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인담생활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는 세상 여전히 도서관에 자리한 당신에게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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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는 세상
여전히 도서관에 자리한 당신에게
 
종강을 앞둔 캠퍼스에 찬 바람이 분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합격소식은 늘 남 이야기다. 졸업식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어서 취업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이력서에는 쓸 말이 없다. 학자금 대출받아 아르바이트하면서 나름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을 더 바라는 건지 제출한 이력서엔 답장이 없다. 부족한 걸 말해주면 당장 고칠 텐데 탈락 이유를 가르쳐 주지 않으니 같은 이유로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학기 중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던 학생의 상담 요청이 이어진다. 신입생 패기는 사라진 지 오래. 직장생활은 시작도 안 했는데 3교대 근무를 끝낸 사람 같다. 가져온 이력서는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딱히 논 것도 아닌데 쓸 게 없으니 결국 글짓기를 한다. 이력서야 빈칸을 채우면 되니 있는 거라도 쓰는데 자기소개서는 첫 항목, 지원동기부터 막힌다. 내 지원동기는 ‘돈’인데 거짓말을 해야 하니 죽을 맛이다. 밤새 눈물로 써 내려간 ‘자소설’, 지난 밤엔 감동을 줬으나 아침에 읽으니 위인전이다. 이렇게 사춘기보다 힘든 구직기를 시작한다.

입시가 그러했듯 취업도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직업은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트렌드를 알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도움 줄 전문가가 학교 취업상담실에 있는데 술잔 기울이며 듣는 선배 조언을 쫓고, ‘라떼는 말이야’하는 성공담에 가슴이 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고, 취업은 입시가 아닌데 선배를 따라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남 사용설명서를 나 사용설명서로 둔갑시킨다.

“학점도 나쁘지 않고 자격증도 있는데 왜 취업이 안 될까요?” IQ가 아닌 역량 중심 시대인데 여전히 학점에 목숨을 건다. 역량은 개인성과를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의미한다. 그 3요소 중 지식은 교육을 통해 배우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정보, 기술은 훈련으로 습득하는 특정 수행 능력을 말한다. 태도는 일하는 자세와 가치를 품은 자기개념이나 특질, 동기를 포함한다. 산업 변화는 인재상 변화로 이어지고 ‘Best’가 아닌 ‘Right’ People을 원하는데 지식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정작 더 중요한 태도는 챙기지 못한다. 기술과 지식은 개발 가능성이 크지만 태도는 개발이 어렵다. 태도의 강점을 다양한 경험으로 증명해야 한다. 결국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홈페이지를 검색해 정보를 찾은 게 전부였듯 취업 준비도 검색으로 시작해 검색으로 끝낸다. 직무분석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파악한 뒤 직무기술서를 참고해 옮겨 적는다. 그렇게 서류는 짜깁기로 통과했는데 면접에 가면 난관에 봉착한다. 문제해결력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완벽히 암기했는데 갑자기 학창 시절 문제해결력을 발휘했던 경험을 이야기해보란다. 글쓰기라면 상상의 나래라도 펼칠 텐데 생각할 시간과 여유 없이 ‘음, 아, 어’를 외치다가 인사만 잘하고 돌아온다.

도서관에서 뛰쳐나와 현장으로 가자. 수시 채용은 공채보다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원하는 직무에 관한 경험과 경력은 필수다.

오늘도 학생이 묻는다. “교수님 제가 이 직무에 잘 맞을까요?” 내게는 이렇게 들린다. “교수님 이 친구와 사귀면 잘 맞을까요?” 그리고 답한다. “사귀어 봐. 사귀어 보면 알겠지” 결국 당신이 원하는 일도 해봐야 안다. 그래야 뭐가 필요한지 알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준비할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당신, 오늘도 도서관에서 뭐가 필요한지 모른 채 자격증 공부와 학점을 채우기 위한 재수강을 준비하고 있진 않은가?

 

PROFILE

금두환

경력
바른진로취업연구소 대표
일자리창출유공자 정부포상 국무총리상 수상
고용노동부 선정 현장의 영웅
한국잡월드 진로프로그램 자문위원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겸임교수

저서
《꿈은 모르겠고 취업은 하고 싶어》 (2019)

학력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CREDIT
 금두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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