고요. 이처럼 이공계 인력 부족까지 나비 효과를 가져올 위험이 존재해요.

육수민 저도 의대에 가려고 재수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큰 부작용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이 78.7%라고 하는데, 의대 정원이 늘어나고 입학 문턱이 낮아지면 더욱 늘어날 것 같아요. 당장 제 주변에도 의대 정원 확대 소식을 듣고 수능에 재도전하는 졸업생이 있거든요.

장혜윤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질까 봐 걱정됩니다. 미국 의대는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를 구분한다고 해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치료도, 수업도 모두 도맡아 하죠. 이런 상황에서 학생 수가 늘어나면 교수 업무 부담이 더 커지고 교육 질이 낮아질 거예요. 그 피해는 결국 진료를 받는 시민에게 돌아가죠. 의대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합니다.

황유진 저는 의료비 증가가 우려되는데요. 의료시장은 공급자인 의사가 수요자인 환자보다 전문 지식을 훨씬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 대신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를 악용해서 과잉 진료를 하는 사례도 발생하죠. 의사 수가 늘면 그만큼 과잉 진료 사례가 증가할지도 몰라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쳐 공공복지에 해를 끼칠 가능성도 무시 못합니다.

 

졸업한 의대가 위치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종사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해당 정책이 지방 의료 공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황유진 초기 몇 년은 도움이 되겠지만 의대 지망생은 수도권 의대 진학을 더욱 열망할 거예요. 결국 이 또한 수도권과 지방 의대 간 격차를 심화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지역별로 의료 시스템 수준 차이가 극명해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 수 확충만으로 지방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육수민 최근 5년간 울산대학교 의대 졸업생 185명 가운데 울산에 취업한 사람은 13명에 불과하다고 해요. 지금처럼 지역 의대 출신 의사를 지역에 붙잡을 대책이 없다면 아무리 의사를 많이 키워도 소용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사제는 지방 의료 공백을 메꿀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장혜윤 저는 지역의사제에 구멍이 많다고 생각해요. 일본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었는데, 대부분이 현내 중심병원에서 근무했고 중소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적어 실효성이 떨어졌어요. 과연 우리나라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마치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강경책을 내놨어요. 하지만 이는 의료계 반감만 불러올 뿐입니다.

조수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최종 목표는 지역마다 필수 의료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지역의사제를 함께 도입한다면 더 빠르게 이룰 수 있겠죠. 지방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육수민 지방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의대는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위주로 뽑는 게 어떨까요? 그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도록 말이에요. 또 의대 교육 과정에서 지역 의료 봉사 기회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논의했던 지역의사제 역시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조수연 소아청소년과, 여성의학과 등 필수 의료 과목은 지원자부터 줄어드는 추세예요. 저출생 때문에 잠재적 환자가 감소하고,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병원을 폐업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해야 합니다. 공공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면 수가를 매겨 보상을 강화하는 공공정책수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죠. 공공어린이병원 사회보장제도가 대표적인데요. 이러한 구제 정책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장혜윤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워라밸’을 무척 중시하잖아요. 이건 의사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필수 의료 과목은 개인 업무량이 매우 많지만 보상은 낮고 소송 위험이 크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적극 개선해야 합니다.

황유진 필수 의료 과목 처우도 문제지만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수입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기 과는 미용 목적 성형 수술 등 비급여 진료가 활성화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비급여 진료로 효과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혹할 겁니다. 해당 시장을 어느 정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Audiences Talk
 

육수민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23학번

의대 정원 확대 뉴스는 자주 접했지만 막상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요. 이번 토론을 통해 의료 시스템을 둘러싼 사회 문제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깨달은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혜윤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19학번

‘비인기’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더불어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 의사 공급이 쏠리는 현상은 공공보건 적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첨예한 갈등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이에게 부족하지 않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조수연
서울여자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학과 23학번

토론을 통해 의대 증원의 영향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균 수명 증가, 고령화에 따라 증원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무리한 추진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앞으로 정책 방향을 꾸준히 지켜봐야겠어요.
 

황유진
서울여자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21학번

무겁게 느꼈던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생각을 정돈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필요에 따라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기존 의료인과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마련하길 바랍니다. 정부와 의협 간 대담이 꼭 필요해 보여요.
CREDIT
 유영주 인턴기자
취재 유영주, 김혜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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