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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어떻게 생각하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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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복지 문화 확산을 위한 ‘2020년~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게 세금을 걷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및 동물 관련 전문기관 운영비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반려인 및 비반려인, 펫 산업계, 수의사 등 각계의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과 관련해 경기대학교 토론 동아리 ‘세상바꾸러’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규정·관리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이 반려동물의 복지와 안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문용선 작년 6월에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일례로 동물 거래 시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동물을 사고팔 수 있어요. 또 월령 2개월 이상의 반려견은 반드시 등록하도록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했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끝으로 동물보호법 위반 내용은 경찰이 아닌 공무원이 관할해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위반 사항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요.
김대훈 동물보호법 자체는 반려동물의 복지에 충분히 도움이 되게끔 규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소유자의 관리 의무, 동물 학대 금지, 타 소유자에게 분양 또는 판매할 때의 전달 방법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어요. 2017년 크게 논란이 된 ‘개 물림’ 사고 이후에는 맹견 관련 규정도 신설되었어요. 이처럼 법령 자체는 세부 사항까지 잘 규정되어있지만, 국민이 법령을 받아들이고 지키느냐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최재연 최근 몇 년간 동물보호와 관련해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에 비례해 동물보호법의 내용도 꼼꼼하게 개선되었다고 봐요. 하지만 아직 법의 실행력은 부족한 듯합니다. 제 경우 반려견을 키우고 있음에도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었다는 걸 이번 토론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거든요. 동사무소, 구청, 동물병원 등 어디서도 반려견 등록에 관해 얘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도 반려견 등록이 필수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농림축산식품부가 검토 중인 반려동물 보유세는 도입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최수빈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찬성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동물 유기율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려인의 납세 부담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동물 유기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유세 납부로 인해 반려인이 동물을 키우는 데 책임감을 갖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동물 유기율도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문용선 앞선 의견에 찬성합니다.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손보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거둬서 관련 정책의 재정적 기반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양육세로 지칭한다면, 용어에서 오는 거부감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재연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반대합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거둘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이란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뜻합니다. 즉, 어떤 동물이라도 키우는 목적에 따라 가축이 될 수 있고 반려동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상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운다고 보유세를 내기는 애매하잖아요? 그렇다고 현재 ‘반려동물 등록제’의 의무화 대상이자, 보유세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에만 한정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니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 전에 반려동물에 속하는 동물은 어떤 종류인지, 그중 어디까지 세금 납부 대상으로 삼을 건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김대훈 저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기 전에 동물병원의 진료 행위 및 진료 수가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려인이 동물을 기르면서 가장 목돈이 드는 건 병원비거든요.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의 ‘2018 반려동물보고서’ 발표에 의하면 반려견을 키울 때 사료비, 간식비 다음으로 지출 비중이 높은 게 병원비예요. 그런데 2017년 1월 사단법인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서울 및 6대 광역시 소재 동물병원 25곳의 진료비 및 예방접종비 등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마다 진료비는 최대 6배, 예방접종비는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국가에서 진료 수가를 표준화하지 않아 펫 보험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부터 도입한다면, 지금도 반려동물 양육에 많은 돈을 쓰는 반려인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어디까지 세금 부과 대상으로 정해야 할까요?
문용선 개의 경우 유기견을 입양·보호하는 경우와 맹도견(시각장애인에게 길 안내를 하도록 훈련된 개)을 제외한 모든 견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특히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대형견, 도사견, 맹견 등은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보유세 외에도 등록세도 걷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전 교육을 마친 견주만 도사견, 맹견 등을 키울 수 있도록 등록증을 발급해주고, 등록세를 별도로 걷는 거죠.
김대훈 만약 보유세를 도입한다면, 반려동물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개와 고양이에 한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의 경우 견종과 중량에 따라 금액을 차등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파충류, 어류, 조류 등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러한 동물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보유세 부과 효과도 미미할 것이고, 개, 고양이보다 기물 파손이나 환경 훼손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분도 적어서 세금 부과의 당위성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최수빈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의 목적으로 키우는 동물은 무엇이든 반려동물로 봐요. 원칙적으로는 개, 고양이는 물론 파충류, 햄스터 등 모든 동물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반려동물 소유주는 의무적으로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보유세를 내야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의 동물까지만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희귀 동물의 경우 세금을 내는데도 그에 따른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로 세원이 마련될 경우, 주로 어디에 쓰이길 바라나요?
