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가 주류로 한국은 ‘스우파’ 홀릭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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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하반기를 뒤흔들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Street Woman Fighter)’(이하 ‘스우파’). 여성 댄서 크루가 참가해 벌이는 스트릿 댄스 서바이벌이다. 과거 다른 경연에서는 획일화된 안무에 맞춘 춤을 선보였다면, ‘스우파’에선 언더그라운드에 숨어있던 비주류 댄스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대한민국 지반을 들썩이게 하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댄서들은 세상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은 걸까.
 

▶ 사진 출처_Mnet


안무가부터 교수까지 한데 모여 스트릿 댄스 배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 Mnet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댄스 크루를 가려낸다. 댄서들 대다수는 아이돌 백업 댄서부터 비걸(B-girl), 안무가 등 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다. 진행자 강다니엘과 심사위원 중 NCT 태용, 황상훈을 제외한 모두가 여성이다. 이들에게 춤은 몸을 움직이는 것 이상의 ‘퍼포먼스’다. 춤으로 이름 좀 날렸다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저마다의 스타일로 스트릿 댄스를 뽐낸다. 크루에게 주어지는 스테이지별 미션 주제는 매 회차 바뀌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실 Mnet의 여성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기획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하반기 방영된 ‘퀸덤’은 걸그룹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시리즈로 제작된 ‘프로듀스 101’을 통해 출연진 간 경쟁을 부추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에 싫증을 느낀 시청자 일부는 방영 전부터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아티스트로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예인은 재미없어” 일반인 출연자 관심↑
‘스우파’는 ‘프로듀스 101’이나 ‘퀸덤’과는 결이 다르다. 누군가에게 뽑혀야 데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아이돌이 주인공도 아니다. 이들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은 댄서로, 그 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연예인보다 인지도가 부족해 화제성이 걱정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댄스 미션이 있을 때마다 대중 평가를 위해 유튜브 영상이 꾸준히 업로드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댄스 크루
‘웨이비’의 리더 노제의 ‘헤이마마’를 커버한 영상이 넘친다. 노제가 춤추는 모습을 그린 팬아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중들이 연예인도 아닌 백업 댄서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그들이 ‘비주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셀럽들의 일상이 궁금해도 예전처럼 TV 앞에 앉아 ‘연예가중계’를 틀지 않아도, 연예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지 않아도 된다. SNS가 많은 사람들의 감정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고 나서부턴 셀럽들도 일반인처럼 일상을 업로드하고, 그날 느꼈던 느꼈던 감정을 글로 쓰면서 소통의 창구를 열어둔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은 자신과 같은 일반인이 토크쇼 주인공으로 다뤄질 때 더욱 호기심을 보였다. 사회 초년생들은 MBC ‘아무튼 출근!’을 보며 직장인의 출퇴근 라이프에 공감한다.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아이부터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까지 인터뷰이의 폭을 넓혀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 뿐 아니라 동기부여까지 준다.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는 이 프로그램들의 유튜브 영상 최다 조회수는 2021년 10월 기준으로 ‘아무튼 출근!’이 458만 회(이소연 은행원 편), ‘유퀴즈 온 더 블록’이 594만 회(강승구 경위 편) 이상으로 기록됐다. 연예인 중심 토크쇼인 MBC ‘라디오스타’에서 성우 김보민이 출연한 영상 클립이 656만 회, 농심家의 손녀 함연지가 출연한 KBS2 ‘해피투게더4’는 308만 회였다. 연예인에서 일반인으로의 관심 전환은 ‘스우파’에도 적용된다. 아이돌, 가수에서 백업댄서로 대중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사진 출처_Mnet


크럼프, 보깅, 왁킹... 언더그라운드 댄스가 수면 위로
‘스우파’에서는 다른 국내 경연 프로그램에서 없었던 새로운 댄스 유형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스트릿 댄스. ‘아이돌 공화국’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MZ세대에게는 케이팝(K-POP)이 가장 익숙하다. 반면, 크럼프(Krump), 보깅(Voguing), 왁킹(Waacking)등은 외국에서 유래된 춤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주로 댄서들에게만 알려져 있었다. ‘스우파’ 댄서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스트릿 댄스를 대중화시켰다.

크럼프는 미국 흑인 춤에서 유래된 힙합의 한 장르다. 가슴을 튕기거나 팔을 격렬하게 휘두르는 등 파워풀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장르다 보니 아시아에서는 유독 크럼프를 추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런데 아시안, 그것도 여성이 흑인 남성들의 춤을 춰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이키의 크루 ‘훅(Hook)’이 메가 크루 미션에서 선보인 크럼프 댄스 영상은 업로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461만 회를 돌파하며 큰 관심을 증명했다. 보깅은 패션 매거진 ‘보그(Vouge)’에 나오는 모델들의 포즈를 음악에 맞춰 표현한 데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 뉴욕 할렘의 볼룸 문화에서 시작돼 마돈나가 ‘Vouge’라는 노래에 보깅 안무를 구현해 대중에게 알렸다. 동시대 로스앤젤레스의 게이 클럽에서는 팔을 회전시키는 동작이 대표적인 왁킹이 탄생했다. 댄스 배틀에서 러브란은 보깅, 립제이는 왁킹을 주로 추면서 무대를 휩쓸었다. 두 장르 모두 LGBT 커뮤니티에 뿌리를 두고 있어 아직 해당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 사회에선 신선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종, 성별, 성 지향성에 대한편견 타파
아이키가 팀 ‘올레디’로 4위를 수상한 미국의‘월드 오브 댄스(WORLD OF DANCE)’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종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춤 장르를 볼 수 있었다. 개인 간 고유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는데 개방적이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에도 드디어 그 바람이 불고 있다. ‘스우파’는 춤이라는 장르에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받는다는 걸 보여준다. ‘라치카’와 ‘프라우드먼’이 드랙킹과 드랙퀸으로 등장한 맨 오브 우먼 미션 퍼포먼스와 가사는 그 의미를 가득 담았다. “난 옳은 길로 가고 있어.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거든. (I’m on the right track baby. I was born this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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