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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세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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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직접 마주하며 타자의 삶을 기록해 온 김현미 교수. 경계 너머를 인지하게 만들고, 공존을 사유하는 ‘문화인류학’을 통해 젠더, 이주, 생태 위기 등 다양한 의제를 바라보는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문화인류학은 어떤 내용을 탐구하는 학문인지 소개해 주세요. 삶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문이에요. 타인의 삶을 편견 없이 들여다보는 훈련을 통해 익숙한 이분법을 해체하고,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장 중심적 접근과 상대주의적 시각을 강조하며 ‘경계를 넘는 사고’를 핵심으로 삼기 때문에 잘못된 사회 구조나 믿음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강한 힘을 지녔어요. 결국 타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들죠.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신 계기와 학문적 관심이 젠더, 이주, 에코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부 때 문화인류학 전공은 아니었고 우연히 수강한 문화인류학 개론 수업에 매료됐어요. 홀린듯 인류학과 수업 10과목을 수강하며 깊이 빠져들었고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죠. 세계화로 인해 그동안 전통 인류학이 연구했던 대상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며 글로벌화와 자본주의 확장 속 ‘문화접촉’ 현상에 관심을 뒀어요. 글로벌 자본과 여성 노동자의 접촉, 특정 국가 대중문화를 국경을 넘어 소비하는 현상, 한국에 들어온 다양한 이주자와 선주민 접촉지대 등을 연구했죠. 지금은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대안적 가치와 생활양식을 구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에코페미니즘을 연구 중이에요.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모두 경계와 연결, 그리고 공생의 감각에 대한 문제를 기반으로 하죠.
문화인류학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장에서 직접 듣고 기록하며 사람을 깊이 이해한다는 점이에요. 멈추지 않고 질문을 던지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르치고, 갈등을 줄이고 공존을 모색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죠. 인류학은 타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도록 돕고, 삶의 태도를 바꾸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현재 진행 중이신 연구와 목표가 궁금합니다. 젠더 이슈, 글로벌 이주, 필리핀 돌봄 노동자, 에코페미니즘 등 연구하는 다양한 주제가 대중과 시민사회를 향해 열려 있길 희망해요. 사회 불평등을 분석할 뿐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학문은 공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연구자이자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꾸준히 고민하는 중이에요.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에코페미니즘 분야는 환경 문제와 젠더 이슈를 사유하는 만큼 현재 대학생에게도 중요한 사회적 의제인데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다루는 주제는 관념적 연구가 아니라 현실 문제예요. 현상에 대해 질문을 품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고민하고, 익숙한 판단을 유보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연대는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현장 방문, 글쓰기, 친구와 토론하는 일도 연대의 시작일 수 있어요. 타인 삶에 귀 기울이는 행위가 곧 변화를 향한 실천입니다.
“익숙한 관습에 맞서 내가 제대로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대로 살아간다’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사회적 소수자는 자신의 안전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저항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대로 산다’라는 건 자기 감각과 가치, 윤리에 따라 살아가는 걸 뜻합니다. 사회가 정한 틀에 순응하기 보다 본인에게 솔직한 태도로 살길 바라요. 불편하고 때로는 외로운 길일 수 있지만, 타자와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려는 노력이기도 해요. 그런 삶을 지지해 줄 사람이 곁에 있어야 평등의 자리가 확장하겠죠.
강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매해 ‘필드워크’라는 현지 조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요. 학생들이 현장에서 주민과 상호작용하며 먼저 나서서 표현하고, 윤리를 고민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어요. 평소 조용하던 학생도 현장을 마주하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하죠. 이 경험은 단지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인류학은 어떤 학생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문화인류학은 특정 전공자만을 위한 학문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어요. 고정된 이분법이나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타자에 대한 호기심, 윤리적 감수성, 열린 마음이 존재한다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죠. 문·이과 차이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가’에 대해 개방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인지에 달렸어요.
교수님께서 가진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돌봄, 생태, 민주주의를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려 해요. 불평등, 격차 등이 심화하며 삶에 대한 열망을 잃어가는 사회에 대한 해답은 ‘돌봄전환’에 있다고 봐요. 돌봄은 여성이나 이주자가 떠맡는 일이 아닌, 모든 개인이 노동자, 시민이자 돌봄자라는 정체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을 분석하며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연구를 지속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낯선 질문을 소중히 여기세요. 익숙한 답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살아가면 자연스레 나만의 길이 열릴 거예요.
PROFILE
학력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문학사 (1986) 미국 워싱턴대학 석사 (1990) 미국 워싱턴대학 박사 (1995)
경력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00)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소장 (2007)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2008) 에코페미니즘연구소 달과나무 센터장 (2021) 교육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2021)
저서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 (2005)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아가기》 (2014)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2021) 《흠결없는 파편들의 사회: 한국 2060 여성들의 일경험과 모험》 (2023)
CREDIT 글 최서윤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