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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취향, 내가 만든 게 아니라고? 알고리즘에 갇힌 선택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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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취향, 내가 만든 게 아니라고?
알고리즘에 갇힌 선택
 
알고리즘은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추측하고 선별적으로 제공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힘들게 정보를 찾지 않아도 원하는 자료를 쉽게 접하지.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게시물, OTT 드라마 등 거의 모든 온라인 콘텐츠가 알고리즘 취사를 거쳐 우리에게 전달돼. 스스로 골랐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정말 내 의지였을까?

 

내 취향이 곧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

최근에 귀엽고 키치한 소품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어. 때마침 인스타그램에서 클로버 모양 열쇠고리를 홍보하는 게시글을 보고 고민 없이 바로 주문했지. 도착하자마자 헤드셋에 달아 친구에게 자랑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거야. “너 저번에는 클로버 장식 유치하다고 그러지 않았어?”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관심 가지는 콘텐츠를 참고해 광고를 추천한대. 그래서 SNS에서 보이는 상품은 내 취향에 꼭 맞아. 아니, 그렇다고 믿었지. 그런데 이 사건 이후로 의구심이 들더라. 알고리즘은 정말 내 취향을 고려해서 추천해 주는 걸까?

 

생각보다 큰 알고리즘의 영향력

추천 콘텐츠에 알고리즘이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클까? 새로운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서 직접 실험해 봤어. 아무것도 시청하지 않은 계정 메인화면에는 반려동물, 예능 클립, 아이돌 직캠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이 뜨더라. 대다수가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것들이었어. 본격 실험을 하려고 사회 이슈에 대해 자극적 요소만 강조하며 조회수를 올리는 ‘사이버렉카’ 채널을 여러 개 구독하고, 관련 영상도 몇 개 시청했지. 이후 새로고침을 하니까 메인 화면이 180도 바뀐 거야! 자극적 제목을 단 이슈 및 사건·사고 영상이 폭포처럼 쏟아져. 알고리즘이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와닿았어.

 

필터 버블에 갇힌 취향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미국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Move on)’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최초로 언급한 개념이야.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 이용자는 필터링된 특정 주제만 접하는 상태를 말하지.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 알고리즘 기술을 적용하면서 이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문제는 이용자를 다른 정보와 단절시킨다는 거야. 편향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유연하게 사고할 기회를 잃고, 고정관념은 더욱 확고해지기 쉬워. 당연히 취향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제한적으로 보이는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가 곧 내 취향이라고 동일시할지도 몰라.


필터 버블을 터뜨리는 법

아마 우리 모두 필터 버블에 갇혔을지 몰라.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 언론사 《더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SNS에 ‘블루 피드’와 ‘레드 피드’ 섹션을 마련했어. 특정 주제에 대한 진보 성향 기사와 보수 성향 기사를 나란히 제시해서 의견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방지한대. 이 외에도 여러 언론사에서 독자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야. 우리도 알고리즘으로부터 가치 판단과 취향을 지킬 방법을 생각해 보자. 주기적으로 시청 기록이나 쿠키를 삭제하면 정보 수집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해. 또는 가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온라인에서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인터넷 쇼핑몰 대신 골목 소품숍을 구경하고, OTT 플랫폼에서 스크롤을 내리는 대신 영화관에서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식으로 말이야. 혹시 모르지, 알고리즘이 찾지 못했던 숨은 취향을 발견하게 될지도!
CREDIT
글, 사진 유영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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