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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AI로 과제 생성이 가능할까? 챗GPT가 바꾼 대학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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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AI로 과제 생성이 가능할까?
챗GPT가 바꾼 대학가
 
불과 몇 달 사이 인터넷 생활이 또 한 번 변혁을 맞았다. 지난해 말 공개된 챗GPT가 그 시작이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으로, 간단한 질문과 요청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활용 가능해지며 표절 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 여러 대학이 이미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챗GPT는 대학가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챗GPT는 정말 다 해줄까?

뭐든 물어보면 다 알려주고, 대신해준다는 챗GPT는 만능처럼 여겨지곤 한다. 앞으로 글쓰기, 작곡 등 인간의 영역이라 여기던 창작까지 인공지능이 대신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완벽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현재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2021년까지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내용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한다지만 실시간 정보를 반영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을 묻자 ‘2023년 현재’라고 답하면서도 엉뚱한 인물을 언급했다. 즉 2021년 이후 정보 몇 가지를 물으면 그 허점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것. 영어로 물으면 보다 정확한 답이 돌아오긴 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정보는 2021년에 멈춰있다. 이를 감안하고 이용한다면 정확한 질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선제되는 건 구체적으로 잘 정리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에게 통용되는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의 숨은 뜻을 알고 싶다면 단순히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라고 물어보면 안 된다. “한국인에게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정말로 밥을 함께 먹자는 뜻인가요?”라고 질문의 목적과 원하는 답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기대하던 답변에 가까워진다. 챗GPT는 ‘항상 실제로 식사를 함께하자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맥락을 읽어냈다.
 
▶ 사진 출처_‘오픈AI(OpenAI)’ 로고

사실 챗GPT를 무료로 이용한다면 그 답변이 썩 믿을만한 자료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게 낫다. 최근 정보를 반영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공신력이 없는 블로그 등까지 모두 익혀 출처 없는 답을 제시한다. 출처를 요구해도 온라인에 퍼진 방대한 자료를 학습해 도출했다는 답만 돌아온다. 잘못된 정보, 편향된 시각까지 그대로 습득하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틀린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뻔뻔한’ 챗봇 태도에 속아 넘어갈 수 있으니 더욱 유의하자. 챗GPT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팩트체크하는 능력은 필수다.

현재 대학생이라면 정보 분류와 요약 기능 정도는 쓸모 있게 활용할 만하다. 방대한 양의 논문을 다 읽기에 시간이 부족할 때 요약을 맡겨보자. 대략적 내용을 파악한 뒤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기 유용하다. 챗GPT를 활용해 PDF를 요약하고, 해당 문서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외국어 학습에 도움을 준다. 헷갈리는 표현이 있거나 원어민이 사용하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궁금하다면 챗GPT에게 물어봐도 좋다.


뉘앙스까지 초월 번역, ‘딥엘(DeepL)’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한국어 정보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정확한 출처를 찾아 해외 기사, 논문을 참고할 경우 우선 언어 장벽에 가로막힌다. 사전을 동원해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거나 구글, 파파고 번역기를 사용해도 어색한 표현이 눈에 띈다. 그럴 때 활용할 만한 또 다른 번역기 시스템이 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기’라고 소개하는 딥엘(DeepL)이다. AI를 기반으로 번역을 제공하는 독일 기업 서비스다. 앞서 언급한 구글, 파파고와 비교했을 때 기사 등 비즈니스 텍스트에서 정확도가 더 높았다. 구글은 짧고 명확한 문장, 파파고는 구어체에 강하니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자.
 
▶ 사진 출처_‘딥엘(DeepL)’ 로고

딥엘의 강점은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잡아낸다는 것. 세 서비스를 활용해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중 일부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해봤다. 공통으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를 입력했다. 구글은 ‘It's disgusting to see me. I'll send you away silently.’라고 직역했다. 파파고는 ‘If you find me disgusting, I'll let you go without saying a word.’라고 번역하면서 구글보다 우회적 의미를 더했고, ‘see(보다)’가 아닌 'find(찾다)'라고 모호한 뜻을 담았다. 딥엘은 조금 다른 번역을 출력했다. ‘If you're disgusted with the sight of me, I'll let you go without a word.’ 파파고와 비슷했지만 ‘the sight of me’라는 표현을 사용해 ‘내 모습’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

위 세 번역의 차이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챗GPT에게 분석을 요청해도 좋다. 더불어 문장 구성, 뉘앙스 차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비교나 교정을 맡겨도 된다. 물론 이 모든 작업은 영문일 경우 효과적이다. 현재 AI 서비스는 함의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인간의 최종 검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


방지와 활용 모두 필요한 교육

챗GPT 상용화가 이뤄지면서 즉각 표절 문제가 불거졌고, 국내 대학에서도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연세대 교양 수업 중 한 학생이 서평 과제에 챗GPT 대필을 의심받아 0점 처리됐다. AI 표절 검사에서 표절률 60% 이상이라는 결과를 받았으며 일부 내용이 챗GPT 답변과 똑같았다고.

사실 개강 전부터 국내 여러 대학은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서울대는 교내 AI 연구원과 함께 부정행위 방지 툴 개발을 논의했고, 성균관대는 ‘챗GPT 종합안내 홈페이지’를 개설해 교강사를 위한 교육전략과 부정행위 대응 가이드를 정리했다. 이화여대, 중앙대는 캠페인이나 일부 강의에서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홍콩대학교 등은 AI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를 포함한 미국 주요 대학은 과제 형태를 바꾸고 있다. 수업 중 과제를 진행하거나 수기로 작성하고, 구술시험 등 평가 방식에 변화를 줬다. 과제 주제도 달라졌다. 단순 분석 레포트나 에세이가 아닌 인터뷰, 설문조사, 실제 경험을 담도록 한다.

하지만 챗GPT와 닮은 대화형 생성 AI 외에도 다양한 언어 모델을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그 활용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대학은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고려대는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며 김동원 총장은 "챗GPT에 의존하는 인재가 아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생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챗GPT 사용법을 익히는 강의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사이버대 정승익 교수의 교양 수업이 화제였다. 그는 강의계획서에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챗GPT 사용을 승인하는 바입니다.’라고 적었으며 과제에 챗GPT 내용을 필수로 포함하도록 했다. 직접 사용해보는 걸 목표로, 같은 질문을 두고 직접 작성한 답변과 AI 답변을 비교해보며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나의 책임입니다.’ 지난 3월, 개강과 함께 국민대가 발표한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에 관한 윤리 강령 일부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발전하든 사실 확인과 편협하지 않은 가치 판단은 인간의 몫이자 능력으로 남을 거다. 기술 발전은 우리 삶에 편리함을 더해준다는 생각에서 그치기 쉽지만 그보다 더욱 무거운 책임을 동반한다. 올바르게 쓰는 태도가 함께 해야만 긍정적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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