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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죽어서 자라? DSPS 증후군의 잠 못 이루는 밤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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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죽어서 자라?
DSPS 증후군의 잠 못 이루는 밤
 
한 달이 넘는 방학 내내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하다 겨우 잠든 뒤 다음 날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을 거다. 망가진 수면 패턴을 고치는 건 쉽지 않다. 개강 후에도 일찍 취침하는 게 힘든 당신, DSPS 증후군은 아닐까?

 

늦잠이 끌리는 이유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지각이 잦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조금만 일찍 올 수 없냐고 질문을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가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경우도 존재하겠지만 유독 그런 상황이 많은 이유는 그들의 ‘생체시계’가 일반적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과 다르게 돌아가기 때문. 사람은 24시간을 주기로 먹고, 자고, 배설하며 살아간다. 우리 몸은 어두운 밤에 체온을 낮추는 호르몬을 내보내고, 낮에는 체온을 높이는 호르몬을 배출해 몸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으로 바꾼다. 또 체온을 유지하며 감성, 인지기능을 작동시킨다. 이렇게 반복적 패턴에 맞춘 생활 리듬을 생체시계라고 한다.

오전 수업 중 남보다 더 피곤함을 느껴 학습 효율이 오르지 않는 건 활동 시간과 생체시계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라마 < Modern Love 시즌2 > 에피소드 중 ‘The Night Girl Finds a Day Boy(밤 소녀가 낮 소년을 만나다)’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은 오전 8~9시 쯤 잠자리에 들고 오후 4~5시에 일어난다. 이처럼 늦은 새벽 또는 해가 뜰 때까지 숙면하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된다면 ‘수면위상지연 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 이하 DSPS 증후군)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잠 들지 못 하는 증후군
DSPS 증후군이란 수면위상(수면최적시간)이 뒤로 밀리는 증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 취침해서 아침 7시에 기상하던 사람이 새벽 3시에 자서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니 아침에 깨기가 어렵고, 등교나 출근 시간도 늦어지기 일쑤. 제대로 자지 못한 만큼 낮에는 졸음이 쏟아지는 등 일상에 지장을 초래한다. 아래 체크리스트에 모두 해당한다면 DSPS 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DSPS 증후군은 일종의 수면장애에 해당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쉽게 잠들지 못한다’라는 점 때문에 단순 불면증으로 착각하기 쉽다. 불면증은 자주 깨거나 늦게 잔 뒤 일찍 일어나는 게 특징인 반면, DSPS 증후군은 취침 시간대가 늦어질 뿐 수면 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들의 생체시계는 거꾸로 간다
해당 증후군 원인은 앞서 얘기한 대로 생체시계 자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생체시계와 외부 시간이 불일치하는 것이다. 고장 난 시계에 빗대어 생각해 보자. 우리 뇌 시상하부에 위치한 부위를 ‘시교차 상핵’이라고 하는데, 이 구역에서 뉴런이 신경과 호르몬 활동을 조절해 수면과 기상 등 생체리듬에 영향을 준다. 시계가 완전히 멈춘 것처럼 시교차 상핵이 파괴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규칙한 수면-각성 생체리듬을 보인다.

또 배터리가 부족하면 실제 시각과 표시하는 시간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 마련이다. 늦은 밤 과도하게 빛에 노출된 경우, 과도한 낮잠 혹은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경우에도 규칙적 리듬이 깨지고 정상적 수면-각성 주기에 방해가 돼 생체시계가 약 0.2시간씩 느리게 가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DSPS 증후군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OECD가 발표한 한국인 평균 숙면 시간은 7시간 49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3월 네덜란드의 헬스 앤 웰빙 기업 로열 필립스(Royal Phillips)가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면 동향’ 연구에 의하면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54분으로 한 시간가량 줄었다. 주요 원인은 ‘업무로 인한 걱정’과 ‘불안 및 우울’이 각각 31%, 25%를 차지했다고.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 유행부터 엔데믹까지 몇 년 사이 큰 변화를 겪으며 정신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수면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차례
DSPS 증후군이 만성 피로로 이어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식욕 부족, 면역력·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쉽게 오기도 한다. 해당 증후군이 가진 큰 문제는 수면 시간대를 본인 노력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점이다.

해당 증후군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체시계를 조절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생체리듬은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melatonin) 농도와 밀접하므로 이 호르몬 분비 활성화를 위해 아침마다 밝은 빛을 쬐는 게 좋다. 또는 수면하기 6~7시간 전 관련 영양제를 복용해도 괜찮다. 그래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광(光) 치료를 해보자. 태양광에 가까운 빛을 내는 특수 램프를 이용해 생체시계를 다시 세팅하는 치료법으로, 망막을 통해 뇌로 빛이 전달되면 뇌가 이를 인식해 수면시간을 조정한다.

사람마다 수면 유전자와 생활방식이 모두 다르다. 생체리듬은 이러한 환경에 의해 결정되며 매일 미세하게 변한다. 때문에 무턱대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거나, 무조건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는 없다. 이를 고려하면 좋겠지만 일상생활을 살기 위해서는 아침에 기상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러 전문가는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뇌가 고도의 정보처리기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숙면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힘들더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면 부채를 갚기 전에 몸이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잠은 죽어서 실컷’이 아니라 당장 오늘 밤에 적절한 시간 동안 깊게 잘 자야 한다.
CREDIT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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