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주로 발걸음을 뗐던 나로호. 발사는 실패했지만 누군가에겐 꿈을 향한 출발이었다. 당시 나로호를 지켜봤던 고등학생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되어 2022년 누리호를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과학에 낭만을 더한다. 무한한 암흑에 꿈과 빛을 피워내는 우주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나로호가 쏘아 올린 꿈
2009년 8월, 우리 땅에서 최초로 발사한 나로호. 2010년 6월 2차 발사까지 실패했지만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은 무너지지 않았다. 2022년 6월 2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하며 한국은 마침내 세계 7대 우주 강국에 이름을 올렸다. 나로호와 달리 우리나라 기술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한 연구원 사연이 알려져 화제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비행성능팀 오영재 연구원은 고등학생 시절,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3일을 앞두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발사를 앞둔 긴장과 설렘을 몸소 느끼며 꿈을 키웠던 학생이 자라서 누리호 발사에 함께한 것이다. 실패라 평가했던 시도도 누군가에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동력과 꿈의 시작이었다.
누리호 발사에 이어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도 우주를 항해 중이다. 지난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미 우주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달 상공을 돌며 표면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달을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다누리는 앞으로 미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합류한다.
우주 여행의 서막
나사에서 진행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달을 향한 인류의 귀환(Humanity’s return to the moon)’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 인류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이 달을 밟을 예정이다. 나사는 이번 달 탐사로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거대 프로젝트 발판을 마련한다. 달로의 귀환이자 화성을 향한 여정의 시작인 것. 앞서 언급한 다누리 등이 합류하는 국제 협력뿐 아니라 민간 기업과도 함께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우주 산업을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가 저물었다. 이제는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현재 나사와 가장 밀접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SpaceX)’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참여한다. 다누리 또한 스페이스X 소속 무인 착륙선인 팰컨9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블루오리진(Blue Origin)’도 대표 민간 우주개발업체다. 이외에도 미국 방위산업체 ‘보잉(Boeing)’, 영국 위성 인터넷 통신 기업인 ‘원웹(OneWeb)’ 등 다양한 기업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모두 유인 우주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스페이스X는 1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화상 탐사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간 우주여행은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 4월, 스페이스X는 민간인 4명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했다. 비용은 1인당 약 7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우주여행 물꼬가 트이면서 9월에는 중국도 민간 우주여행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비용은 1인당 약 6억 원 수준이라고. 20세기 우주 개발 주축이 러시아와 미국이었다면 이제는 미국과 중국, 이에 민간 업체가 합류해 경쟁이 뜨겁다.
우주를 채우는 빛과 쓰레기
우주 암흑을 밝히는 기술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1957년 소련이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후 인류가 우주를 탐사한 지도 65년이 지났다. 이제는 인공위성 발사가 엄청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인터넷을 연결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위해 2030년까지 약 4만 대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밝혔다. 2022년 10월 기준, 우리 머리 위를 떠다니는 스타링크 인공위성만 3,000기가 넘는다.
이제는 밤하늘을 바라봐도 빛나는 게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쉽게 알 수 없다. 유독 반짝이고 있다면 인공위성일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 인공위성 개수가 급증하면서 천체 관측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지상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에 직선으로 흔적을 남기기 때문. 스페이스X는 빛 반사방지 패널을 개발하고 있지만 관련 전문가는 이미 발사한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관측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본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인공위성 밝기와 주파수 대역 등에 대한 국제적 규칙, 가이드라인이 없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 사진 출처_한국천문연구원 박영식 선임연구원
2020년 6월 22일 충북 괴산에서 촬영한 구상성단 M13과 사선을 가로지르는 스타링크 인공위성 궤적.
▶ 사진 출처_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AGI STK®)
2020년 6월 22일 기준 스타링크 인공위성(약 538개) 궤도를 STK(Satellite Tool Kit)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모습.
현재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은 약 5,000기다. 모든 장치가 작동 중인 건 아니지만 기능하지 않아도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고장 난 인공위성뿐 아니라 로켓이나 우주선 파편, 부품까지 우주를 떠다니는 상황이다. 올 3월에는 중국 로켓 파편이 달에 충돌하기도 했다.
우주를 항해하는 물체가 많아질수록 쓰레기도 늘어나 골칫거리다. 인류 기술이 닿은 모든 곳에 쓰레기가 존재한다. 화성 표면에서도 탐사선이 남긴 파편이 다수 관측됐으며 화성에 버려진 우주 쓰레기만 약 7톤이 넘을 것으로 추측한다. 기술 발전에 비례해 아직 밟지 못한 땅에도 쓰레기를 남기고 있는 것. 영화 <그래비티> 주인공은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홀로 암흑 공간을 떠다닌다. 이 모습이 현실이 될 수도 있어 문제다. 아직 우주정거장에 충돌하거나 지상에 추락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없지만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우주 쓰레기는 지상에도 큰 위협을 준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사막이나 해양에 추락했지만 도심으로 떨어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지난 7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30년간 데이터를 활용해 10년 안에 우주 쓰레기 추락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약 10%로 추정했다. 지금처럼 인공위성과 우주선 등 발사가 잦아지면 이 확률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현재 지구 궤도에 있는 쓰레기는 1억 7,000만 개 이상이며 무게는 7,500톤에 달한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13개국이 모여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IADC)를 구성해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총회를 열어 우주 환경을 위한 국제 협력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관련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 2013년 설립한 일본 기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우주 파편 및 잔해물 제거 업체로, 일명 우주 청소 회사다. 자석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제거하는 기술을 실험 중이다. 또 영국 서리대학교 우주센터는 그물을 이용한 우주 청소 위성 개발에 나섰으며 유럽우주국(ESA)도 우주 쓰레기 포획 및 제거 로봇을 개발 중이다.
지난 9월 27일, 나사가 ‘지구 방어 실험’에 성공했다.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인류 최초로 소행성 궤도를 바꾼 것.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등 영화 속에서만 마주하던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항간에 ‘나사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농담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대체 얼마나 무한할까. 21세기는 정말 우주와 함께하는, 누구나 우주로 가는 시대가 될까. 우주가 정복의 대상이기보다 상상을 펼쳐내는 무한한 도화지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