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기표현, 타투(Tattoo)
최근 한 타투이스트가 유명 연예인에게 타투 시술을 한 것이 알려지며 고발을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 법적으로 타투는 의료행위로 규정돼 사실상 모든 타투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타투 시장의 규모는 약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불법이라는 규제 속에서도 한국의 타투는 새로운 자기표현 수단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 출처_김도윤 타투이스트 인스타그램 @tattooist_doy
변화하는 인식
과거 문신이라 하면 영화 속 조폭들이 등에 새긴 용 문신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는 익숙한 ‘문신’이라는 말을 ‘타투’로 대체하고 있다. 전혀 다른 것이 아니다. 피부에 잉크를 주입하는 똑같은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담은 문신을 타투라는 용어로 대체하며 사회 인식의 변화를 시도했고, 실제로도 변하고 있다. 젊은 층이 많은 번화가에 가면 타투를 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타투의 성장
타투라는 말에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개인적으로, 정사각형의 사진이 가득한 인스타그램 피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스타그램의 등장이 타투의 가시화와 성장을 이끌었다.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가 삶의 일부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시각적인 표현이 중요해졌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더 해리스 폴(The Harris Poll)이 2015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인스타그램의 등장 이후 타투를 하는 미국인은 약 2배로 증가했다. 시각적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타투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2010년대 후반부터 인스타그램 이용이 증가했고, 개성적인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타투 인식의 변화와 성장을 맞고 있다.
방송에서는 여전히 모자이크
우리가 타투에 익숙해진 이유는 무엇보다 자주 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외에도 유튜브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타투의 노출이 크게 증가했다.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도 타투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소셜 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자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타투는 여전히 ‘방송 불가’다.
방송 심의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원칙적으로 타투를 금지하는 심의 규정은 없다. 그러나 시청자의 불쾌감과 혐오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생김새나 크기와 관계없이 모든 타투의 방송 노출이 금지되고 있다. 방송 심의 규정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는 이유다.
▶ 사진 출처_류호정 의원실 / 사진 출처_김도윤 타투이스트 인스타그램 @tattooist_doy
의료행위 vs 자기표현
현재 한국에서는 1992년의 판례를 기준 삼아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한다. 따라서 타투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27조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다. 타투 업계에서는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법적 근거 또한 30년 전의 것임을 강조하며 현시대에 맞지 않는 뒤떨어진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의사가 하는 타투 시술은 괜찮을까? 1999년부터 타투이스트로 활동 중인 조명신 의사는 지난 4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타투 시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치매 방지 타투와 소방관 무료 타투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술에도 법적인 허점이 존재한다. 타투 장비 자체가 의료 기기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인 면허가 있더라도 적법한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모든 타투는 불법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현재 타투 관련 규제들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지난 6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타투업법’을 발의하며 ‘타투는 그 사람의 외모이다’라는 내용의 기자 회견과 드레스 퍼포먼스를 보였다. 타투를 자기표현이자 자기창조(Self-creation)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관련 법안 발의와 함께 타투 시술이 의료법을 위반한다는 판결에 대한 헌법 소원도 진행 중이다.
K-타투의 인기와 위기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실력은 세계적이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해외로 작업을 떠나기도 하고, 뉴욕 등 타투 문화가 자리 잡은 곳에서도 현지 한국인 타투이스트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도이(Doy)’로 활동하는 김도윤 타투이스트는 브래드 피트 등 유명 배우와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보컬 크리스 마틴에게 작업을 의뢰받으며 실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는 의료인 면허 없이 불법 의료 시술을 한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아 항소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타투이스트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의 지회장으로서 타투 합법화를 위한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타투이스트도 한국에서는 범죄자가 될 위험에 처해있다. 징역을 선고받아 형을 살고있는 타투이스트도 적지 않다.
막을 수 없는 변화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타투 시장 규모는 1조 원에 육박하며 타투이스트는 약 24만 명, 소비자는 1,300만 명에 달한다. 지금은 타투이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염료에 대한 안전검사와 위생 상태 점검 및 소독을 하고 있지만, 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이상 소비자의 안전을 확답하긴 어렵다. 또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제대로 된 피해 보상 및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올해 6월 진행한 ‘타투 관련 인식과 타투업법’에 대한 전국 성인 1,002명의 여론 조사 결과, 51%가 타투업 법안에 찬성했다. 20대에서는 81%가 찬성했으며 30~40대의 응답도 찬성이 60%로 타투 법제화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인 편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타투는 몸에 무언가를 새긴다는 것 이상으로, 언어 발화 없는 메시지의 표현이자 하나의 예술 장르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타투의 성장과 소비자의 증가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현실에 발맞춰 법도 변화가 필요하다.
글_김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