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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화질에서 찾은 진솔함 Y2K '디토 감성'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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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화질에서 찾은 진솔함
Y2K '디토 감성'
 
지난겨울 수많은 패러디와 유행을 낳은 아이돌그룹 뉴진스(NewJeans)의 ‘Ditto’ 뮤직비디오. 어느새 1년이 지나 다시 겨울이 왔지만 그 영향은 여전하다. 저화질의 ‘디토 감성’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Y2K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조금 더 힙하고 아련하다. Z세대의 Y2K 사랑, 디토 감성은 끝나지 않았다.

 
▶ 사진 출처_Newjeans(뉴진스) - ‘Ditto’ MV (side A)

8K 시대를 역행하는 힙

2020년대 시작과 동시에 불이 붙은 레트로 유행은 패션을 넘어 각종 산업과 콘텐츠에도 영향을 줬다. Y2K 흐름이 수년간 이어지며 단순히 과거를 복제하는 게 아닌,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한 듯하다. 최근에는 흉내에 그치지 않고 당시 기기를 사용해 그 시절 분위기를 되살린다.

지난해 12월 뉴진스가 발표한 ‘Ditto’ 뮤직비디오를 기점으로 사진·영상에서 꾸준히 관심을 끌던 저화질 감성이 더 큰 호응을 얻는 중이다. 뉴진스는 교복을 입은 채 학교에서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며 춤을 춘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이 모습을 과거 모델 캠코더로 찍은 듯 연출했다. ‘학창 시절’이라는 아련함이 더해져 단순히 해상도가 낮은 저화질이 아닌, 그리움을 유발하는 감성을 완성한 것.

대다수가 선호하던 스타일에 명확한 이름이 붙자 이를 원하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 2000년대 초반 출시했던 캠코더 수요가 증가해 중고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단기 대여 업체까지 등장했다. 제품 설명 자체에 ‘디토 감성’을 언급하는 토이카메라도 인기다. 캠코더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를 찾는 소비자도 많다.

8K 화질 카메라가 등장한 시대에 노이즈 가득한 저화질에서 매력을 발견한 Z세대는 그들만큼 나이를 먹은, 혹은 나이가 더 많은 초기 디지털카메라에 열광한다. 실제로 부모님이 쓰던 카메라를 물려받은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 손을 탄 중고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긍정적인 Z세대 특징 덕분에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유행이 더욱 쉬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사진 출처_‘Miu Miu(미우미우)’ 공식 인스타그램 @miumiu

힙스터 필수템, 디카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는 23FW 캠페인에 디지털카메라를 등장시켰다. 사진 속 모델은 틱톡에서 자주 마주하던 ‘디카 셀피’ 포즈를 재현했다. 이처럼 패션·광고 업계는 물론 일반인도 이런 감성을 좇으며 어느새 분야를 가리지 않는 ‘추구미’로 자리했다. 현재 가장 빠르게 유행을 선도하는 SNS 틱톡(Tiktok) 내 디지털카메라 해시태그 ‘#digitalcamera’를 포함한 영상 조회 수는 10억을 거뜬히 넘긴다.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를 터뜨려 찍은 저화질 사진은 새로운 힙스터 필수요건이다.

실제 기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슷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노이즈 효과는 기본, 옛날 카메라처럼 사진 하단에 촬영일을 표기하거나 필름 테두리를 넣는다. 영상은 조금씩 끊기거나 딜레이가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보정 앱에서 이런 필터를 제공하는 추세다. 앱 없이 촬영 중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 비닐을 덧대고 바세린을 얇게 바르면 디카 느낌을 내기 좋다는 꿀팁이 틱톡에서 주목받았다.

 

저화질에 담긴 진정성

요즘은 보기 힘든 감성에서 비롯한 희소성, 힙함이 디지털카메라 인기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스마트폰과 달리 바로 결과물을 확인하고 SNS에 업로드할 수 없다는 점이 흥미를 자극한다. 카메라에서 SD카드를 분리한 뒤 PC에 연결해야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은 귀찮지만 기다림의 특별함을 준다. 이런 시간을 거치며 스마트폰 사진과 차별성을 갖고, 의미를 만든다고 여기기도 한다. 일종의 ‘진정성’을 완성하는 지점이다.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마저 어느 정도 자동 보정이 되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은 완전히 ‘날것’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서 꾸미지 않은 진솔함을 찾을 수 있다. 찰나를 담는 SNS 비리얼(BeReal)이 인기를 끈 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담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필터를 선택하고 보정하는 추가 단계를 거치지 않는 단순함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레트로 유행의 가장 큰 이유로 손꼽는 ‘익숙한 새로움’도 빠트릴 수 없다. 현재 10대 후반~20대 중반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과 함께했다. 이들에게 이전 세대 카메라가 선사하는 노이즈 가득한 결과물은 어딘가 익숙하지만 뻔하지 않다.


불안정한 현재를 벗어나

Z세대는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등 20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물건과 기록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느낀다. 흐릿하게 남은 기억을 회상하며 순수함과 새로움을 발굴한다. 유행 변화 주기가 매우 짧아진 탓에 2000년대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추억팔이’가 되는 셈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전자 기기 변화, 대체가 빠르다 보니 애용하고 선호하던 제품과 서비스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이에 따른 아쉬움에서 비롯한 흐름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직 20대 초중반인 Z세대가 벌써 과거를 동경하는 건 불안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윗세대보다 더 불안정한 상황을 맞았다. 사회에 나설 준비를 하거나 막 발을 뗀 시기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존재론적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목격하며 개인적 차원을 넘은 세계적 불안을 직면한다. 이런 현실 속 불안과 한 걸음 멀어지고자 멈춰진 과거 문화에서 안정감을 채우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 특히 SNS 유행은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는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존재하는 법.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감성에 끌린다면 이유를 고민해 보자.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과거, 멈춰 있는 시간의 안정을 동경하는 건 아닐까? 순간을 남기는 기록에서만이라도 현실과 다른 느낌을 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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