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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밀린 극장가 한국 영화의 돌파구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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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급성장, 극장 운영 제한과 흥행 양극화, 영화 투자 중단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한국 영화 산업은 회복되지 않았다. 또한 정부 지원 예산 반토막 삭감으로 독립·예술영화 생태계가 무너지는 위기가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중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배급팀 ‘삼오필름’과 함께 논의해 봤다.

 

 

지난 1월에 진행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GV(Guest Visit)에서 주연 배우가 “요즘 한국 영화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전까지 통용되던 흥행 공식은 깨졌고, 관람 행태도 바뀌었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제작, 마케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화 산업이 거의 붕괴됐다”라는 말을 꺼낸다. 

 

 

한국 영화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해원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 관객이 극장에 발길을 끊었던 게 시작인 것 같아요. 팬데믹 동안 OTT가 그 공백을 채웠고, 덕분에 굳이 시간을 내서 영화관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거죠. 

 

윤여원 관객 입장에서 티켓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7~8천 원이었던 영화가 지금은 만 원대를 넘어가잖아요. OTT 구독료랑 비슷한 수준이죠. 예전에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았지만, 지금은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 아니라면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이상학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제공하는 영화가 퀄리티나 다양성 측면에서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봐요. 특히 한국 상업영화는 그 문제가 더욱 잘 드러나고요.

 

조성현 저도 상학 님과 비슷한 의견이에요. 최근 개봉한 <서브스턴스>나 재개봉한 <더 폴>은 조금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평을 듣는 예술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흥행을 기록했어요. 많은 사람이 영화에 관심을 안 갖는 게 아니라  한국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관객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과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눠본 적 있나요?

윤여원 영화과 학생이기 전에 소비자이기 때문에 앞서 얘기했듯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고 느껴요. 부모님과 한 달에 몇 번씩 영화 보러 가는 게 우리 가족 취미 생활이에요. 특히 아버지께서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요즘 아쉽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같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고 싶어도 다 함께 영화 한 편을 보려면 5만 원 넘게 지출해야 하죠. 단순한 취미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비싼 금액이 됐고, 결국 OTT로 소비하는 경우가 늘어났어요. 

 

이상학 같은 과 학생뿐 아니라 관련 종사자 분들과 해당 문제로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결국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관객이 좋아할 만한 내용은 무엇일지 많이 고민해요.

 

박해원 다른 학과 친구에게 이 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어요. 영화를 보는 시선이 영화과 학생과 조금 다르더라고요. 극장보다 OTT로 시청하는 친구가 많이 늘어났는데 접근성도 낮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니까 집에서 편하게 즐기고 싶어 했죠.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많은데 그런 면을 잊어가는 듯해서 조금 아쉬워요.

 

조성현 저도 주변 지인과 대화하면 혼자 조용히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상영 기간도 줄었을 뿐 아니라 스크린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는 시간대와 관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거든요.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상학 일시정지나 배속을 하지 않고 감상한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주어진 콘텐츠를 신뢰하며 끝까지 잘 소비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다가 끝까지 본 후 인상 깊게 남는 작품이 생기기도 하는 거고요. 그런 뜻밖의 경험이 영화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박해원 많은 요소 중 기술적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사운드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껴요. 영화 사운드는 보통 극장 서라운드 시스템에 맞춰서 만들어져요. OTT로 영화를 볼 때는 이어폰이나 컴퓨터 혹은 TV 스피커로만 듣는 경우가 많아서 실감 나는 소리를 100% 즐기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하죠. 

 

윤여원 같은 장면을 보며 울고 웃고, 작품을 해석하며 뜯어보는 게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해서 평소 GV에 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최근 <딸에 대하여>를 보고 인상이 깊어서 GV를 찾아봤어요. 감독, 배우분들이 관객과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지잖아요. ‘나도 이 부분이 궁금했는데’, ‘이분은 저 장면을 그렇게 보셨구나’처럼 관객이 느낀 다양한 해석을 한 자리에서 함께 느낀다는 게 특별하고 재밌더라고요. 이처럼 극장은 함께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장소 같아요. 

 

조성현 여행을 떠날 때 공항에 가는 일부터 여행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공항에서부터 느껴지는 기분과 공기가 다르니까요. 극장도 그 공간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극장 개봉작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해원 갈수록 대형 상업영화만 상영하는 등 개봉작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까 관객 입장에서 새롭고 독창적 작품을 찾기 어려워졌어요. 영화 산업 전반적으로도 창의성이 떨어져서 다양한 영화를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조성현 한국 영화가 장르적 다양성이 부족한 점은 사실이에요. 그런 부분은 여러 배급사가 해외 수입작으로 많이 채워주는 중입니다. 앞서 얘기한 <서브스턴스>, <더 폴> 같은 예술영화뿐 아니라 씨네Q 영화관에서도 오스카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작품을 많이 상영하는 중이에요.

