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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 알바
빕스에서 1년 반, 애슐리에서 반 년. 부족한 용돈을 충당하기 위해 스무 살에 멋모르고 알바를 시작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은 몸과 맘이 모두 고생하는 ‘빡센’ 알바다. 무거운 식기를 씻고 나르는 것도 힘겨웠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초반 동료들의 텃세와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3개월 차, 매뉴얼도 채 못 배웠는데 얼결에 홀 안내를 나갔다. 허둥대는 내 모습에 무전기 너머 왕고참 언니 목소리. “안내할 줄 모르면 나오지 말아야지, 뭐하는 거야?! 그렇게 할 거면 들어와!” 무전기의 특성상 소리가 울렸고 주변 동료와 손님들 모두 그 얘기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기가 몇십 팀씩 쌓여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손님들이 보니까 웃으라고 할 때는 진심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지나자 일이 익숙해졌다. 자신감이 붙었고 사람들과도 친해졌다. 알바 덕분에 나는 단체 안에서 내 몫을 다 하는 법을 배웠다. 또 서비스직은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보니 웬만한 일에는 당황하지 않는 평정심이 생겼다. 압박감을 다스리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이젠 예상 밖의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건국대학교 사학과 15학번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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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망둥이와의 생활
14살 때 일이다. 학원 끝나고 엄마 차를 탔는데 조수석에 도넛 박스가 있었다. 열었다가 작은 강아지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둥이와 만났고, 금세 내 인생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수의대에 진학하겠다 마음먹은 것도 둥이의 영향이 있었다. 대학 입학 후 수의사가 쉽지 않은 길이란 걸 깨달았지만, 꿈을 확고하게 굳히게 된 것 역시 둥이 덕분이었다. 전공 지식 배울 땐 ‘이걸로 둥이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지난 학기에는 둥이를 자취방에 데려와 지냈다. 함께 있으니 외롭지 않고 잠도 잘 잤다.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고, 인형 같던 둥이는 어느덧 열한 살 노견이 됐다. 어린 시절 줄곧 함께였는데 전과 달리 기력 없는 둥이 모습을 보면 앞으로는 내가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올해 본과 3학년에 올랐으니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게 될 텐데, 열심히 공부해 좋은 수의사가 되는 게 내 목표다. 둥이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줘야지.
전남대학교 수의학과 15학번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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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인턴 생활
작년 여름, 국제개발협력단체 인턴을 하기 위해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휴학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던 차였다. 그곳에서 나는 사고의 전환을 경험했다. 결정적 계기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였다. 참가자에게 한국어 공부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의 목적이 돈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화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물질보단 가치를 추구하고, 남을 배려하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나도 모르게 억눌려있던 건 아닐까? 남이 말하는 행복을 좇다가 정작 ‘나’의 행복은 놓치고 있진 않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국민행복지수 높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것 그 자체란 걸 깨달았다. 인턴 경험을 통해 내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확실히 달라진 건 내 주관대로 도전하며 살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거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로지 내 인생에 집중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15학번 한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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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유럽 자유여행70대라서 행복한 점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알바비를 모아 유럽여행을 떠났다. 가보고 싶기도 했고,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스페인,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과 프랑스를 차례대로 다녔다. 건축 디자인 전공이라 건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는데, 오랜 기간 수리를 거쳐 보존된 건물들이 고풍스럽고 멋졌다. 마치 골목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낯선 이들과 교감하는 기회도 많았다. 왠지 끌려 계획 없이 들어간 부다페스트의 한 식당. 동양인은 우리뿐이라 낯설던 것도 잠시, 마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근하게 대하는 서버들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했다. 재밌는 불쇼 공연을 코앞에서 관람하고 서버들과 같이 사진도 찍었다. 기분 좋게 웃으며 식당을 나오다 행인에게 “Your smile is good!” 이란 얘기를 듣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와 별 5개 식당보다, 예상치 못하게 겪는 소소한 일들이 더 짙은 여운을 남겼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새로운 경험과 많은 영감을 얻었던 여행. 지금도 일상에 지칠 때면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고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다시 여행 갈 날을 위해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인덕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15학번 김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