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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To You 생일 주간 200% 즐기기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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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To You
생일 주간 200% 즐기기
 
많은 사람이 가장 특별한 기념일로 생일을 꼽지 않을까. 당일 하루가 아닌 ‘생일 주간’을 챙길 정도로 생일에 진심인 Z세대. 본인 생일뿐 아니라 좋아하는 최애 기념일까지도 특별하게 보낸다. 이런 Z세대 문화는 팬덤을 넘어 대학교 축제 부스, 기업 마케팅까지 활용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Z세대 생일 문화

생일은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지만,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Z세대는 생일을 조금 색다르고 바쁘게 보낸다. 우선 당사자는 친구에게 보낼 초대장과 파티 장소를 골라야 한다. 그다음은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인스타그램에 ‘케이크’를 검색하면 케이크 주문 제작 관련 게시글이 54만 건 이상 나올 정도다. 레터링 케이크는 기본이고, 동물 모양 입체 케이크나 명화를 테마로 한 하프 케이크, 고화질 사진을 넣은 포토 케이크 등 원하는 디자인에 맞춰 주문 제작한다. 시트나 크림까지 선택 가능하기에 맛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인싸’가 되려면 소원을 빌 초 역시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곰돌이나 강아지 같은 캐릭터 외에도 불을 켜는 순간 초가 펼쳐지며 노래가 나오는 연꽃 초, 오로라 빛을 내는 오로라 초 등이 있다.

케이크를 정했다면 파티용품을 구매할 차례. 풍선이나 파티 커튼 등 공간을 장식할 소품 외에도 생일 당사자를 꾸밀 아이템이 필요하다. 어린이용 장난감 티아라, 요술봉 세트를 구매해도 좋다.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는 SNS에 업로드하는 일이다. 인스타그램 필터를 활용해 다양한 효과를 적용하면 더 힙한 사진이 만들어진다.

친구들과 즐기는 파티가 끝났다면 혼자만의 시간도 즐기자.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는 생일을 소소하게 보내는 일상을 브이로그나 블로그에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네컷 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렇게 나를 위한 추억까지 간직하면 비로소 ‘생일 주간’이 끝난다.

이처럼 Z세대는 삶의 품질과 경험에 중점을 두며, 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 흔히 보이는 아이돌 생일 카페도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에 생일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최애 없는 최애 생일 파티

‘뉴진스의 하입보이요’처럼 K-POP에서 파생한 밈(meme)이 유행어가 되거나 아이돌 그룹의 자체 제작 콘텐츠에 등장한 게임이 MT 술 게임으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쇼핑몰이나 번화가에서는 연예인 팝업 스토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이돌 팬덤에서 생겨난 문화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 스며드는 중이다. 생일 축하 문화도 그 일환이다.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생일이 다가오면 이를 알리기 위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등에 옥외광고를 거는 문화는 이제 익숙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4년 76건에 불과했던 연예인 지하철 광고는 2020년 2,300건으로 무려 30배나 늘었다고.

다양한 생일 기념 문화 중 주목할 만한 건 ‘생카’다. 생일 카페의 줄임말로, 최애 아이돌 생일에 맞춰 카페를 대관해서 축하하는 문화다. 주인공 사진·영상 등으로 공간 곳곳을 꾸미고, 최애 이름을 딴 특별 메뉴와 사진이 담긴 종이컵은 기본이다. 엽서, 포토카드 등 굿즈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포토 부스·럭키드로우 같은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 모든 과정은 소속사 개입 없이 팬덤이 직접 진행한다.

생카 목적은 ‘카페’라는 장소가 아닌 ‘팬덤이 다 같이 모이는 곳’이다. 간혹 생일을 맞은 아이돌이 방문해 자리를 빛내는 경우도 있지만, 최애 생일을 기억하고 함께 축하하는 경험 자체가 소중하기에 주인공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생카 자체로 즐겁다.

 

놀이가 된 생일 문화

생카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생일뿐 아니라 컴백, 전역, 데뷔일 등 기념하는 이유가 늘어났다. 공간도 확대됐다. 최애가 평소 자주 방문하던 식당을 섭외해 생일 식당을 열거나 꽃을 구매하는 생일 꽃집도 등장한 것. 이외에도 최애에 관한 문제를 푸는 방 탈출, 온·오프라인 전시회, 펍 등 여러 방식으로 최애를 축하한다.

대상도 다양해졌다. 주로 K-POP 아이돌에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배우, 스포츠 스타, 개그맨, 웹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하는 중이다. 지난 5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주인공인 정대만 생일을 맞아 신촌, 부산 등 곳곳에서 축하했으며, 8월에는 방송인 박명수 생카가 열려 많은 인기를 끌었다. 중앙대학교 축제에서는 사회학과가 ‘마르크스 생일 카페’라는 콘셉트로 부스를 운영했다고. 12월 말에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 생일을 기념한 ‘뉴턴 생일 카페’가 열릴 예정이다. 과학계 교수·박사가 뉴턴 생일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글을 전해 화제가 됐다.

취향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디깅(digging)의 시대, Z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새롭게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일종의 놀이처럼 즐긴다. 생일 문화가 Z세대 트렌드로 거듭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바이브컴퍼니는 2020년대를 ‘신념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신념은 무겁고 진지한 의미가 아니라 ‘꽂혀있는 것’을 말한다. 이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에 ‘무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시기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에서 시작한 행동이 새롭고 독특한 현상을 만들며, 같은 관심사로 끈끈하게 모인 공동체에서 취향을 함께 향유하고 확산하며 트렌드를 이끈다.

누구나 하나쯤 분명한 취향을 가진 지금, 많은 사람이 깊이 파고들며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취향 공동체’가 형성되는 중이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향유하는 문화는 세대와 분야를 넘어 더 강해질 거다.
CREDIT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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