 

이상학 성현 님 의견과 반대로 독립·예술영화를 따로 배급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CGV는 ‘아트하우스’라는 특별관에서 따로 배급하고, 롯데시네마는 ‘아르떼’라는 전용관에서 상영하는데요. 그마저도 지방에는 몇 관 없어서 독립·예술영화를 보려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시스템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도 제한한다고 느끼기 쉬워요.

 

윤여원 앞에서 많이 언급하긴 했지만 비슷한 상업영화만 계속 스크린에 걸다 보니 극장을 찾는 사람이 선택할 영화가 부족한 듯해요. 상학 님 말씀처럼 독립영화는 관을 따로 만들어서 상영하다 보니 극장이 관객 선호도를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면 영화 산업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신작 영화는 OTT를 통해 공개하는 반면, 극장은 과거 인기작 재개봉 비중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OTT와 영화관 산업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박해원 두 산업이 공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OTT는 많은 분들이 강조하셨던 것처럼 시간, 장소에 제약 없이 영화를 감상할 자유를 보장해 준 플랫폼이에요. 반대로 영화관은 긴장감을 극대화해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장점이 존재하고요. 특히 앞서 얘기했던 사운드 외에도 오감을 자극하는 4DX나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IMAX 상영관은 OTT로 구현할 수 없는 몰입감을 주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윤여원 영화 티켓 가격이 오른 만큼 새로운 걸 경험하기보다 본인이 지불하는 만큼 영화 품질을 따지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에 극장에서 과거 인기작을 계속해서 재개봉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검증된 영화를 다시 끌고 오며 집에서 체험할 수 없는 큰 사운드와 화면에 대한 갈증을 채워준다고 보거든요. 극장이 가진 이런 장점을 재개봉 쪽으로만 돌리지 말고, 앞서 얘기한 GV를 조금 더 활성화하길 바라요. OTT로 영화를 본 후 해당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얘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학 OTT에서 신작을 공개하는 방식은 극장과 공존할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여러 작품을 공개하려면 한국 영화계도 발전이 필요해요. 세계 여러 나라가 주목하는 OTT에 신작을 공개한다면 K무비 시장을 넓히고 한국 콘텐츠 발전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는 영화가 ‘영화’다운 역할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조성현 영화 제작사는 영화관에 1차로 배급한 다음 2차로 OTT에 배급하면서 영화관에서 충분히 채우지 못한 관객 수를 채우는데요. 이런 방식은 제작사와 배급사 재정 안정성에 많은 기여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 영화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윤여원 대형 배급사 독과점 문제가 가장 크다고 느껴요. 한 작품이 거의 모든 관을 차지하고 다른 영화는 쉽게 보기 어려운 시간대에 배분하잖아요. 해외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의 OTT 공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홀드백(Hold Back) 기간을 주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관련 법안 얘기만 나올 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배급 구조를 포함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상학 티켓 가격이나 배급 문제도 크지만 제작 과정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많은 지원이 우선입니다. 신인 감독이 새로운 영화를 보여줄 만한 행사가 늘어난다면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완성도 높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지 않는다면 극장도, OTT도 존재하기 어려워요. 관객 수 증대보다 활성화를 보장할 환경과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박해원 현재 위기가 단순히 영화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정부 차원에서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지난 2월 서울독립영화제가 정부의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올해 영화진흥위원화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에 공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정책적으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진 영화를 제작하도록 지원해 준다면, 창의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영화 산업뿐 아니라 국가적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거예요.

 

조성현 정부 차원에서 영화계를 지원하고 예산 삭감을 철회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작 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해요. 미국 ‘A24’라는 제작사는 투자 이후 제작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나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예술영화면서 관객 만족을 시켜주는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왔죠. 우리나라도 배급사가 투자는 하되 감독 결정과 취향을 보장해 주면 좋겠습니다.

 

 

Audiences Talk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3학번 이상학

국내 영화산업 발전과 지속 가능성, OTT 업계에 대해서 고찰해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영화 업계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하고 다른 분들 생각도 들어봤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1학번 윤여원

극장과 OTT를 모두 사랑하는 관객, 영화를 공부하고 꿈꾸는 학생으로서 고민하던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눠서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기를 소망합니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1학번 조성현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도 교수님 의견을 듣기만 했지,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 영화계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2학번 박해원

영화계가 위기라는 기사는 많이 봤는데요. 그동안 이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진지하게 의논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요. 《캠퍼스플러스》를 통해 토론할 기회가 생겨 즐거웠습니다.

 

 

CREDIT

윤예진 인턴기자

취재 윤예진, 성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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