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뜨거운 인기를 끌며 화제였다. 극은 주인공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런 타임슬립물 인기는 꾸준하다. 같은 방송사에서 선보였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반짝이는 워터멜론>과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 로맨스는 물론 장르물까지 시간 여행을 활용한다. 이런 회귀물 장르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 사진 출처_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웹소설이었던 내가 드라마로?!
일찍이 웹소설 흥행 공식으로 자리한 회귀물 장르가 안방극장까지 넘어왔다. 일명 ‘회빙환 (회귀, 빙의, 환생)’으로 불리는 소재가 수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자 텍스트를 넘어 다른 미디어로 확장한 것. 최근 화제였던 회귀물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재, 곧 죽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모두 웹소설 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처럼 이미 검증된 이야기를 활용해 드라마로 재구성하는 사례는 많다. 하지만 해당 장르에서는 유독 원작을 가진 작품이 흔한 편이다. 시간을 거슬러 가려면 촘촘한 타임라인 구성은 필수이기 때문. 다소 복잡한 장르 특성상 증명 받은 이야기일 경우, 극본 구성이 조금 더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세부 내용 전개는 달라져도 원작이 가진 콘셉트나 인물 설정은 그대로 따르는 이유다. 또한 시간 여행을 하는 계기나 매개체에 ‘구멍’이 없어야 하고, 시청자에게 시공간을 뛰어넘는 변화를 쉽게 이해시켜야 한다. 여러 시간대를 거치면서도 중심 스토리라인에서 이탈하지 않게 극 중 인물이 매력과 흡입력을 발휘하는 점도 중요하다.
▶ 사진 출처_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시간 여행, 함께 하실게요
회귀물이 가진 큰 매력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주인공과 함께하는 추억 여행이다.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맞다, 이땐 이랬지!’라며 향수를 느낄 때 시청자도 함께 무릎을 치며 공감한다. 최근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콘텐츠 구매력이 가장 높은 2030 세대를 겨냥하는 요소다. 시간 여행은 아니지만 ‘현대 시대극’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려 보자. 방영 시기는 약 10년 전, 작품 배경은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력 높은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시기 또한 10여 년이 지났다고 볼 수 있다. 곧 201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회귀물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시간 여행을 증명하기 위해 활용하는 ‘추억 소환’ 요소는 시청자 과몰입을 유발한다. 극 초반 주요 배경이 2008년이었던 <선재 업고 튀어>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인터넷 얼짱’, ‘슈퍼스타K1’을 캐릭터 간 관계성에 반영했다. 또한 그해 열렸던 ‘베이징 하계 올림픽’ 관련 장면에서는 수영선수 박태환이 특별출연해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2010년대 이후 크게 성장한 케이팝을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도 보인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극 중 캐릭터 간 언급하는 BTS 노래에 차이를 둠으로써 서로 다른 시대에서 왔다는 점을 눈치채게 한 것. 이렇게 옷차림 같은 단순 시대상뿐 아니라 대중문화를 추억 소환 요소로 사용하며 시청자 공감과 흥미를 끌었다.
▶ 사진 출처_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내가 과몰입 오타쿠?
과거로 돌아가는 소재는 시청자가 당시를 회상하며 함께 시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재에 머물러 주인공을 지켜보는 게 아닌, 그 시대로 끌어당기는 장치다. 특히 최근 회귀물은 타임슬립 시점이 지금과 멀지 않다는 점에서 시청자 과몰입에 불을 붙였다. 아직 생생히 기억하는 때로 귀환하는 점이 드라마 시청을 넘어 자신이 겪은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에 더해 앞서 언급한 올림픽 등 당시 사회 이슈를 극에 등장시키거나,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실제 유명인을 모티브 삼아 캐릭터를 창조하기도 한다. 시청자는 이를 현실과 비교하며 퍼즐을 맞춰 가듯 새로운 재미를 찾는다.
유독 타임슬립 드라마는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한다. 대부분 주인공은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일종의 성장물 성격을 띠거나 극복 서사를 만든다. 시청자는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캐릭터를 응원하며 몰입한다. 이후 전개될 내용을 예상하는 재미도 빠트릴 수 없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임슬립 간 바뀐 점을 찾거나 과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며 팬들 간 논의가 활발해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작품 언급량 증가로 이어지며 화제성을 견인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면
단순히 앞서 언급한 요소만으로 미디어 포화 시대에서 시청자를 사로잡기란 역부족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에는 현재를 바꾼다는 목표가 내재해 있다. 주인공은 돌이킬 수 없던 선택을 다시 하고, 지금 가진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미숙했던 과거를 변화시킨다. 이는 지나간 절망과 실패를 지우길 바라는 시청자 욕망을 투영하는 부분이다. 역경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인생 n회차’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회귀물 인기는 현실에서 좌절을 느끼고 과거를 후회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전에는 주로 로맨스 장르에만 활용하던 타임슬립 소재가 주인공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복수 서사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개인 차원에서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넘어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현실을 전복하길 바라는 염원을 반영한다. 가볍게 여기곤 했던 회귀물, 사실은 실패가 반복되는 현실에 지쳐 위로받고자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