최재연 전적으로 유기동물에게 쓰였으면 합니다. 편의시설 확충이나, 반려인의 의식 제고에도 쓰일 수 있겠지만 가장 급한 건 유기동물의 관리일 것 같아요. 이를테면 안락사 전에 대기하는 시설이 굉장히 열악한데 보유세로 걷은 재원을 시설 개선에 쓰는 거죠.
문용선 보유세로 세원이 마련되면 가장 먼저 질병 코드를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병명이 같아도 병원마다 청구 비용이 달라요. 몇몇 유명한 동물병원에서는 자율 수가제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동물 의료 보험(펫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개발된 상품 자체가 몇 없어요. 질병 코드가 통일되지 않아 보험사에서 개발할 수 있는 상품에 한계가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지금은 펫 보험이 보장해주는 내역도 매우 적고, 가입자도 별로 없어요. 하지만 질병 코드가 통일되어 진료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펫 보험 상품도 많아질 테고 반려인의 양육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해요.
김대훈 수의사들도 유기동물 개체 수가 큰 폭으로 감소될 것을 기대하며 반려동물 보유세를 찬성한다고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는다면 유기동물의 보호, 관리, 구조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유기동물이 줄어든다면 그 다음으로 큰 지출 항목인 동물로 인해 파손된 시설 복구에 쓰여야 할 것입니다.
최수빈 반려동물 보유세를 내는 반려가구에 가장 먼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산 근처나 차로 멀리 떨어진 곳 등에 반려동물 전용 산책 공원을 만들기도 해요. 동물들도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죠. 보유세를 걷어서 산책 공원을 만들면 개를 무서워하는 비반려인도 배려하고, 반려인도 걱정 없이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재원 자체도 반려인에게 거둔 것이니까 명분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동물보호법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요?
문용선 동물 이력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동물이 태어나서 자란 곳, 거래된 곳이 명시된다면 동물을 함부로 사고파는 행위도 근절될 수 있을 것이고, 새롭게 동물을 입양해 등록하려는 사람의 알 권리도 충족될 것입니다.
김대훈 농림축산식품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유기·유실되는 동물 중 구조된 동물은 약 12만 마리라고 하는데, 이는 반려인들의 의식 부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반려인 자격시험을 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자격시험을 치르거나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에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건 어떨까요?
최재연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법령상 맹견은 총 5종류이며, 해당 견주에 한해 3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등 소형견에 의한 개 물림 사건도 많죠. 따라서 맹견 견주만 교육을 받는 것으로 기준을 삼기보다는 모든 견주에게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수빈 앞선 의견에 보충하자면 반려인 자격 심사를 도입했으면 해요. 사실 반려인 중에도 자기가 키우는 반려동물에 대해 잘 모르고 키우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거예요. 그러니 자격 심사를 보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습득하고, 올바르게 동물을 사랑하는 법도 배우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주변 사람들도 동물을 기르려면 '책임감이 강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김대훈 동물보호법 46조 벌칙은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게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했지만, 한국에서 1991년에 동물보호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단 세 차례만 동물학대범에 실형을 선고했고, 징역 8개월 이상 선고된 적은 없어요. 또한 2018년에 표창원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자’는 내용이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굉장히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합니다. 진정한 동물 복지를 실천하려면 법이라는 사회 강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행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수빈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과 더불어 학대당한 동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학대가 일어나도 소유자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보호시설에서 동물을 데려갈 수 없어요. 학대가 재발될 수 있죠. 따라서 분명한 학대 증거가 있다면, 국가에서 학대당한 동물을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문용선 동물보호법 내 소유자, 보유세 등의 단어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봐요.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반려동물의 주인을 소유자로 지칭하고, 반려동물이 사고로 사망해도 피해액은 정신적인 보상금 없이 재산상의 손해로만 취급해요. 앞서 말씀해주신 동물학대 사례에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이 없는 이유도 우리 사회가 아직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인간과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생명인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이전에 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식 제고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Audience Talk
 

 

경기대학교 법학과 18학번
김대훈

반려동물이 정서적으로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반려인이 좀 더 성숙한 반려 문화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비반려인도 반려인을 향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문용선

‘반려’란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 반려동물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18학번
최수빈

토론 전엔 ‘반려동물 보유세는 당연히 걷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토론을 해보니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훗날 반려동물을 기른다면 사전 공부를 많이 하고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대학교 사학과 19학번
최재연

반려동물과 관련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찬성하는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익한 토론이었습니다.
취재_윤혜린, 주혜지 학생기자 글_윤혜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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