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만 살 수 있을까?
대학생의 카드 없는 하루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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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카드 결제를 넘어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디지털 간편 결제가 흔한 시대야. 하지만 여전히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계층이 존재해. 이를 위해 한국은행은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홍보교육자료를 냈지. 카드 없이 생활하면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하루 동안 직접 체험해봤어.
프롤로그
도전 하루 전날, 미리 집 근처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어. 오랜만에 만져보는 지폐가 왜인지 낯설면서도 반갑더라. 평소 카드만 써서 휴대전화 케이스에 수납하거나 작은 카드지갑만 사용하는 편인데, 돈을 넣기 위해 서랍 구석에 자리한 지갑까지 꺼냈지. 카드는 집에 고이 모셔놓고 나가는 내일, 무슨 일이 생길까 설레면서도 떨려.
08:50 AM
1교시 수업을 버티려면 카페인은 필수! 등굣길에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를 외치며 당당하게 지폐를 건넸어. 그러나 날 당황하게 한 직원분의 한마디. “저희는 현금을 받지 않아서요, 카드 결제나 카카오페이는 안 되세요?” 알고 보니 이 가게는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 중이었지. 결국 옆에 있는 개인 카페에서 커피를 샀어. 시작부터 고난이라니, 벌써 불안이 엄습해오네.
11:30 AM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와 패스트푸드점에 갔어. 현금을 써야하니까 키오스크를 지나 계산대로 직행했지. 그런데 바쁜 시간대라 직원분들이 주문받을 겨를이 전혀 없으신 거야. 5분 넘게 카운터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결국 친구가 본인 카드로 대신 결제해줘서 겨우 점심을 먹었어. 고마워 친구야. 네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애타게 기다려야 했을지 몰라.
03:00 PM
재학증명서를 제출할 일이 생겨 학교 본관 종합봉사실에 갔는데 어라, 여기도 키오스크만 있잖아? 들어가자마자 당황했지. 문서 수수료를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키오스크로만 가능하다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어. 결국 수수료 500원은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결제. 평소라면 간단하게 끝났을 텐데 다소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시간을 오래 써버린 건 덤이야.
06:00 PM
저녁 약속을 위해 대중교통을 타야 하는 상황이었어. 마침 시범 운영 중인 '현금 없는 버스'가 오길래 무작정 탑승해 기사님께 물었지. “카드가 없는데 현금으로 결제 가능한가요?” 기사님은 귀찮은 내색을 비치시며 계좌번호가 적힌 요금납부 안내서를 주시고, 종이에 현재 시각, 정류장과 함께 내 성별과 연령대를 기록하셨어. 그러는 동안 뒷사람들은 계속 기다려야 했지. 죄송하면서도 괜히 부끄럽더라.
10:30 PM
집으로 오는 길에 음료수를 사려고 편의점에 들렀어. 셀프 계산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평소 대면 결제하는 걸 본 터라 별로 걱정하지 않았지. 그런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카운터에 아무도 없는 거야. 결국 창고 안에서 물품 정리 중이셨던 직원분을 불러 결제했어. 왜인지 하루 종일 많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기분이 드네.
에필로그
집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카드를 보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어. 생각보다 훨씬 힘든 하루였거든. 오직 현금으로만 산다는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기도 했고. 내가 누리는 편리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 하루였어. 간편하고 빠른 카드도 좋지만 부디 현금 사용 선택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오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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