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울 수 있을까?
맥시멀리스트의 ‘적정 옷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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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옷으로 장롱을 채우다 보니 언젠가 입을 것 같아 버리지 못했던 걸 발견했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최대 10%가 패션 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얘기 들어봤어? 나는 옷을 오래 입는 편이라 환경친화적 옷장 보유자임을 자신했거든.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안 입는 게 많더라고. ‘적정 옷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도전기 같이 볼래?
프롤로그
사계절 옷을 전부 정리할 계획으로 장롱을 열었지만 선반 위 겨울옷 박스를 보니 걱정이 앞섰지. 우선 봄과 여름옷만 정리 해야겠다. 베를린 싱크 탱크 핫 오어 쿨 인스티튜트(Hot or Cool Institute)가 2022년 발표한 패스트 패션 관련 보고서에서 사계절 국가의 적정 의류 개수를 신발까지 총 84개로 정리했어. 두 계절 기준으로는 실사용하는 옷이 74개 이내여야 한대. 대충 봐도 훌쩍 넘을 것 같지만 일단 도전!
01
옷장 상태 점검하기
이게 다 내 옷이라니. 뭔가를 정리하려면 역시 체력이 필요해. 힘든 일이 아닌데도 다 꺼내고 나니 옷더미 위에 눕게 되더라고. 오른쪽에는 잘 입지 않는 옷, 왼쪽은 자주 입는 걸로 분류했어. 한 장 한 장 열심히 세보니 자주 입는 건 43벌, 안 입는 게 73벌인 거야. 총 116벌이라고? 옷장을 열 때마다 “입을 옷이 하나도 없네.”라고 했던 순간이 떠올라 부끄러웠어.
입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고찰
장롱 안에 옷을 두고도 왜 입지 않았던 걸까? 옷이 망가져서? 아니야. 73벌 중에 해져서 버려야 하는 건 없었어. 구석에 잠자던 스키니진은 유행이 지나 입지 않았지. 온라인으로 산 블라우스는 어깨 핏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대로 방치했고. 이유를 고민해 보니 사실 전부 내 변덕 때문이더라.
02
입는 옷과 입지 않는 옷 구별하기
텅 빈 장롱에 어떤 옷을 넣어야 하지? 한 벌씩 보며 함께한 추억을 골똘히 생각해 봤어. 오디션 마지막 라운드에서 합격과 탈락을 결정하는 심사위원이 이런 기분일까. 입지는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재킷과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던 셔츠까지. 희비가 갈리는 순간이야. 단칼에 결정하기 어려워서 꽤 오래 걸렸지만 입지 않는 옷은 옷장에, 자주 입는 옷은 행거에 걸어 정리했어.
03
옷 나눔하기
앞에서 얘기한 적정 옷장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32벌이나 줄여야 해. 하지만 무작정 버리는 건 책임감 있는 폐기가 아니니 적절한 방법을 고민했지. 플리마켓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주변 지인에게 나눠 주려고. 우선 안 입는 옷 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걸로 신중히 골랐어. 친구가 평소 입는 스타일과 어울리는 게 중요할 테니 그 점도 고려해야 해. 어렵게 선택한 7벌 중 3벌을 거래했어. 사이즈가 맞지 않아 줄 수 없는 옷도 많아서 아쉽더라. 나눔에도 여러 변수가 발생한다는 걸 알고 나니 더욱 신중히 소비해야겠다고 느낀 날이야.
TIP. ’적정 옷장’을 만들려면
첫 번째, 무엇보다 옷을 덜 사야겠지? 두 번째는 실사용 시간 늘리기. 의류 평균 수명을 9개월 연장하면 탄소 배출량을 연간 25% 정도 줄이는 게 가능하대. 세 번째는 중고 옷 구매하기, 마지막은 소각이나 매립이 아닌 재활용 등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옷과 이별하는 거야.
에필로그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이 떠올랐어. 충동 구매는 통장 잔액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으니까 옷 탑 앞에서 느꼈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지. 결과적으로 적정 옷장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소비를 반성하며 기억에 깊이 남을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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