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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양재원 교수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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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양재원 교수
 
양재원 교수 강의는 지식뿐 아니라 삶의 깊은 면을 들여다 볼 힘을 준다. 임상심리학을 강의하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도록 돕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양재원 교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캠퍼스플러스》 독자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양재원입니다. 세부 전공은 임상심리학이며 2015년부터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중입니다.

임상심리학이 생소할 독자를 위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임상심리학은 심리학 세부 전공 중 하나입니다. 정신과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심리 평가와 치료를 진행하고, 정신병리적 현상을 연구하죠.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정신과에서 3년간 수련하면 관련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그 뒤에는 병원에서 일하거나 개인 상담 센터 설립 혹은 기업에 취업하는 등 여러 진로로 나갈 수 있습니다.

교수가 되기 전에 병원에서 근무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 교수가 되고자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수련 과정을 위해 대학 병원 정신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로 3년간 근무했어요. 정신병리적 문제를 가졌는지 확인하는 다양한 심리 평가를 진행하고, 결과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당시 지도 교수님께서 박사 과정까지 제안해 주셨어요. 제가 학부생이던 1990년대에는 심리학이 인기 과목은 아니었는데, 박사 과정을 할 때쯤부터 사회적으로 관련 문제에 관심이 커지더라고요. IMF 이후 2000년대 들어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사회 문제, 심리적 건강이 대두됐거든요. 심리학과를 개설하는 대학이 많아지면서 교수로 가는 문이 조금 더 열렸죠. 우연과 사회적 환경이 상호작용해서 교수직을 맡게 됐어요. 세상에는 무언가를 결심한 의지보다 우연으로 나타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 입학 당시에는 인기 전공이 아니었음에도 심리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장난으로 내기를 자주 했는데 계속 졌어요. 억울해하는 저를 보고 한 친구가 “심리학을 공부하면 내기를 잘한대”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자 심리학이 뭔지 궁금해졌죠.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 입문》을 사서 읽었어요. 어려운 내용이라 이해가 힘들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방식과 생각이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세상을 바라보던 방법과 다른 시각을 제공해줬어요. 그때부터 심리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1월호 주제가 ‘설렘’인데요. 심리학을 공부하고 일하시며 설렜던 순간이 있을까요?
설렘과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네요. 병원에서 일할 때 한 어머니가 자녀에게 심리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데리고 오셨어요. 평가 진행 후 교수님이 결과를 설명해 드렸는데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셨나 봐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평가를 담당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저를 찾아오셨죠. 답변을 해드린 뒤 병원에 택배가 하나 왔어요. 정말 고맙다며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 앨범을 2장 보내주신 거예요. 바흐와 쇼스타코비치 음반이었어요. 그해 크리스마스에 이메일을 보내주셨던 일도 정말 기억에 남아요.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신을 선택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남기셨거든요.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에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는 걸 느꼈죠. 늘 하던 일에 의미 부여가 되니 설렘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어떤 분을 만날지, 그분들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지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일했죠.

가톨릭대학교에 왔으면 교수님의 강의를 꼭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데요.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별한 인기라기보다 제가 맡은 수업이 심리학과 학생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많은 학생이 자기 이해 목적으로 심리학을 선택해요. 자신이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타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은 거죠. 그래서인지 가장 많이 수강하는 강의가 상담과 임상입니다. 이런 이유로 임상심리학 수업을 꼭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요?
 

유튜브 채널 〈ootb STUDIO〉에서 대학의 다양한 전공을 소개하는 콘텐츠 ‘전과자’에 출연하신 적 있으시죠.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교양 과목인 ‘남성과 여성의 심리학’ 수업으로 출연했어요. 평소와 달리 대형 강의실로 옮겨서 수업했는데 구경하러 온 학생이 많아 처음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수강생 외에는 나가달라고 부탁하려다가 생각해 보니 다 같이 수업을 듣고 유튜브에 출연하는 게 추억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리가 되는 한 모두 들어오도록 허락했었어요. 학생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면 기쁠 것 같네요. 제 딸이 이창섭 씨 사인을 받아달라고 해서 수업이 끝난 뒤 부탁하려고 했었는데요. 지각 체크를 위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결국 받지 못했어요. 딸에게 혼났죠. (웃음)

교수님 시험은 전설의 ‘8지선다’로 유명한데요. 이런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강의하는 이상심리학, 임상심리학은 기본 암기가 중요합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우울증 치료 방법을 배우기도 하는데요. 이를 연구하기 위해서 먼저 어떤 병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잖아요. 진단 기준을 외우게 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시험을 어렵게 출제하는 거예요. 학생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시험에서 성취감을 느끼길 바라기도 했죠. 이런 방식이 꼭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작은 해답은 될 것 같습니다.

전담 연구실에서 매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시죠.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사회 불안 장애가 생기는 원인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어요. 사회 불안 장애는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회적 상황에서 심각한 공포를 느끼며, 그런 상황으로부터 회피하려고 하는 정신과적 장애 중 하나입니다. 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중 일부 편향된 내용을 받아들이면서 나타나는 게 아닌지 관련 연구를 진행했죠. 최근에는 여성 대학생의 섭식 문제도 연구했어요. 기숙사에 거주 중인 학생들 섭식 패턴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식사 과정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걸 발견했거든요. 아침이나 점심은 거의 거르고 저녁에는 한 끼 권장 칼로리를 훨씬 넘겨 폭식하더라고요. 이런 식습관 원인이 심리적 요인과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그에 관한 심층 실험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연구를 하는 중이에요.

심리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에게 입문 도서를 추천해 주세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할게요. 먼저 《행복의 기원》은 행복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 태도를 성찰할 기회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는 책이에요. 분량이 길지 않고 한국 학자가 쓴 글이라 읽기 수월할 겁니다. 《행복의 기원》은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대한 내용인데요. 앞선 책보다 내용이 더 많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거예요. 이 외에도 재밌는 책이 더 많으니 관심 있다면 심리 이론 서적을 찾아보세요.

현대 사회에서 심리학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나아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는 쉽게 풀리지 않는 질문입니다. 갈수록 이런 질문과 고민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 여러 답이 나오겠지만 심리학은 경험적 자료와 실험을 통해 재밌는 답변을 주죠. 앞으로 심리학은 현대인에게 의미 있는 인기 학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교수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시나요?
강의를 듣고 이상심리학을 더 잘 알게 됐다거나, 연인과 헤어질까 고민했는데 배운 내용을 통해 이별을 결심했다거나 하는 등 얻어가는 건 학생마다 다르겠죠. 모두 꼭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오길 바랍니다. 제 수업뿐 아니라 어떤 수업이든지요. 궁금증을 품고 참여해야 문제 해결 과정을 훈련하면서 무언가를 진정으로 얻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시작을 알리는 1월호인 만큼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사회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좌우 대립과 갈등이 심하죠. 제한된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도 점점 더 심화하는 것 같고요. 각자 이런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고민할 텐데요. 극단적으로 바라본다면 스스로를 비난하며 고통받거나 사회만 탓하기 쉬워요. 위험하고 생산적 변화를 만들지 못하죠. 2024년은 극단적 생각보다 내적·사회적 갈등 모두 줄어드는 안온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PROFILE

학력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석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박사

경력
임상심리전문가 1급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
(前)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조교수
(現)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CREDIT
글, 사진 임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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